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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에서 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전통방식으로 모심기를 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에서 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전통방식으로 모심기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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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요즘 농사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도심에서 자란 학생들이 농부의 땀방울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마련되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마을과 한일고등학교는 지난 2012년 6월 자매결연협약을 체결하고, 전통방식의 농촌체험으로 봄에는 손모내기, 가을에는 벼 베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시행하고 있다.

26일 오전 9시부터 어물리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전통모심기체험에는 마을 주민과 한일고 학생과 선생님, 학부형 그리고 인근 주민들까지 동참하면서 북적거렸다. 특히 6.13 지방선거 입후보 후보들과 출향인들까지 몰리면서 조용하던 마을에 모처럼 북적이는 소리로 활력을 찾았다. 의당 집터다지기 '논두렁 밭두렁' 전통예술단과 정안면 풍물단 및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어림잡아 500여 명에 이르렀다.

세종 때 첫 모심기 시작

최상규 이장과 주민들이 ‘방틀모’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최상규 이장과 주민들이 ‘방틀모’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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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모내기체험행사에 앞서 학생들은 사회를 맡은 이걸재 공주문화원 전 부원장으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모내기하면서 부르던 모심기 노래를 배우고 모심기의 유례를 들었다.

"세종 때 첫 모심기가 시작됐다. 당시엔 줄을 놓지 않고 적당한 간격으로 그냥 심었다. 그 후부터 간격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대나무를 잘라 놓고 심는 '방틀모' 방식, 그러다가 1930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줄모를 강요했다. 한국 사람들은 줄을 놓는 두 사람이 모를 심지 못하기 때문에 거부했는데, 당시 면장들이 억지로 줄모를 심도록 강요했다. 1970년대부터는 사람을 대신해 이양기라는 기계로 모를 심는다. 오늘 온 학생들은 줄모를 심어 볼 것이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최상규 이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최상규 이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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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결연부터 행사를 지금까지 이끄는 최상규 이장은 "한일고와 어물리 화합 상생을 위한 한마당 행사가 6번째가 되었다. 7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메르스 사태를 맞으면서 그해만 못했다. 도심에서 자라온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농촌을 모르고 갈 수 있어서 한두 번이라도 농촌을 알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전통농경체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50~60명으로 시작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도 커지고 참석자들도 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옛날 어른들이 동력이 없이 무동력으로 농사를 지었던 쌀에 대한 변천사를 느낄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첫 벼농사는 씨앗을 뿌리는 방식의 '직파'부터 줄 없이 심는 '삭모', '방틀모' 체험과 함께 줄모를 심을 것이다. 마음껏 즐기시고 화합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고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김영의 한일고등학교 교감은 "학생들은 4시간 정도 참여하는데, 마을에서는 행사를 위해 1주일 전부터 준비해왔다. 한일고등학교는 대한민국을 위한 학교로 만들어졌다. 동서 간의 갈등, 지역적 갈등, 계층적 갈등, 세대 간 갈등까지 겪고 있다. 어르신들과 세대 간의 소통과 공감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오늘 행사가 마련되었다. 여러분들도 이런 철학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은 "한일고는 한국에 제일가는 학교가 되라고 설립되었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학교, 큰 인물이 되어, 공주 정안면 어물리의 전통을 잊지 말아 달라. 이런 행사가 계속될 수 있도록 문화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원했다.

이걸재 공주문화원 전 부원장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걸재 공주문화원 전 부원장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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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제45호로 선정된 공주 집터다지기 풍물단과 정안면 풍물단의 공연과 함께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최상규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모심기에 앞서 전통방식인 직파, 삭모, 방틀모를 선보이고 광목 바지저고리를 입은 학생들은 모판을 담은 지게를 지고, 덕석에 모를 담아 모첨 끌기를 하면서 논으로 들어갔다.

2184㎡ 논에 일렬로 늘어선 학생들이 저마다 푸릇한 모를 손에 쥐었다. 난생 처음 차근차근 모를 심어갔다. 못줄을 따라 어린 모를 심다 보니 어느새 손과 발은 진흙투성이었다. 그래도 학생들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흥을 돋구기 위한 농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명 저고리, 치마를 입은 주민과 학부모들은 밥광주리에 탁주와 안주를 담아 머리에 이고 새참을 전달하는 전통방식을 선보였다.

허리가 뻐근해지는 시간, 잠시 일손을 멈추고 마을에서 준비한 돼지고기 수육에 상추, 인절미, 튀김, 음료수, 막걸리 등 새참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이어 떡 만들기 체험으로 떡메치기 체험이 시작됐다.

"때리고~"
"밀고~"
"당기고~"

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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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재씨의 구령에 맞춰 떡메를 친 사람들에게는 인절미를 우선하여 맛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학생과 선생, 엄마와 아들, 할머니와 손자 등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이걸재씨의 유쾌한 말장난에 모두가 흥이 올랐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인절미는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참석자 모두가 나누어 먹었다.

무형문화재 제45호로 선정된 공주 집터다지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45호로 선정된 공주 집터다지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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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쫓기 위해 사용했던 '따리 체험', '12발 상모 돌리기 체험'과 함께 오늘의 백미인 '의당 집터 다지기 체험' 및 '노동요 따라 부르기' 등 참석자 모두가 참여하는 '풍장 춤마당'이 펼쳐졌다. 의당 집터다지기는 집을 짓기 위해 주춧돌 놓을 곳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큰 돌에다가 끈을 매달아 당기고 놓으면서 땅을 다지는 전통문화 공연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옛날 방식으로 직접 모를 줄 맞춰가며 심었다. 쌀이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농촌 어르신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하게 생산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농촌을 다시 생각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털어놨다.

참석자들은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제육복음, 고사리 볶음, 양상추 겉절이, 두릅 무침, 취나물, 눈개승마 등 푸짐한 점심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마을주민들은 총면적 3255㎡의 땅에 벼농사 2184㎡, 감자, 옥수수, 상추, 오이, 파, 토마토 등 1071㎡ 규모로 채소 농사를 짓는 '자발적 복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5월 손 모내기, 6월 감자, 옥수수 수확체험, 10월 벼 재래식 수확체험, 11월 김장체험까지 한일고 학부모들과 함께 이어가고 있다.


태그:#공주 어물리, #한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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