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는 미국 극동군사령관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진주만을 기습한 일본을 공격해 1945년 8월 일본을 항복시키고, 일본점령군 사령관이 됐다. 맥아더는 우리나라 현대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맥아더기념관은 미국 버지니아 주 남쪽 항구도시 노퍽(Norfolk)에 있다. 기자는 2004년 2월 25일에 1차로, 2007년 3월 6일에 제2차로 탐방해 자료를 수집해온 바 있다. [박도 기자의 사진 근현대사] 34회는 제1차 탐방 때 중심으로 한국전쟁 이전까지 맥아더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을, 35회에서는 한국전쟁에서 해임 때까지 그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현대사와 맥아더를 연구하고자 하는 분을 위하여. -기자 말
맥아더기념관으로 가는 길1차 방문 때 '김구 검색' 팀을 지도해 주신 분은 재미 사학자 고 이도영 박사였다. 그분이 한국 현대사 자료는 맥아더기념관에도 많이 소장돼 있다고 해 2004년 2월 25일 권중희 선생과 나는 이도영 박사의 승용차에 올랐다.
메릴랜드주 칼리지파크 미국 국립문서관리청(NARA)에서 맥아더기념관이 있는 버지니아 남단 노퍽 시까지는 200마일 남짓했다. 이 박사는 당일로 그곳에 다녀오려면 아침 일찍 떠나야 한다고 부쩍 서둘렀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 워싱턴D.C. 일대가 출근시간이 돼 교통 체증이 매우 심하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아침도 거른 채 출발했다. 그랬는데도 노퍽으로 가는 길 위는 이미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워싱턴D.C. 외곽순환도로인 495번 고속도로를 벗어나 95번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그제야 다소 한가해졌다.
우리 일행은 미국 동부지방 남북을 관통하는 95번 도로를 2시간 남짓 달리자 '리치몬드'라는 도시가 나왔다. 그곳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동차에 주유도 하고, 우리 일행은 아침으로 빵 한 조각에 주스 한 잔을 마셨다. 다시 95번 고속도로를 탔다. 차량도 뜸한 일직선 길이라 다소 한가했다. 나는 핸들을 잡은 이 박사에게 물었다.
"노퍽은 맥아더의 고향입니까?""아닙니다."이 박사는 노퍽시가 맥아더기념관 유치한 배경을 설명했다. 맥아더는 아칸소주 리틀록 출신으로 노퍽은 맥아더 어머니의 고향이란다. 맥아더의 어머니는 아들이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자 학교 가까운 곳에 숙소를 구해 놓고 아들의 학교생활을 일일이 보살폈다고 한다. 뒷날 맥아더가 유엔군사령관에서 해임되자 노퍽시는 그런 연고로 맥아더기념관을 유치하고자 유족에게 노퍽 시청 건물을 헌정하겠다고 제의해 성사됐다.
우리 일행은 3시간 남짓 달린 끝에 노퍽시에 도착했다. 노퍽은 대서양 연안의 항구로 군사도시였다. 그런 탓인지 노퍽에 이르자 대서양 연안에 정박한 해군 함정들이 항구에 가득히 보였다. 노퍽 시가지에는 맥아더 장군의 관련 이미지들이 많았다. 맥아더기념관이 있는 일대는 '맥아더 스퀘어'라고 명명했는가 하면, 언저리 거리와 건물 벽 곳곳에는 미국 역사상 몇 명 안 되는 오성(五星) 장군 맥아더를 상징하는 별 다섯 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맥아더기념관의 자료들맥아더기념관 정면에는 맥아더의 동상이 서 있고, 기념관 꼭대기 국기게양대에는 커다란 성조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맥아더기념관 자료실은 단층으로 조촐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 자료실에는 맥아더가 생전에 소장했던 도서와 선물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고, 수많은 자료 파일 상자들도 잘 갈무리돼 있었다. 맥아더기념관에 진열된 선물들은 대부분 일본인에게 받은 것이었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 일본은 특유의 친절성으로 맥아더를 구워삶아 그들의 일왕제를 유지하고, 전범 처형의 확대를 막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 듯 싶었다.
