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의 주역들.

영화 <버닝>의 주역들. 오른쪽부터 이창동 감독, 배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 ⓒ CGV아트하우스


제71회 칸영화제 장편 부문 초창작인 영화 <버닝>에 대한 외신들의 질문은 다양했다. 17일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 이창동 감독,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이준동 파인하우스 필름 대표가 자리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평론가 사비에 르헤 페르(Xavier Leherpeur)가 첫 질문을 던졌다. 그간 독창적인 이야기로 칸영화제를 찾아왔던 이창동 감독에게 그는 "원작이 있는 영화는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작업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원작이 있는 영화가 처음은 아니고 <밀양> 역시 한국 소설가의 단편을 원작으로 했다"고 정보를 정정했다.

이 질문을 받아 한 영국 기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어떻게 각색하게 되었나"라고 물었다. 이창동 감독은 "처음엔 일본 방송사인 NHK에서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 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해 왔었다. (하지만) 젊은 감독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전 제작을 맡을 생각이었다"라며 "여러 사정상 이뤄지지 못했고, 시나리오 작가 오정미씨가 그 소설을 영화화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영화화 할 수 없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안 이후) 소설 속에 담긴 미스터리 함을 요즘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창동 감독)

배우들에 대한 관심

또 다른 영어권 기자의 질문은 세 배우를 향했다. 이 기자는 세 배우 모두 이창동 감독과 처음 작업했는데 다른 작업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달랐는지 물었다.

"이창동 감독님이 처음이라 비교할 대상이 없다. 촬영은 너무 즐거웠고, 그게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서 즐거웠다." (전종서)

"이창동 감독님은 제겐 큰 분이다. 빅 팬이고, 존경심이 있었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스티븐 연)

"감독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그가 이 세계에 신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배우로서 때가 벗겨지는 걸 처음 느꼈다. 그런 기분을 느끼며 촬영했다." (유아인)

영화 속 상황이 실제 배우들에게 벌어졌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세 배우 모두 자신의 캐릭터처럼 행동했을 것이라 답했다. 다만 전종서만 "그래도 해미(영화 속 캐릭터 이름)처럼 아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 같진 않고, 누군가 한 명에게 속내를 얘기했을 것"이라며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외로움 등이 저랑 많이 닮아있다"고 말했다.

분노를 묻다

 17일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버닝> 간담회.

17일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버닝> 간담회. ⓒ 이선필


원작과 비교하는 질문도 있었다. 한 중국 기자는 "하루키 원작엔 작은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왜 영화에 안 넣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주인공은 대마초 피우는 장면에서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는데 영화에선 종수가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으로 바꿨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포크너가 쓴 < Barn Burning >의 단편도 함께 가져왔다. 그 작품에선 이 세상 고통에 분노한 아버지가 그 분노로 남의 헛간을 태우는데, 아버지의 분노가 아들에게로 옮겨가는 게 이 시대에 적합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창동 감독)

한 이탈리아 기자는 영화에선 분노를 보여주고 있는데 분노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인지를 물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종교, 국적에 상관없이 분노하는 시대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마음에 분노를 품고 있으면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뭔가 공정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게 지금 세계의 문제 같다. 과거엔 분노의 대상도 이유도 분명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세상은 더 세련되고 편리해지는데 젊은이들은 스스로의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들에겐 이 세상이 미스터리 아닐까 싶었다." (이창동 감독)

 팔레 드 페스티벌내 <버닝> 간담회 현장.

ⓒ 이선필


국내 기자들이 도중에 몇 가지를 물었고, 어느 새 간담회는 끝날 시간이 됐다. 진행자 사비에 르헤 페르가 제작자인 이준동 대표에게 한국에서 작가주의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이며, 제작비 마련이나 상영엔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작가주의 영화들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금을 구하는 게 쉽진 않다. 한국도 물론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감독들, 심지어 상업영화 감독들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그 중에서도 이창동 감독은 몇 단계를 더 앞서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만드는 영화를 여전히 관객들과 한국 영화시장이 지지하고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준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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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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