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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주권침해 일본규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촉구 부산시민대회가 23일 저녁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렸다. 1000여 명의 경찰은 시민과 대치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주권침해 일본규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촉구 부산시민대회가 23일 저녁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렸다. 1000여 명의 경찰은 시민과 대치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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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하지 마라"

"행진하지 않는다"

마치 도돌이표 같은 대화가 스피커를 사이에 두고 오간 곳은 23일 저녁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였다.

경찰은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 밖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행진을 하지 말라고 했고, 시민들은 행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거듭 행진을 하지 말라며 불법에 대한 채증을 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자 시민들은 "행진을 하지 않겠다는데도 행진을 하지 말라니, 그럼 차라리 앉아 있겠다"라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아 앞으로 걸어 나갈 의사가 없다는 시민들을 향해 "행진을 멈추라"는 부산 동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의 경고가 반복됐다. 시민들 사이에서 "지금 우리가 한국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게 맞냐"라는 야유가 이어졌다. "일본 말로 이야기를 해줘야 알아듣는 모양이다"라는 일침에 200여 명의 시민들 속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일제 강제징용피해자를 상징하는 노동자 동상을 세우겠다는 노동·시민단체를 막아섰다. 그날 이후 경찰은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5번 출구 인근 인도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노동자상에 대한 접근을 저지하고 있다.

일본영사관 꽁꽁 에워싼 경찰..,사복 차림 채증 항의받아

23일은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노동자상특위) 등 지역 시민단체가 '주권침해 일본규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촉구 부산 시민대회'를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연 날이었다. 동시에 부산 동구청이 인도에 있는 노동자상을 자진 철거하라고 계고장에 못을 박은 날이기도 했다.

이에 노동자상특위는 노동자상을 이동하겠다며 주변을 에워싼 경찰의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13개 중대 1000여 명의 경찰을 집중 배치했고, 노동자상에 접근하는 것도 원천 차단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주권침해 일본규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촉구 부산시민대회가 23일 저녁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렸다. 1000여 명의 경찰은 시민과 대치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주권침해 일본규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촉구 부산시민대회가 23일 저녁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렸다. 1000여 명의 경찰은 시민과 대치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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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대회에 참가한 인원이 모두 노동자상에 다가가는 것이 불가하다면 5명만이라도 노동자상을 이동시킬 수 있게 접근을 허용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평화적인 집회를 하겠다며 폴리스라인을 넘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던 시민들 틈에서 신분을 숨긴 사복 경찰이 캠코더로 촬영을 하다 시민들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이 사복 경찰관은 시민들의 항의를 받은 뒤 시민들의 얼굴을 근접 촬영한 영상을 삭제했고, 다른 경찰들에 둘러싸여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청이 마련한 '채증활동규칙'은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채증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평화적인 집회를 하겠다며 폴리스라인 밖에 앉아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사복 경찰이 촬영을 한 점에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시민들 "어느 나라 경찰, 어느 나라 외교부냐"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린 시민대회에서는 일본보다는 한국 정부를 향한 원망이 더 컸다. 대회의 사회를 맡은 주선락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일본이 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못 세우게 하는 것을 우리 정부는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도대체 일본 외교부인지, 한국 외교부인지 헷갈린다"라고 꼬집었다.

황석제 부산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국민들이 나서서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데 일본도 아닌 자국의 경찰이 나서서 막고 있는 상황을 두 눈으로 보면서 화가 나 참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철 목사는 "위안부나 강제징용노동자들이 무시당하는 것은 일제강점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면서 "만약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한다면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큰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재하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외교부는 우리 노동자상을 가지고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세우라고 하는데, 거기 세우고 싶으면 자기 돈으로 세우면 될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노동자상이 언젠가 소녀상 옆에 들어설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김 대표의 말에 박수가 쏟아졌다. 그가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세워질 때까지 할 거니까."


태그:#강제징용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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