우리 일행은 맥아더기념관에 들어갔다. 이도영 박사는 그곳 아키비스트에게 부탁해 자료실에 놓인 비디오를 틀었다. 그러자 1950년 한국전쟁 직전 서울 근교에서 벌어졌던 좌익사범을 처형하는 장면이 약 10분 정도 동영상으로 화면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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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형 집행관들이 좌익 혐의자들을 총살하고자 나무기둥에 묶고 있다. |
| ⓒ 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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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4월 14일 오후 3시, 서울 동북쪽 10마일 떨어진 언덕에서 39명의 좌익 혐의자를 한국군 헌병대장 감독 하에 60여명의 헌병들이 총살 집행한 장면이었다. 39명의 좌익 혐의자들은 나무기둥에 묶인 채 가리개로 눈을 덮고 가슴에 원형의 사격표지판을 붙이고 있었다.
그 나무기둥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집총한 헌병들은 지휘관의 권총 발사에 따라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그 총살이 끝나자 권총을 빼어든 검열관은 나무기둥에 묶인 처형자들의 사망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때까지 살아 숨 쉬는 자의 머리에 총을 쏴 확인사살하기도 했다.
그 동영상을 본 다음, 이 박사는 맥아더기념관에 소장된 별도 사진앨범을 신청했다. 거기에는 해방 후 한국전쟁 직전까지 있었던 좌익 게릴라들의 체포와 처형장면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좌익 게릴라 총살 장면, 지리산 일대에서 체포된 여성 게릴라들 사진, 심지어 상부 보고용으로 좌익 게릴라의 신체의 일부를 잘라 상자에 담는 사진마저 있었다.
내가 이 박사에게 앨범을 누가 만들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 박사는 그곳 아키비스트 조벨(James W. Zobel)씨에게 문의한 뒤 내게 답했다. 이 앨범은 당시 주한 미 군사고문단의 한 정보담당 주임상사가 만든 다음 도쿄 맥아더사령부에 보낸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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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속의 사진들로 좌익사범 혐의자들의 총살 장면과 좌익사범 혐의자들. |
| ⓒ 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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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앨범을 펼쳐보는 동안 모골이 송연하고 소름이 돋았다. 이들 사진을 모두 스캔하고 싶었지만, 조벨씨는 그 앨범에 수록된 사진은 다른 사진과는 달리 유료로 한 장당 100달러를 요구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앨범의 몇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걸로 만족했다.
앨범을 살펴본 뒤 조벨씨에게 한국전쟁 사진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문서 상자를 여러 개 내놨다. 거기에는 맥아더의 전 생애를 살필 수 있는 사진들로 가득했다. 이번 회에서는 한국전쟁 직전까지 맥아더 사진 몇 장만 수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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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5. 9. 2. 도쿄만 미 군함 미주리 호 함상에서 일본군 대표가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것을 맥아더 원수를 비롯한 미 장병들이 지켜보고 있다. |
| ⓒ 맥아더기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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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5. 9. 27. 도쿄, 미 극동군사령부를 방문한 일본 히로히토 일왕과 맥아더 장군. |
| ⓒ 맥아더기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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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0. 2. 18.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양국 국기에 경례하는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 |
| ⓒ 맥아더기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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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8. 8. 15. 서울, 대한민국 정부수립기념 식장에서 산파역을 맡았던 3인(왼쪽으로부터 하지 한국주둔군 사령관, 맥아더 미 극동군사령관, 이승만 대통령) |
| ⓒ 맥아더기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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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8. 8. 15. 서울, 대한민국 정부수립기념 식장에서 담소하는 맥아더 미 극동군사령관과 이승만 대통령. |
| ⓒ 맥아더기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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