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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서 성격에 관해 말하는 장면을 봤다. 사람들은 성격이 변했다는 표현을 하는데, 사실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성격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사회적 성향이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그 표현대로 하면, 나는 과거의 나와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사회적 성향이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기가 없었을 때 느꼈던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되도록 다 친해지려는 습관이 있다. '친해지자'가 아니라 '친해져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신기하게도 최근에 이러한 강박증에서 벗어났다. 약한 관계도 '인간관계'이고, 그러한 관계에도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부터였다.

노력이 통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도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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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나와 안 맞는 사람이 있으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럴 경우 열에 아홉은 관계가 긍정적인 쪽으로 발전했는데, 최근에 난생 처음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처음 맡는 업무를 익히느라 버거워하는 나에게, 무조건 빠른 결과를 요구하며 다그치는 상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 분은 피치 못할 내 사정을 능력 부족으로 간주하여, 내가 한 모든 말을 한순간에 쓸데없는 변명거리로 변질시켰고, 나를 핑계 대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도 상사의 말을 경청하고 그 입장을 이해하고자 애쓰며 대화를 전개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부하의 노력을 외면하고 일방통행 하는 모습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노력하지 않는다.'

노력한 덕분에 내가 몰랐던 상대방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면 당연히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말이 달라진다. 60년 가까이 그렇게 살아온 분이어서 한순간에 변하지 않았다. 당장 나 자신조차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던가. 그래서 기존의 노력 대신 선택한 방법은 서로가 부딪치지 않고 힘들지 않을 정도의 거리만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관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생활하니 관계가 이전 같지 않았다. 서로가 편해졌다. 대화가 전보다 늘었고 웃는 횟수도 많아졌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잘해 주어야 할 필요가 없고, 모든 사람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는 이유이다. 그건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난로처럼 너무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을 때 행복해진다는 혜민 스님의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느슨한 인간관계의 힘이다.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 존재와는 거리를 둔다

얼기설기 느슨하게 엮인 관계를 생각해보자. 그 관계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널찍한 거리가 존재한다. 혹여 상대방이 나에게 아쉬운 말, 서운한 말을 하더라도 바지에 묻은 모래를 털어버리듯 그 말들도 무심하게 툭툭 털어내 버릴 수 있다. 약한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자. 덜 중요한 사람이라는 게 상대방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해서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성향, 사고방식 등이 맞아 같이 있을 때 행복한 관계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만약 함께 할 때 나에게 정신적 피로감, 짜증, 무기력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 존재가 있는가. 있다면, 나를 위해서라도 그 사람과 약간의 정서적, 정신적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느슨한 인간관계가 필요한 이유이다.


태그:#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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