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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2018.5.7
 (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2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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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된 논란이 혼란스럽다. 지난 5월 1일 금감원이 '고의분식'으로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고, 바로 다음날인 5월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이후 삼성의 입장을 두둔하고 금감원을 공격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가 된 회계처리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지배력을 상실한 이유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서 공동투자사 겸 콜옵션을 보유한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율을 50%까지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이익은 2조 원 이상 증가했다.

논란에서 나오는 여러 개념이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용어이다 보니 이해가 쉽지 않다. 더구나 지배력이라고 하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는데 그 결과로 2조 원 이상의 횡재를 했다는 부분은 상식과 어긋나기도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이해하려면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누구 말이 맞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관련기사: '5년 적자' 삼성바이오를 우량기업으로 만든 편법)

[쟁점 ①] 2015년에 엄청난 일이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관련되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개발하는 회사로, 2012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젠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많은 언론은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5월 2일 기자회견에서 바이오 시밀러의 개발 성과 가시화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객관적인 사실만 따라가보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 2종은 국내에서 각각 2015년 9월과 12월에 판매승인을 득했다. 그런데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한국은 그리 중요한 시장이 아니다. 시장 규모가 작고 의약품의 인종간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판매승인이 이루어진다고 다른 시장에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력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득한 시점은 2016년 1월과 5월이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볼 때, 주력시장에서의 판매승인은 하나도 얻지 못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복제약인 바이오 시밀러는 판매승인이 대박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오리지널 약이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고, 다른 경쟁자도 속속 등장한다. 바이오 시밀러가 판매 경쟁을 이겨내려면 임상과정에서의 데이터나 처방과정에서 의사와 환자의 반응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것을 이겨내어야 판매 실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실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6년에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은 두 개의 바이오 시밀러의 결과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6년 1월에 승인받은 베네팔리라는 약은 괜찮은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반면, 2016년 5월에 승인받은 플릭사비라는 약은 2017년 말까지도 판매실적이 부진하다. 바이오 시밀러 산업 특성상 판매승인은 결정적인 사건이 아니다. 실제 잘 팔리는 것이 확인되어야 기업가치가 상승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특별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여느 바이오 기업처럼 목표를 향해 서서히 전진하고 있었을 뿐이다.

[쟁점 ②] 시장가격으로 평가했다?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가격이 급등했다는 기사도 나온다. 시장가격에 따라 평가하다보니 좀 이상하게 보이는 회계처리가 불가피하게 나왔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런데, 2015년 말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장한 공정가치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DCF(현금흐름할인법)라는 방법으로 평가한 결과일 뿐이다. DCF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해서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법이다. 그 계산방법상 미래의 매출액, 매출원가, 할인율 등을 추정해야 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서 평가자마다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DCF에 따라 산정된 기업가치 평가는 매우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한다.

DCF 결과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는 충고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주관사도 잘 알고 있었다. 2016년 상장 과정에서 희망공모가액 산정시 상장주관사는 DCF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투자설명서에 명시해 놓았는데, "미래 현금흐름 및 적정 할인율을 산정함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경우 평가 지표로서 유의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습니다"라는 이유였다.(자료 :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설명서 P197, 2016.10.28.)


삼성바이오로직스 희망공모가액 산정방법(자료 :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설명서 P197, 2016.10.28.)
 삼성바이오로직스 희망공모가액 산정방법(자료 :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설명서 P197, 2016.10.28.)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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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희망공모가액 산정과 기업의 결산 그리고 회계법인의 회계감사을 비교하면, 기업의 결산과 회계법인의 회계감사는 좀 더 객관적이고 엄밀한 입증이 요구된다. 증권사의 희망공모가액 산정은 미래에 대한 낙관적 예측에 근거하기도 하지만, 기업의 장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관사가 희망공모가액 산정에도 쓸 수 없다고 한 방법에 따른 결과가 장부에 반영된 것이다.

