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회말 2사 주자 만루 때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하며 2득점을 만든 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2018.5.11

▲ '살았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회말 2사 주자 만루 때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하며 2득점을 만든 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2018.5.11 ⓒ 연합뉴스


프로야구에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던 선수가 쓰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선수는 금방 의식을 회복했지만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두산 베어스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3-4로 밀리던 두산은 9회말에만 김재환의 끝내기 투런포 등 3점을 뽑아내며 6-4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된 이후 홈으로 몰려와 타자-주자들을 맞이하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동점타의 주인공이었던 박건우가 홈에 들어 와 있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건우는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박건우는 선수들의 단체 세리머니 상황에서 머리쪽을 심하게 맞아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선수들이 홈플레이트에서 한꺼번에 뒤엉킨 상황이라 박건우를 가격한 선수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두산 구단 측은 박건우가 잠시후 의식을 되찾았고 다친 부위에 아이싱을 하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리의 기쁨에 들떠있던 두산 선수단과 팬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한동안 침묵에 빠지기도 했다.

프로야구에서는 극적인 승리를 달성한 경우 선수들의 단체 세리머니를 펼치는 게 일반적이다.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타자나 주자를 선수단이 단체로 홈플레이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축하의 의미로 헬맷을 두드리거나 물을 뿌리기도 한다.

극적인 끝내기 승리, 기쁜 건 이해하지만

그런데 일부 선수들의 세리머니가 "너무 과격하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제기된 바 있다. 설사 헬멧을 쓰고 있다고 해도 수십 명의 건장한 선수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머리를 두드리면 선수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는 신시내티 시절이었던 2013년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고 흥분에 겨워 자신도 모르게 헬멧을 벗어던졌다가 동료 선수들에게 멍이 들 정도로 머리와 얼굴을 얻어 맞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한 같은 해 LG와 SK의 경기에서는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던 와중에 물벼락을 맞아, 동료 선수는 물론 인터뷰 중이던 여성 아나운서까지 물을 뒤집어 쓰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야구 선수들의 '세리머니 매너 논란'이 한동안 심각하게 번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처럼 승리 세리머니를 하다가 선수가 쓰러지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은 초유의 사태였다. 만일 정말로 큰 부상이라도 당했다면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될 뻔했다. 설사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도 돌발적인 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장면이다.

야구장에서 이러한 황당한 부상의 가능성은 의외로 드문 일이 아니다. 2016년에 삼성 이영욱은 캐치볼을 하다가 다른 팀 선수가 잘못 던진 공에 얼굴을 맞아 입 안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2015년에는 삼성 사이드암 투수 임창민이 불펜의 문을 열다가 손바닥을 베어 봉합수술을 받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거나 심지어 은퇴까지 직결된 사례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위험한 순간이 아니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언제든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야구장이다. 박건우처럼 황당한 사례가 나오지 않으려면 선수들 스스로 좀 더 조심하고 자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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