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가 떠난 이후, 한동안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좌익수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후보는 많은데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믿고 내보낼 야수를 찾기 어려웠다. 2일 현재 타율 8위,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김헌곤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

김한수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많은 기회를 얻기 시작한 김헌곤은 지난해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4 9홈런 47타점을 기록했다. 만족스러운 기록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향후 삼성 외야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올해도 김헌곤은 '주전'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 배영섭, 박한이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주전 좌익수를 차지했다. 그 결과,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최하위로 밀려난 팀의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수 안정감' 갖춘 김헌곤, 이젠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

위기 벗어나는 kt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1사 만루 삼성 강민호 병살타 때 kt 박경수가 김헌곤을 2루에서 포스아웃 시키고 1루에 공을 던지고 있다. 2018.4.20

▲ 위기 벗어나는 kt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1사 만루 삼성 강민호 병살타 때 kt 박경수가 김헌곤을 2루에서 포스아웃 시키고 1루에 공을 던지고 있다. 2018.4.20 ⓒ 연합뉴스


타율 0.350(리그 8위) 42안타(리그 공동 4위) 출루율 0.419(리그 10위), 올 시즌 김헌곤의 주요 타격 지표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팀 내 타자들 가운데 외국인 타자 러프(1.19)에 이어 2위(0.95)이다.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는 의미이다.

174cm 81kg, 크지 않은 체구에서 나오는 정확한 타격과 빠른 움직임이 돋보인다. 컨택 능력뿐만 아니라 선구안도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올 시즌 김헌곤의 삼진 비율은 11.7%로 지난해(11.1%)와 큰 차이가 없지만 볼넷 비율은 지난해(7.2%)보다 3%가 상승했다. 시즌 초반인 점을 감안해도 기분 좋은 기록이다.

지난 시즌에는 주로 2번 타자로 나섰다면, 올 시즌에는 5번이나 6번 타순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박해민과 김상수가 테이블세터로 나서고, 이원석-러프-강민호가 중심타선을 구축함에 따라 김헌곤의 타순에 영향이 있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김헌곤은 오히려 더욱 강해졌고,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와의 홈 경기에서도 6번 타순으로 나서서 4타수 2안타(홈런 1개 포함)를 기록,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이 날 팀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는 박해민과 김헌곤 두 명에 불과했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수비에서 실책 한 개 기록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몸상태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구자욱이 복귀한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김헌곤-박해민-구자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외야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김헌곤의 활약이 더욱 반가운 이유이다.

팀 타율 8위-홈런 9위, 다른 타자들의 분발도 필요한 때

삼성은 김헌곤의 활약만으로 반등을 꿈꿀 수 없다. 다른 타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러프, 김헌곤, 김상수, 이원석 정도를 제외하면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타자가 없다. 부푼 기대 속에 팀에 합류한 강민호는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타율 0.242 3홈런 11타점, 현재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병살타(5개)를 기록했다.

김헌곤의 등장으로 외야진에 무게감을 더했지만 타선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타순을 변경하거나 백업 멤버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삼성의 올시즌 팀 타율은 0.271(전체 8위), 팀 홈런은 26개로 전체 9위에 불과하다. 득점권 타율은 0.227로 가장 낮다.

8월 중순부터 약 2주간 리그가 중단되다보니 올해 대부분의 팀들이 시즌 초반에 사활을 걸었다. 예년보다 중하위권 경쟁이 치열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하위로 처진 삼성도 시즌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중위권과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희망은 남아있다.

김헌곤의 활약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만이 두드러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강민호를 비롯해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이 살아나야 하는 것이 삼성 타선의 당면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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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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