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었다. 승수를 차곡차곡 쌓고 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짜임새 있는 야구를 보여주며 리그에서 세 번째로 20승 고지를 밟았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하더라도 이 팀의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다. 1위 두산 베어스, 2위 SK 와이번스의 뒤를 잇는 3위 한화 이글스의 이야기다.

10일 현재 20승 16패 승률 0.556,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하위권 팀들이 물고 물리는 경쟁을 벌이는 사이에 3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2007년을 끝으로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었던 한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상 선수가 많아 골머리를 앓은 지난해와 달리 대부분의 야수들이 건강하게 시즌을 출발했고, 외국인 원투펀치 키버스 샘슨-제이슨 휠러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KBO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기존 선수들의 활약과 뉴페이스의 등장으로 투-타 모두 신구조화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예상 뒤엎은 한화의 상승세 비결은?

특정 요인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한화의 상승세 비결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화의 유쾌한 반란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마운드에서는 불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팀 불펜 ERA 5.15(전체 5위)를 기록한 한화는 올시즌 3.45까지 수치를 낮추면서 이 부분 리그 최소 1위에 해당한다. 리그에서 불펜 평균자책점이 3점대인 팀은 한화 한 팀밖에 없다. 대부분의 팀들이 4점대 중후반 이상의 평균자책점으로 불펜 고민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이브 부분 단독 선두 정우람(13세이브)을 중심으로 송은범, 서균, 박상원, 박주홍 등의 호투가 돋보인다. 정우람과 송은범 두 베테랑 투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투수들은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거나 데뷔 첫 시즌을 치르는 투수들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이 곧 팀의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는 투수들이라는 것이다. 불펜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이유다.

투점홈런 호잉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1회초 2사 1루 한화 호잉이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에서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투점홈런 호잉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1회초 2사 1루 한화 호잉이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에서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선에서는 '복덩이'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타선의 중심이 됐다. 타율 0.346(전체 9위) 12홈런(공동 2위) 33타점(공동 2위) OPS 1.165(1위), 현시점에서 리그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외국인 타자를 찾을 수 없다. 호잉의 활약은 이용규, 양성우, 송광민, 김태균 등 다른 타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면서 타선 전체가 살아났다.

'베테랑' 이용규의 활약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57경기 출전에 그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이용규로선 누구보다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해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오직 새 시즌을 위해 달려온 결과, 현재까지 34경기 타율 0.310으로 톱타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행보' 기복만 줄인다면... 가을야구도 결코 꿈이 아니다

한화의 상승세가 남은 시즌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수많은 플러스 요인 속에서도 '기복'이 걱정된다. '8연승 뒤 8연패'에 빠진 LG만큼은 아니었어도 최근까지도 연승 이후 연패에 빠지는 패턴으로 한순간에 7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연패는 곧 순위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한화가 그토록 원했던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쌓여있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불펜에 비해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선발진의 분전이 필요하다. 시즌 초반보다 구위가 올라온 샘슨과 '퇴출설'을 잠재운 휠러의 적응은 반갑지만, 아직까진 강력한 내국인 선발이 보이지 않는다. 10일 선발 김재영, 베테랑 선발 배영수 등의 어깨가 무겁다.

배영수 출격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한화 선발 배영수가 역투하고 있다.

▲ 배영수 출격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한화 선발 배영수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선은 다른 것보다도 부상과 체력, 두 가지의 변수를 넘어야 한다. 호잉이 아닌 기존 야수들만 보더라도 전력이 약한 팀이 아닌데도 두 가지가 발목을 잡아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경우가 많았다. 8일 넥센전에서 사구에 왼쪽 팔꿈치를 맞은 이용규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팀을 대표하고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 정근우의 부활 여부도 관건이다. 8일과 9일 이틀간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친 정은원이나 오선진 등 대체할 선수는 있어도 경험이 많은 정근우의 무게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돌아와야 하고, 경기 안팎에서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이다.

아직 조심스럽다. 전체 일정의 1/4밖에 치르지 않았고, 중하위권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혼전 양상이 유지되고 있다.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흐름이 지속되길 바라는 한화에게 꿈만 같은 순간이 현실로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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