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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조배숙 공동선대위원장과 최경환 의원, 당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5.18 민주화운동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하는 민주평화당 민주평화당 조배숙 공동선대위원장과 최경환 의원, 당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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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우리 엄니는 화병이 나버렸고 여동생은 미쳐버렸다마시. 그래 갖고 여승이 돼 부렸네. 동생이 청문회 가거든 꼭 좀 한을 좀 풀어주소잉."

1989년 5공 청문회가 열릴 즈음, 피해자의 오빠가 이지현 전 5.18 부상자동지회장을 찾아왔다. 1980년 5월 19일 당시 여고 1학년이던 피해자가 귀가 중 계엄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이 전 회장은 직접 피해자를 만났고, 이를 폭로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은 "무리 악랄하지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지 않겠냐"라며 이를 극구 말렸다고 한다.

"저도 강하게 이걸 해야 됩니다라고 사실 말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이 전 회장은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그렇게 진실은 묻혔다. 피해자는 숨 죽였고 이를 알고 있는 이들도 침묵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수사관들이 여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3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세상에 드러난 이유다.

1980년,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선옥씨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그해 7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붙잡혔다. 옛 광주 상무대 영창에 끌려간 김씨는 석방되기 하루 전 수사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최근 불거진 미투 운동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38년 만에 직접 입을 열었다.

"서지현 검사도 이렇게 (미투를) 하는데 내가 역사의 현장을 말해도 될 것 같다."

38년만에 내놓은 정치권의 답..."피해여성들과 고통을 함께하고 연대하겠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공동선대위원장과 최경환 의원, 당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5.18 민주화운동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하는 민주평화당 민주평화당 조배숙 공동선대위원장과 최경환 의원, 당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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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공당할 수 있다"며 폭로를 막았던 정치권은 38년 만에야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날 민주평화당 여성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 성폭력 사건의 확실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면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최근 5.18 진압군과 수사관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을지...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 범죄는 아무 저항할 수 없는 여성에 가해진 폭력이다,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라며 "새롭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 피해 여성들과 고통을 함께하고 연대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여성위원회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여성에게 일어났나, 오랜 시간 침묵으로 무언의 저항을 한 여성들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라며 "피해자의 증언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며 피해자들의 고통에 응답하고 함께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 9월에 시행되는 5.18 진상규명위원회 시행령 제정 ▲ 진상규명위원회 내 독립적인 성폭력 사건 신고센터 설치 및 운영 ▲ 5.18 성폭력 사건 해결 위해 공소시효 배제 ▲ 철저한 진상규명 바탕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사죄와 배상 등을 요구했다.

"5월 관계자들은 5월만 되면 지긋지긋한 5월병을 앓습니다. (피해자) 여성도 최근에 5월병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어요. 5월만 되면 환청, 환각에 시달리고 악몽에 시달리는 게 5월병입니다. 5.18 관련자들의 자살률이 일반 국민의 500배라고 합니다."

이지현 전 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금까지 첫째 진상규명, 둘째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거 하나도 없습니다"라며 "성폭령 당한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태그:#5.18 계엄군 성폭행, #민주평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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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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