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업계의 성차별 논란을 보도하는 AFP-BB 통신 갈무리.

한국 게임 업계의 성차별 논란을 보도하는 AFP-BB 통신 갈무리. ⓒ AFP-BB


최근 게임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여성 혐오' 논란에 외신도 나섰다.

AFP통신 일본어판 AFP-BB는 지난 4월 26일 '여성 혐오가 판치는 한국 게임업계, 여성 개발자가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게임 업계에서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을 비판했다.

AFP-BB통신은 "한국이 세계 6위의 게임 시장이고 최근 여성 게이머도 급증하고 있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성차별이 횡행하며 특히 여성 게임 개발자들에게 '현대판 마녀사냥' 같은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전체 게이머의 42%가 여성인 반면 게임 개발자 중 여성 비율은 25%에 불과하다"라며 "한국이 정보통신(IT) 강국이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서 가부장제의 남성 중심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게임업계서 성차별 횡행, 여성 향한 '현대판 마녀사냥' 벌어지고 있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 관해 '사상검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사 대표는 공지 글에서 원화가에게 '왜 트위터에서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계정을 팔로우했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최근 한 게임 업체의 여성 직원이 소셜미디어에서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에 관심을 보이자 이를 발견한 남성 게이머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해당 직원의 해고를 요구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 오마이뉴스


최근 한 게임 업체의 여성 직원이 소셜미디어에서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에 관심을 보이자 이를 발견한 남성 게이머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해당 직원의 해고를 요구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결국 그 여성 직원은 자신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업체는 "직원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지만 범죄는 아니다"라고 해고를 거부하면서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AFP-BB 통신은 여성 혐오에 남성 혐오로 맞선다는 온라인 페미니즘 단체 '메갈리아(Megalia)'를 소개하며 이 단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된 여성이 게임 업계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유명 게임업체 넥슨은 "소녀들에게 왕자님은 필요 없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여성 성우를 고객들의 항의에 못 이겨 끝내 해고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티셔츠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메갈리아의 소송 비용 후원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 대형 게임 업체는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의 삭제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과 민우회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이 항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AFP-BB 통신은 "많은 남성 게이머들이 여성 게임 개발자가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올리거나 '좋아요'를 누르는지 감시하고, 그런 개발자를 찾아내 해당 기업의 게임 보이콧으로 압박하며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에서 한 게임 업체의 여성 간부는 "이런 남성들은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에 관심을 보이기만 해도 '메갈리아 지지자'라는 딱지를 붙여 집요하게 공격하며 업체에 해고를 요구한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APF-BB 통신은 "남성 게이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게임의 매출이 순식간에 떨어질 우려가 있다"라며 "경쟁이 치열한 게임 업계로서는 고객들의 비난을 받는 직원을 내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게임 업체의 한 여성 경영진은 기사를 통해 "넥슨의 여성 성우 해고 소동은 많은 남성 게이머들이 여성 개발자를 마녀사냥할 권리가 있다고 믿게 만들어버렸다"라며 "지금 여성 개발자들은 여성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옹호하는 게시물은 올리지 않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과 관계 없는 개인의 신념 때문에 일터에서 제재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하지만 지금 한국의 게임 업계에서는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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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성차별 여성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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