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한 송은이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한 송은이 ⓒ JTBC


"제가 26년 만에 처음으로 초대가 됐더라구요, 백상예술대상에. 그래서 받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받으니까 참 많이 떨립니다."

송은이가 지난 3일 오후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초대된 자리에서 처음 받은 트로피다. 여성 예능인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서도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대세'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송은이의 수상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TV를 넘어선 시도, 팟캐스트 <비밀보장>과 웹 예능 <판벌려>

 <판벌려>의 첫번째 프로젝트 '셀럽파이브' 뮤직비디오 화면. 왼쪽부터 김영희, 안영미,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판벌려>의 첫번째 프로젝트 '셀럽파이브' 뮤직비디오 화면. 왼쪽부터 김영희, 안영미,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 비보티비


송은이는 2015년 4월, 동료 코미디언 김숙과 함께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시작했다. 본인들조차도 "이거 누가 듣냐"며 계속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이 방송은 지난 4월 무려 3주년을 맞았고, 수많은 청취자들('땡땡이들')을 양산하며 현재도 전체 팟캐스트 순위 10위 안을 유지하고 있다.

송은이가 대표로 있는 컨텐츠랩 비보는 <비밀보장>에 이어 올해 초, 새로운 프로젝트로 웹 예능 <판벌려(판을 벌이는 여자들)>를 제작했다. 송은이와 김신영, 김영희, 신봉선, 안영미 5명의 여성 코미디언으로 구성된 그룹 '셀럽파이브'는 판벌려를 통해 일본 오사카 토미오카 고교 댄스팀 TDC 커버 댄스로 화제를 모으며 남초 중심의 예능계에 '여풍'을 몰고 왔다. <판벌려>는 김숙, 송은이, 이영자, 최화정이 출연하는 두 번째 웹 예능을 준비 중이다.

처음엔 불러주는 방송이 없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송은이가 만든 '판'은 결과적으로 TV라는 기존 플랫폼을 벗어난 새롭고 신선한 시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우연한 성공이라기보다 지난 26년간 송은이가 코미디언으로서 차근차근 쌓아 온 능력의 결과이며, 나아가 제작자이자 기획자로서의 역량이 빛을 발한 것이다.

코미디언 송은이의 반가운 TV 컴백, <전지적참견시점>

 MBC 예능 <전지적참견시점>에서 패널로 출연중인 송은이

MBC 예능 <전지적참견시점>에서 패널로 출연중인 송은이 ⓒ MBC


최근 송은이는 MBC의 새 관찰예능 <전지적참견시점>에 고정 패널로 합류했다. 팟캐스트와 웹 예능에서의 인기가 코미디언 송은이를 오랜만에 다시 지상파 예능으로 불러들인 결과다. 이렇게까지 하고서야 여성 예능인이 겨우 패널 한 자리 얻을 수 있다는 현실이 여전히 좀 씁쓸하기도 하지만, 기존 예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기에 그의 컴백이 반갑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은 또 다른 여성 코미디언인 이영자의 '먹방'이지만, 송은이는 패널의 자리에서 재치있는 참견으로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MC 역할을 하고 있는 전현무에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또, 오는 5일 방송에서는 매니저와 함께 출연자로 직접 등장할 예정이다. 연예인, 기획자, CEO로 '쓰리잡'을 하며 바쁘게 살고 있는 송은이의 일상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여성 코미디언들의 '비빌 언덕'

"놀이터에서 혼자 놀면 재미없잖아요. 가능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놀고 싶고, 판을 벌리고 싶구요. 앞으로도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처럼 송은이는 자신이 주목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비슷한 환경에 놓인 여성 코미디언들에게도 같이 기회를 주기 위해 애써왔다. <비밀보장>에서 게스트나 전화연결로 종종 등장하던 이들은 <판벌려>에서는 아예 핵심멤버가 되어 전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지난 2월, JTBC <밤도깨비>에는 송은이와 여성 코미디언들이 일명 '송은이 사단'으로 출연해 기존 남성 출연진들과 두 차례의 분량 전쟁에서 모두 이기기도 했다. 남성 후배들도 포함된 고정멤버와의 대결 구도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송은이는 기꺼이 이 대결을 받아들였고, '여성 예능인'이 왜 더 많이 나와야 하는지를 여실히 증명해냈다.  

출연자든 패널이든 할 것 없이 남성으로만 가득 채워진 기존 예능 판에서 아마 송은이의 존재는 많은 여성 코미디언들이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며, 한편으로는 희망을 갖게 하는 '비빌 언덕'일 것이다. 송은이의 이번 백상 수상이 소중하고,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외국 시상식 보면 여자 코미디언들 둘이서 진행하고 이런 그림들도 많이 있던데, 앞으로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열심히 응원하고 시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수상소감 마지막 멘트처럼, 조만간 여성 코미디언들이 진행하는 시상식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행자는 다름 아닌, '송은이'이기를 바란다.

송은이 백상예술대상 전지적참견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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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는 우리네 일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 파도 앞에서 조개를 줍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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