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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 의견 나누는 문재인-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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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에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회담을 열 좋은 기회는 있다."

22일(미국 동부 시각) 열린 한미정상회담 전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 마디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당초 예정했던 6월 12일에서 연기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20여 일 남은 상황에서 연기 가능성이 언급되자 많은 미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했고 일본 정부는 즉각 "높이 평가한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회담 연기 가능성이 생긴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초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뒤 '회담장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결실이 없으면 협상장에서 나오겠다'는 발언을 수 차례 해왔다는 걸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얘기는 아니다.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뒤에 "회담이 안 열리면 아마도 그 뒤 다른 시기에 열릴 것"이라고 덧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전에 비해서는 확실한 변화다. '안 되면 포기'가 아니라 '이번에 안 되면 다음 기회에'라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그는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적용하지 않겠다'면서도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리비아처럼 섬멸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모 아니면 도'였다가 '시기를 늦춰서라도 협상은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이날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협상의 대가'를 자부하고 있고, 일단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성과를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라는 걸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했다.

"협상이다. 누가 아나. 당신은 협상에 대해 모른다. 100% 확실한 협상에 임했는데, 안 될 수 있다. 아무 희망도 없는 협상에 임했는데, 될 수도 있고, 때때로 쉽게 된다. 나는 많은 협상을 성사시켜왔다. 나는 협상을 알고,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정말 모른다. 그래서 당신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문 대통령, 폼페이오-볼턴 접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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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한 뒤 예정에 없이 국무부에 나타나 브리핑을 한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은 "6월 12일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연다는 목표에 전혀 변함 없이, 우리 팀(국무부)와 백악관 모두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라며 "거기에 다다를 것이라 확신한다(confident)"라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일시중지' 상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중단시킬만 한 어떤 게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김 위원장이 이 만남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 우리는 일시와 장소를 찾는 작업을 했고, 정해졌다, 그때부터 우리는 계속 가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한미정상회담의 단독회담이 열리기 직전에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나온 것이고, 폼페이오 장관의 말은 단독회담 및 확대회담이 끝나고 나서 기자회견에 자진해서 말한 것이다. 정상회담 뒤 미국 측이 '6월 12일 개최'에 확신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괄 비핵화' 강조하면서도 시간 소요 불가피성 인정, 유연성 발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 중에서는 회담 연기 가능성 외에도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부분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일괄(all-in-one) 방식으로 하느냐 단계적(incremental) 방식으로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괄 방식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일괄 방식이라면 확실히 나을 것이다. 꼭 그렇게 돼야 한다? 완전히 단언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일괄 방식이 훨씬 낫다. 아니면 적어도 물리적인 이유에서, 짧은 기간 동안. 알다시피, 물리적인 이유들 때문에 뭔가 정확히 할 수 없을 때가 있지 않느냐. 물리적인 이유로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 그것은 본질적으로 일괄 방식이다."

존 볼턴 NSC 보좌관은 승전국이 패전국의 영토 안에 들어가 핵무기를 반출하고 핵시설을 해체하는 방식을 북한의 비핵화 방식으로 언급했다. 북한이 '회담 무산'을 거론하며 크게 반발한 부분도 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반출·폐기하는 일괄 방식이 좋다고 하면서도 '물리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는' 지연이 발생하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고 하면서 비핵화에 일정한 단계와 시일이 소요되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것은 본질적으로 일괄 방식"이라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볼턴이 주장한 방식으로 되지 않고 단계와 시일이 걸릴지라도 '짧은 시간 안이면' 일괄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미리 범주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리비아 모델은 북한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가진 모델이 아니다"라고 했던 지난 17일의 발언의 연장선 위에 있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언급한 뒤 5월 7일 2차 중국방문에서 다시 이를 언급, 미국을 향해 비핵화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 방식'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짧은 기간 내의 단계적 방식'을 언급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거듭된 요구에 대해 접점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한 북한 체제보장 얘기도 지난 17일 처음으로 나왔는데, 이 같은 카드를  거듭 제시하면서 유연성을 보이는 것은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장에 김정은 위원장을 끌어내기 위한 '당근'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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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트럼프, #북미회담, #일괄 방식,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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