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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을 쓴 작가가 좋아지기 마련인데, 희한하게도 이번엔 달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이 작가가 좋아졌다. 물론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같은 명저들은 책 이름만 알 뿐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서점에서 접한 기억이 난다. 글 쓰는 방법에 관심이 많을 때라 제목만 보고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책인 줄 알았다. 엉뚱하게도 개인적인 이야기만 있어서 한두 장 읽고 흥미가 떨어졌었다. 최근에 다시 보니 잘못된 판단이었다.

소설가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창조자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 표지 (2016년 출간)
▲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 표지 (2016년 출간)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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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대단한 사람이다. 일반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 살지만, 소설가는 그가 만들어가는 가상세계에서 살고 있다. 한 권의 소설책이 완성될 때까지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창조자가 되어 철저히 홀로 세계를 만들어 간다. 하루키의 표현대로 밀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한없이 개인적인 일이다.

게다가 퇴고하는 과정에서 그 세계는 무너졌다가 구축되기를 반복한다. 지루한 고독에 굴복하지 않고 버텨내어 책을 완성하는 순간, 비로소 하나의 세계가 온전히 탄생한다. 몇 십 년 동안 전업 작가로 살면서 꾸준히 이 작업을 반복해 온 하루키의 정신력과 인내에 탄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무슨 힘이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소설 속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고, 다른 세계에 가볼 수 있고, 다른 멋진 일들을 해볼 수 있다. 즉, 소설의 주인공에 나 자신을 투영시켜 주인공과 내가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소설의 매력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멋진 매력을 가진 일을 직업으로 삼아 성공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애정을 쏟아 쓴 글을 어떻게 본인이 함부로 판단하겠냐며 문학상 심사위원을 마다하고, 수많은 작품을 쓰고도 본인은 평범한 사람이라면서 자신을 낮추는 소설가이다. 또한 일본에서 안주하지 않고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디뎌 신 시장 개척에 노력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달걀을 깨야 한다

소설가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직업인만큼 사람들은 그 작업 과정도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가도 직장인들처럼 지루하리만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을 산다. 창작의 고통이 만만치 않으므로 준비부터 퇴고까지 모든 과정에서 인내가 필요한 까닭이다.

소설가가 되려면 어떤 훈련이나 습관이 필요할까? 일단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를 두고 하루키는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달걀을 깨야 한다'는 것과 똑같은 말일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라고 언급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우선 책을 많이 읽길 바란다.

하루키의 소설 작업 과정을 읽으며 생각해본 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책 내용을 몸속에 쟁여둔 상태에서 관찰과 사색을 많이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독서, 관찰, 사색 이 세 가지가 결합해 양질의 사고가 나오는데, 그 사고의 결과물이 좋은 글을 쓰는 원료가 된다.

한글 맞춤법, 문장 쓰는 요령 등을 알려주는 책은 농기구에 불과하다. 농기구를 가지고 밭을 일구어 농작물을 생산해 내는 건 농사의 주체인 '농부'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결국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교본은 양질의 글을 쓴 작가들의 책이며, 이를 토대로 청출어람 하는 건 그들의 몫이자 의무이다.

일상생활에서 남들보다 좀 더 매끄럽고 읽기 편한 글을 쓰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글쓰기 작법 책을 추천한다. 그러나 당신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전업작가가 어떠한 생각을 하며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접하는 게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훨씬 유용하다. 선배가 밟았던 길을 보며 미리 대비할 수 있고, 동질감과 연대의식이 생겨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 든든함마저 느낄 수 있다.

하루키도 소설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다

하루키도 책의 후기에서 말한다. 이 책이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을지 어떨지 솔직히 그것까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조금이라도 뭔가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면 참으로 기쁘겠다고.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대답은 'YES'다. 

필력이 평범하지만 어쨌든 하루키와 나는 큰 틀에서 보면 글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을 기반으로 책을 읽으면 깊은 공감, 원인 모를 희열, 친근함을 느낀다. 나 또한 하루키와 같은 생각을 하며 글을 쓴 기억이 있어서이다.

소설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본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솔직함과 용기가 좋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고 싶거나 앞서 걸어가고 있는 소설가의 삶이 어떤지 궁금한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도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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