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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 호시절은 자녀있는 집안에 혼사를 치르기에 좋은 날이어서 나도 두세 건의 청첩을 미리 받아 놓았다. 경조사 중에서도 혼사로 인한 청첩은 세금고지서로 불릴 만큼 금전의 준비가 필수적인 게 현실이다.

그동안 숱하게 청첩을 받아 판단을 하여 참석하기도 하고, 축의 금전만을 보내기도 하고 또는 망설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누구나 청첩에 대한 참여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경우가 다반사이다.

청첩인은 생각이 없는 것인지, 바다에 던지는 낚싯줄로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으로부터 청첩을 받는 경우는 참으로 애매할 때가 있다. 십시일반의 부조라 생각하면 일응 좋을 것 같으나 잔칫집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혼사는 집안의 경사로운 일이다. 청첩도 경사에 걸맞게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를 주고 받아야 마땅하다. 혼주의 친구나 지인에게 청첩을 하더라도 만나서 축하와 즐거움을 나눠야 하지만 그게 불가한 사정이라면 미리 전화로 아름다운 소식을 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여를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상대에게 미루는 것은 청첩의 올바른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물며 혼주의 은행 계좌번호까지 미리 알려주는 것은 어떤가. 십분 그 마음을 헤아려 참여하기 번거로우면 부조금을 입금해도 된다는 혼주의 배려로 이해하여야 할까. 젊은 자녀가 결혼을 하는데 축복에 앞서 나이든 혼주의 만용이 아니고 무엇이랴. 생애 한번의 의식은 예의와 성의가 함께 하여야 품위가 있고 의미가 살아난다.

자녀의 결혼 축하를 빌미로 받는 돈봉투는 축의(祝意)의 본질이 아니다
 자녀의 결혼 축하를 빌미로 받는 돈봉투는 축의(祝意)의 본질이 아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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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한 사례와 경우들을 접하다 보니, 나는 나의 큰 애가 결혼할 때 가족만의 조촐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내와도 상의하여 나의 뜻에 따라 호응해 주어 고마웠고, 결혼 당사자인 큰 애와 의논한 바는 사돈될 어른들의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언질을 받았다.

넌지시 사돈의 생각을 눈치챈 바, 받아야 한다는 쪽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같은 식장에서 축의금을 한 쪽은 받고 한 쪽은 받지 않는 모양이 될 우려에 놓였다. 이것은 나의 고민으로 떨어졌다.

다시 아내와 상의하게 되어 어차피 서울행인데 우등버스(28인승) 한 대가 상경하면 가족과 일가 친지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달았다. 그래서 구태여 축의금 사양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결혼식을 하고 부산으로 내려올 때는 버스 안의 오붓한 가족친지들의 모임으로 뜻있는 축하연을 다시 열게 되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접수된 축의금의 일부는 내가 속한 회사의 사원복지 기금, 동문 기금으로 적립키 위한 뜻을 전하고 되돌려주었다. 혼주가 되어 자녀의 결혼 축의금을 받는 것은 세상의 이치와 맞지 않는 결례를 저지르는 일이라 생각되어서다.

자녀의 결혼 축하를 빌미로 받는 돈봉투는 축의(祝意)의 본질이 아니다. 본말이 전도된 금전 욕심의 개입이다. 참여 인원이 많으나 적으나 관계없이 동감하는 사람들 끼리 축배를 들고 싶은 것은 나만의 염원일까.


태그:#결혼식돈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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