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성은 흔히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인식된다. 그러나 남성이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성폭력의 희생자는 남녀 불문하고 감정적이 상처와 함께 우울증 등의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여성과 다를 바 없었고 어떤 면에서 더 심각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과 같은 성폭력을 당할 경우 여러 가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되면서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공포, 분노, 알코올 중독, 약물 사용, 자살 시도 등과 같은 고통을 당하게 된다.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 리사 다리오 교수 등은 미국 정부의 여성 폭력조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한 성인 1만1860 명(여성 5938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후유증에 대해 연구 결과 남성도 성폭력을 당할 경우 분노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인데 비해 여성은 우울증과 슬픔에 잠기지만 피해의 정도는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2017년 7월 국제학술지에 다음과 같이 게재했다<주 –1>.

연구팀은 성인 남성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신고를 하거나 피해자가 겪는 우울증 등과 같은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종래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사 연구는 주로 미성년 시절의 정신적 외상 등에 집중됐었다. 연구팀은 조사를 시작하면서 여성 성폭력 피해자가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비해 훨씬 심각한 우울증 등에 시달릴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런 추정은 남녀가 감정적 경험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다는 상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조사 결과 남녀를 불문하고 성폭력의 고통과 후유증은 성별 구분 없이 매우 심각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모든 남녀는,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 훨씬 높은 우울증 증세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경험하는 우울증이나 분노가 여성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 이유는 여성 피해자는 대외적으로 신고 또는 폭로하거나 사회적인 도움을 받을 시스템이 있는데 비해 남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남성 피해자는 억눌린 감정과 분노 등을 내면화해야 하는 2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폭력과 같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에 대한 감정적, 인지적 반응의 하나는 일탈적 행위로 나타난다는 것이 범죄학에서 제기하는 이론이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은 흔히 남에게 그 사실을 밝히기를 부끄러워하거나 심지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권력관계가 지배하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자신이 당한 피해를 남에게 호소하거나 신고하는 등의 방식이 막혀 있는 현실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혼자 고통을 삭이도록 방치된다면 그 피해자는 그 것을 해소할 다른 배출구를 찾게 되거나 치료받지 못하는 우울증 등은 부정적인 대처 방식, 즉 약물 복용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성인 남성 성폭력 실태와 보고 사례 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1980년대에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1~10%만이 사법당국이나 병원, 응급시설에 신고했는데 1997년의 경우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모든 성폭력 피해자의 5~10%에 달했다. 2017년의 경우 정부기관에 신고된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전체 성폭력 피해자의 38%에 달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군인으로 성폭력에 취약하거나 신고를 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결과 성폭력 조사에 남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과 남성 피해자에게 걸 맞는 치유 방식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다. 동시에 남성 성폭력을 외부에 신고하거나 상담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적 장벽이나 고정관념 등을 시정할 필요성도 역시 명확해졌다.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면서 강간과 같은 성폭력은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것으로 인식되고 지난 수십 년 간 그런 식의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영국 요크 대학교 알리라자 자베이드 교수는 이에 대해 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하고 돕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을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한편 영국 요크 대학교 알리라자 자베이드 교수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면서 강간과 같은 성폭력은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것으로 인식되고 지난 수십 년 간 그런 식의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하고 돕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을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주 –2>.

자베이드 교수는 "여성 성폭력과 같은 범죄는 사회의 남성 지배적 권력구조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남성 성폭력도 유사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고 남성 성폭력 범죄도 마찬가지 측면이 있다. 남녀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고정관념이 남성 성폭력의 원인이며 학자들이 이의 연구를 외면하는 것도 기존의 잘못된 권력관계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지적했다.

<주 –1> Lisa M. Dario, Eryn Nicole O'Neal. Do the Mental Health Consequences of Sexual Victimization Differ Between Males and Females? A General Strain Theory Approach. Women & Criminal Justice, 2017; 1 DOI: 10.1080/08974454.2017.1314845 / Florida Atlantic University. "'Sexism' in sexual assault research, but this time men are the target." ScienceDaily. ScienceDaily, 10 July 2017.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7/07/170710091655.htm>./ http://www.freepressjournal.in/lifestyle/men-find-sexual-assault-as-traumatising-as-women-do/1101012
<주 –2> Aliraza Javaid. Feminism, masculinity and male rape: bringing male rape 'out of the closet'. Journal of Gender Studies, 2014; 1 DOI: 10.1080/09589236.2014.959479 /Taylor & Francis. "Using feminist theory to understand male rape." ScienceDaily. ScienceDaily, 17 October 2014.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0/141017111103.htm>.


태그:#성폭력 남성, 여성 피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