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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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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됐던 강원랜드 수사 개입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무적 판단에 좌우되는 수사 관행과 합리적 이견 조율이 어려운 조직문화가 국민 앞에 그대로 노출됐다. '개혁'이라는 더 큰 진통을 검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정을 넘긴 지난 19일 새벽, 검찰 전문자문단은 10시간 넘는 마라톤 논의 끝에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팀에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지목된 두 검사장을 불기소하는 게 맞다고 결론냈다. 안미현 서울북부지검 검사의 폭로로 알려진 이들의 수사 지휘 내용이 과연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수사단과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충돌한 지 나흘만이다.

이날 회의 결과는 문 총장의 거취와도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으며 전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수사팀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결론이 나면, 문 총장도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문자문단이 현직 검사들로 구성된 수사팀의 손을 들어준다면 문 총장의 조직장악력 또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전문자문단은 문 총장의 손을 들어줬고, 한숨 돌린 문 총장은 검찰 조직 문화 개선을 약속하며 사태를 마무리했다.

더 큰 과제 앞에 선 검찰총장 

검찰 내부에서는 사태가 진정되는 국면이지만, 외부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으로 잠시 미뤄졌던 검찰 개혁 요구가 다시금 터져 나온다. 당장 해결 과제로는 검사의 이의제기권 보장 문제다.

문 총장은 가장 최근 입장에서 "결재자와 보고자 사이에 이견이 생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건 조직도 하부에 위치한 검사들이 '언론'을 통해 이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에선 정상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수사 외압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안미현 검사 역시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내부의)협의라는 게 협의된 것처럼 강요받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라고 밝혔다. 때문에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이의제기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문 총장의 취임 일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 지침은 상급자와 일선 검사 사이 이견이 발생할 경우 서면으로 이의제기서를 제출하고, 기관장이 상급 검찰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를 활성화하는 문제는 별개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의제기권 문제를 본격화해서 내부에서 생산적으로 논의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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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총장 취임 이후 검찰에선 내부 비위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와 복수의 임시수사팀이 꾸려졌다. 대검찰청에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지만, 수사 과정과 결론을 두고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시에 유례없는 법무부 검찰국 압수수색 등이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에도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칼을 쥔 쪽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셀프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취재진에게 "할 수 있는 조사는 싹 다 했다"라며 "언론에서도 아쉬움을 다룬 글이 많았지만 검찰청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많아 어려움이 많았다"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검찰을 수사해야 하는 경우, 수사 전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내부 수사 부담도 없애기 위해선 '검찰 외부'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끔씩 검찰에서 중요 사건이나 특히 검찰 내부 인사가 관계된 사건이 있을 때 '특임 검사'라는 걸 만들어서 지휘는커녕 아예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별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피해보려는 편법이라고 본다"라며 "특히 검찰 자체의 비리와 관련된 사건은 당연히 별도의 기관에서 수사해야 한다"라고 남겼다.


태그:#문무일, #검찰, #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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