공정가치 상승이 주식시장 상장과 같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그 차이를 이익으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신뢰성이 부족한 평가에 근거하고 있다면 그 이익을 반영할 때 신중을 기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최근의 언론보도는 시장가격과 주관적인 DCF 평가결과를 혼동하고 있다.

[쟁점 ③]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월 2일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회계처리를 통해 이득을 취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 기사도 제법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금감원의 조치결과대로 2015년의 문제의 회계처리가 취소되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한 것이 아래의 [표1] 이다. 당기순이익은 2143억원 적자에서 1조 9049억원 흑자로 반전되었다. 5년 연속 적자기업이 결손금이 하나도 없는 회사로 변신했다. 누적 결손금이 5290억원이었는데, 거꾸로 누적잉여금을 1조 6015억원이나 가진 회사로 바뀌었다.

[표1 : 금감원 권고 회계처리와 삼성 회계처리 비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비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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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시점의 재무구조가 현격히 개선된 것이다. 바이오 벤처기업과 같이 기술력은 뛰어나나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를 할 때에는 자기자본 규모가 매우 중요하다. 상장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동안 손실을 볼 것이 예상되므로, 그 손실을 흡수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손실 흡수능력으로서의 자기자본이 2조 원 이상 왜곡되었는데도 상장심사 시 득을 본 것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쟁점 ④] 바이오젠의 레터(letter)가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월 2일 기자회견에서 2015년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letter)를 보내왔기 때문에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이 정당하다고 해명했다.

현행 회계기준과 배치되는 설명이다. 현행 회계기준에 따라 콜옵션을 고려하여 지배력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경영자의 의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바이오젠이 설령 그런 letter를 보냈다고 해도 그건 의도에 해당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콜옵션을 행사해서 이득을 보는 객관적인 상황이 존재하느냐의 문제이다.

더구나, 바이오젠이 그러한 letter를 보냈고 그 letter가 구속력이 있는 문서라면, 바이오젠 입장에서 공시 위반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바이오젠은 아래와 같이 2015년과 2016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배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추가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추가 손실을 자신의 장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 사업보고서(2015년 바이오젠 annual report)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 사업보고서(2015년 바이오젠 annu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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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⑤] 금감원이 입장을 바꿨다?

금감원이 이전 정부에서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문제없다고 했다가 정부가 바뀐 이후에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기업의 장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오해한 것이다. 기업의 장부는 1차로 회계법인이 감사라는 절차로 확인한다.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가 있을 경우 회계법인은 금감원에 질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해명을 보면, 감사를 진행했던 회계법인은 금감원에 서면은커녕 구두질의도 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기업의 장부를 확인하는 다음 절차는 감리인데, 비상장회사의 경우 증선위에서 금감원이 아닌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을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장부에 대한 2차 확인은 금감원이 아닌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수행했다.

상장회사가 된 이후나 특별한 회계분식의 이슈가 있을 때에야 금감원이 기업의 장부를 들여다 본다. 2017년 4월부터 진행된 특별감리는 이러한 절차에 따른 것이었다. 1년 정도의 특별감리 기간이 좀 길었다고 지적할 수는 있으나, 어쨌든 이번 특별감리는 공식적으로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를 들여다 본 첫 번째 절차였다.

모든 회계분식 문제를 금감원이 초기부터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절차에 따라 다른 기관에 위임이 이루어지고 최종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에 금감원이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엄정한 조치 필요해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가운데)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병화 상무, 김 전무, 윤호열 상무. 2018.5.2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가운데)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병화 상무, 김 전무, 윤호열 상무. 20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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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와 그에 동조하는 언론들의 주장을 모두 검증해 보면, 합리적인 주장이 없다.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증가했다는 객관적인 사실도 없고, 이를 뒷받침하는 신뢰성 있는 평가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2015년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설립한 2012년에 종속회사였다면 2015년에도 종속회사이어야 하고, 2015년에 관계회사라고 주장한다면 2012년에도 관계회사였어야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방식으로 자기자본의 3~4배의 이익을 가공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우리나라 기업 중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할 기업은 없다. 주식시장 상장심사에 오를 장부를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이 허용된다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건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태그:#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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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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