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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사진)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발표 문재인 대통령(사진)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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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4. 27. 판문점 선언'의 한 대목이다. 감개무량하다. 읽어도 또 읽고 싶다. 꿈 같은 말이다. 어찌 생전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을 맞을 줄이야.

분단의 세월은 한 마디로 짐승보다 못한 세월이었다. 같은 조상 아래 한 핏줄, 같은 언어를 쓰는 한겨레가 한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었던 적대 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이 판문점 선언은 우리 분단사에 대단한, 획기적인 발전이요, 온 겨레가 춤추고 노래하며 열렬히 경하할만한 일이다.

흐르는 세월은 쏜 화살처럼 빠르다고 하더니 2018년 5월 10일은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꼭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는 소감은 각각 다를 것이다. 강원 산골에 사는 퇴역 훈장인 나는 주로 외교·안보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취임 1주년에 대한 이런저런 소회와 함께 평점을 드리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지난 1년은 '참 평안했던, 분단 극복 희망이 보이는 1년'이었다. 굳이 점수를 준다면 95점 정도로, '기대 이상'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자 세상이 바른 세상으로 변하는, 일찍이 '사람이 하늘'이라는 동학의 핵심 사상을 체득케 했다.

분단을 대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자세

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시 모습.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과 박용진 대변인 등 당직자들이 국회에서 생중계되는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시 모습.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과 박용진 대변인 등 당직자들이 국회에서 생중계되는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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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방둥이로 분단 첫해에 태어났다. 그래서 대한민국 역대 모든 대통령 치하에서 살았다. 초등학교시절에는 여자아이들이 고무줄넘기를 하면서 "여든 평생 한결같이 몸 바쳐오신 고마우신 리 대통령 우리 대통령…"이라고 부르던 이승만 대통령 찬가를 듣기도 했다.

1961년 5월 16일 이른 새벽에는 "친애하는 애국동포 여러분! 은인자중 하던 군부는 드디어 금조 미명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하여 국가의 행정, 입법, 사법의 3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이어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였습니다"라는 박종세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하다.

그동안 우리는 이승만, 윤보선(장면 국무총리),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모두 열한 분을 대통령으로 맞았다. 모두 분단시대 대통령이었다. 분단시대 대통령이었다면 대통령으로서 분단 극복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 가운데는 분단을 더욱 고착화시킨 대통령이 있었는가 하면, 분단은 교묘히 정권 연장의 수단으로 삼았던 대통령도 있었다. 앞선 대통령이 애써 이룩한 분단 극복 터전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역사의 시계 침을 거꾸려 돌려놓은 대통령도 있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모든 일을..."

하늘은 우리나라를 버리지 않고 마침내 새로운 지도자를 탄생케 했다. 현명한 시민들은 대통령으로서 성실의무를 불이행한 무능한 이를 끌어내리고 진정성 있고, 겸손하며, 열정적인 새 인물을 자기들 손으로 뽑았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어본다.

"안보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습니다.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 말대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진정성 있게, 열정적으로 정성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열정에 감동하여 화답한 결과, 오늘의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단시일 내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 답은 다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라는 말

2018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 손 잡고 군사분계선 넘는 남-북 정상 2018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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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축전을 보내 노벨평화상 받으라고 덕담하자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가진 한미정상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 청와대 대변인 발표문에서

자신의 공을 다른 이에게 양보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타인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과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 성실성이 읽혀졌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를 이뤄낸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문재인 취임 1년을 맞는다. 해마다 더욱 눈부신 업적을 남겨 마침내 남과 북이 평화 통일로 함께 가는 큰 길을 열어주시기를 충심으로 바라며 나의 소회를 마무리한다.


태그:#문재인, #취임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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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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