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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강원 강릉의 한 초등학교는 본교 운동장에서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운동회를 개최했다. 이 날 운동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하고있다.
 지난 24일 강원 강릉의 한 초등학교는 본교 운동장에서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운동회를 개최했다. 이 날 운동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하고있다.
ⓒ 오마이뉴스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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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마이뉴스>엔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초등학생들을 담은 사진기사가 올라왔다(관련 기사: 마스크 쓰고 빨리 달리기... '슬픈' 초등학교 운동회). 강원도 강릉 Y초등학교가 미세먼지 농도 '나쁨' 상황인데도 초등학생 1105명을 대상으로 운동회(체육대회)를 강행해서다.

마스크 쓴 아이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Y초 운동회가 열린 24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강릉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111~132㎍/㎥'였다. 81이상이 기준인 고농도 미세먼지 '나쁨' 상태를 크게 웃돈 것이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사이트의 '미세먼지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이 학교는 교육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단계별 학교 대응 조치' 지침을 무시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미세먼지가 '나쁨'일 경우 '실외수업(활동) 자제와 실내수업 대체'를 지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 지침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단원 및 차시 순서를 조정하는 등 실외 학습활동보다 실내 학습활동 단원 중심으로 운영하라"면서 "계획수립 단계부터 미세먼지 발생에 대비하여 운영하라"고 적었다.

하지만 Y초는 운동회 계획 단계부터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가 만든 가정통신문과 교장에 따르면 비가 올 경우에만 일정을 하루 늦춰 25일에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 학교 홍아무개 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계획단계에서) 우천 시는 옛날부터 (변경)하는 것이니까 (계획을) 세웠고, 미세먼지 생각은 조금도 못했다"면서 "우리가 미스(잘못)를 했다. 운동회 끝나고 교직원들과 자평회를 했는데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발암성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질 경우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 학교는 운동회 일정 조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에서 학사일정 조정은 학교장의 권한으로 언제든 얼마든지 쉽게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체육대회를 강행한 학교는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역시 미세먼지 '나쁨' 상태이던 25일에도 대구 K중, 경기 J중, 서울 J여고가 체육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관계자들의 제보를 받고 해당 학교에 직접 확인한 결과다.

운동회를 알리는 대구 K중 안내문.
 운동회를 알리는 대구 K중 안내문.
ⓒ K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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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J여고 한 교사는 "다른 학교들은 일정을 많이 바꿨는데 우리 학교는 체육대회를 열어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는 운동회 직전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기도 했다.

벌칙 조항 없다보니...서울, 대구, 경기 중고교도 체육대회 강행

대구 K중의 한 학부모는 "미세먼지 '나쁨 이상' 상태에서 체육대회를 한다는 건 너무한 것 같다"면서 "학생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학교와 교육당국이 예민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세먼지 대응 지침'을 내린 교육부가 이를 어긴 학교장에 대해 특별한 벌칙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임정훈 전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간사(현직교사)는 "미세먼지 속에서 체육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태그:#미세먼지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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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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