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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제비꽃은 꽃빛이 옅고 잎자루가 짧으며 털이 있고, 꽃잎에는 털이 없다.
▲ 호제비꽃 호제비꽃은 꽃빛이 옅고 잎자루가 짧으며 털이 있고, 꽃잎에는 털이 없다.
ⓒ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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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의 다른 이름

요즘 제비꽃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시골에서는 양지 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도시에서는 보도블록 틈이나 담 아래 틈에서 무더기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비꽃(Manchurian Violet)의 원래 이름은 '오랑캐꽃'이다. 'Manchurian'은 만주 사람을 뜻하고, 'Violet'은 제비꽃 또는 보랏빛을 뜻한다. 제비꽃 학명은 라틴어로 'Viola mandshurica'인데, 바로 이 'Viola'에서 보라색 'Violet'이 왔다. 그런데 해방 뒤 한국식물분류학회에서 예쁜 꽃 이름에 '오랑캐꽃'은 안 어울린다면서 논의가 몇 차례 있었고, 그렇게 하여 오랑캐꽃에서 제비꽃으로 바뀌었다.

제비꽃은 우리나라에 60여 종이 있고,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교잡종까지 합치면 100여 종이 넘는다. 그래서 꽃을 잘 아는 꽃박사들도 제비꽃을 공부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알면 알수록 복잡한 꽃인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제비꽃만도 450종이 넘는다. 그런데 이 또한 자꾸 교잡종이 늘고 있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제비꽃은 앉은뱅이꽃, 오랑캐꽃 말고도 병아리꽃, 가락지꽃, 반지꽃, 여의초, 장수꽃, 이야초라고도 한다.

병아리꽃이라 한 까닭은 한 포기에서 꽃이 수없이 피어나기 때문이고, 또 그 모습이 갓 부화한 병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귀엽다는 뜻도 담고 있다. 가락지꽃·반지꽃이라 하는 까닭은 제비꽃을 가지고 반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을 꽃자루째 따서 두 줄기로 갈라 둥그렇게 손가락에 훔치면 가락지가 되고 팔목에 매면 팔찌가 된다. 제비꽃 씨가 여물어갈 즈음이 되면 보릿고개가 오는 철이다. 이때 어린 여자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할 때 사금파리나 풀잎 그릇에 제비꽃 씨를 올려놓고 쌀밥 보리밥이라 한다. 이렇게 놀면서 배고픈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고양이묘(猫) 자와 70노인 모(?) 자의 중국 발음은 ‘먀오’로 같다. 나비접(蝶) 자와 80노인 질(?) 자의 중국 발음도 ‘띠에’로 서로 같다. 그림을 보면 칠십 노인 고양이가 팔십 노인 나비를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책을 선물 받은 노인이 70인데 이제 곧 80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왼쪽 이끼 낀 바위, 그 옆에 석죽화(石竹化, 패랭이의 한자 이름)가 있다. 둘 다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는 말이다. 고양이 바로 앞에 이제 막 꽃대 하나를 올려 꽃을 피운 제비꽃 여의초를 볼 수 있다. 꽃대 모양이 가려운 데를 마음먹은 대로 긁을 수 있는 효자손 ‘여의’를 닮아 여의초(如意草 같을여·뜻의·풀초)인 것이다. 늙었어도 마음먹은 것 자유롭게 하면서 사시라는 뜻이다. 참고로 나비는 ‘꼬리명주나비’다.
▲ 김홍도의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다(黃猫弄蝶)〉 고양이묘(猫) 자와 70노인 모(?) 자의 중국 발음은 ‘먀오’로 같다. 나비접(蝶) 자와 80노인 질(?) 자의 중국 발음도 ‘띠에’로 서로 같다. 그림을 보면 칠십 노인 고양이가 팔십 노인 나비를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책을 선물 받은 노인이 70인데 이제 곧 80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왼쪽 이끼 낀 바위, 그 옆에 석죽화(石竹化, 패랭이의 한자 이름)가 있다. 둘 다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는 말이다. 고양이 바로 앞에 이제 막 꽃대 하나를 올려 꽃을 피운 제비꽃 여의초를 볼 수 있다. 꽃대 모양이 가려운 데를 마음먹은 대로 긁을 수 있는 효자손 ‘여의’를 닮아 여의초(如意草 같을여·뜻의·풀초)인 것이다. 늙었어도 마음먹은 것 자유롭게 하면서 사시라는 뜻이다. 참고로 나비는 ‘꼬리명주나비’다.
ⓒ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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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은 '여의초(如意草 같을여·뜻의·풀초)'라고도 한다. 여기서 '여의'는 불교에서 온 말로,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는 말이다. 꽃뿔 바로 뒤 꽃대 모양이 가려운 데를 마음먹은 대로 긁을 수 있는 여의를 닮아 여의초라 하는 것이다. 늙었어도 마음먹은 것 자유롭게 하면서 오래오래 사시라는 뜻이다. 그래서 또 '장수꽃'이라고도 한다.

가려운 데를 긁는 데 쓰는 장신구다. 뼈·뿔·대나무·나무 따위로 만든다.
▲ 여의 가려운 데를 긁는 데 쓰는 장신구다. 뼈·뿔·대나무·나무 따위로 만든다.
ⓒ 김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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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제비꽃을 이야초(二夜草)라고도 한다. 이 이름은 일본 나라 시대 시인 야마베노 아카히토(山部赤人)의 시에서 온 걸로 짐작한다. 그가 쓴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꽃을 바라보니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하룻밤을 새워 가며 바라봤다." 이로부터 일야초(一夜草)라 했다가 '하룻밤도 모자라 더 바라보고 싶다'는 뜻을 더해 이야초(二夜草)가 되었다는 것이다. 
제비꽃은 다섯 꽃잎 가운데 아래쪽 조금 하얀 꽃잎을 양 옆에서 안고 있는 꽃잎 안쪽에 작은 털이 있다.
▲ 제비꽃 제비꽃은 다섯 꽃잎 가운데 아래쪽 조금 하얀 꽃잎을 양 옆에서 안고 있는 꽃잎 안쪽에 작은 털이 있다.
ⓒ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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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이 우예 조르크릉 피었노!

우리나라 어린이시집을 모두 찾아 살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비꽃을 글감으로 붙잡아 쓴 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란 민들레는 땅바닥에 있어도 원색이라 눈에 잘 띈다. 하지만 보랏빛 제비꽃은 웬만히 마음 써서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인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키가 껑충 큰 해바라기나 접시꽃이나 달맞이꽃은 곧잘 시로 썼다. 또 땅바닥에 있더라도 눈에 잘 띄는 민들레나 채송화 같은 원색 꽃은 시로 썼다. 어른들보다 바쁜 아이들이다 보니 하늘 한번, 아니 발밑 한번 제대로 볼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오덕(1925∼2003)이 1977년에 낸 어린이시집 <일하는 아이들>에 제비꽃을 노래한 시 두 편이 있다. 제목은 둘 다 '제비꽃'이다.


제비꽃이 피었다.
방글방글 웃는다.
제비꽃이 언제 피었노?
자랑스럽게 피어 있다.
-안동 대곡분교 3학년 홍성희(1969. 4. 12)
 
제비꽃이 생글생글 웃는다.
제비꽃이 하늘 보고 웃는다.
제비꽃이 우예 조르크릉 피었노?
참 이뿌다.
-안동 대곡분교 2학년 김춘옥(1969. 5. 2)
 
역시 아이들이 쓴 시의 특징은 '직관'이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어떤 대상을 보더라도 그 대상의 특징을 단숨에 붙잡는다. 아이들은 활짝 핀 제비꽃을 보고 "방글방글" "생글생글" 웃는다고 한다. 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방글방글 와글와글 생글생글 웃는 모양이다. 성희는 자신에게 묻는다. '제비꽃이 언제 피었노?' 어제도 그제도 활짝 피었을 것인데 오늘 비로소 봤다는 말일 게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자랑스럽게 피어 있다" 나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그래서 시에서는 웬만해서는 잘 쓰지 않는 '자랑스럽게'란 말을 이렇게 '훌륭하게' 쓴 시를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성희 눈에는 제비꽃이 그야말로 '자랑스럽게' 피어 있었던 것이다.

백창우는 초등학생 23명 아이들 시에 곡을 붙여 《딱지 따먹기》(보리, 2002)를 냈다. 김춘옥의 〈제비꽃〉은 이 음반에 들어 있다.
▲ 김춘옥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동요 〈제비꽃〉 백창우는 초등학생 23명 아이들 시에 곡을 붙여 《딱지 따먹기》(보리, 2002)를 냈다. 김춘옥의 〈제비꽃〉은 이 음반에 들어 있다.
ⓒ 백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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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옥이는 "제비꽃이 하늘 보고 웃는다"고 한다. 제비꽃은 고개를 수그리고 앞을 보고 있지만 꽃잎 다섯 개 가운데 위쪽 두 꽃잎이 뒤로 젖혀져 마치 하늘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고깔제비꽃 창덕제비꽃 잔털제비꽃 호제비꽃 길제비꽃이 그렇다. "우예 조르크릉"은 '우째 조렇게' '우째 저렇게' '어떻게 저렇게' 하는 말이다. 백창우는 춘욱이가 쓴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백창우 제비꽃'으로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옛이름은 ‘길오징이나물’, ‘길오랑캐’이나 해방 이후 ‘오랑캐꽃’을 ‘제비꽃’으로 바꾸었듯이, ‘길오징이나물’, ‘길오랑캐’도 ‘길제비꽃’으로 바꾸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 길제비꽃 옛이름은 ‘길오징이나물’, ‘길오랑캐’이나 해방 이후 ‘오랑캐꽃’을 ‘제비꽃’으로 바꾸었듯이, ‘길오징이나물’, ‘길오랑캐’도 ‘길제비꽃’으로 바꾸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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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보냅니다. 제비꽃에 대해 더 알아보려면 네이버 ‘이새별 블로그’에 한번 들러 보세요.



태그:#제비꽃, #김찬곤, #백창우, #김춘옥제비꽃, #호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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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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