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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을 하고 승복을 입은 스님이 돼지족발집 앞에 서서 뼈다귀 좀 달라고 탁발을 합니다. 예서 그치지 않고 닭고기를 파는 곳에도 들려 탁발을 하고, 오리고기를 파는 곳에도 들려 탁발을 합니다.

아무리 말세라고 하지만 삭발을 하고 승복을 입은 스님이 벌건 대낮에 수많은 사람들 버글거리는 시장거리를 오가며 고기 탁발을 하고 있으니 어떤 우여곡절이 있거나 피치 못한 사연이 있나 봅니다.

오가는 사람들 눈총, 수군거리는 뒷말쯤 아랑곳하지 않고 스님이 고기 탁발을 나선 건 스님이 키우는 개, 행복이와 우리에게 줄 먹이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스님은 행복이와 우리를 족보가 있는 풍산개라고 소개하고 있으니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승속을 가르지 않는 분별심인가 봅니다. 

"스님이 웬 고깃집을 돌아다닌데?""그러게 말이야. 절간에 고기가 필요한갑지."어떤 상인은 개 주려고 탁발을 하냐고 묻고는 미소를 지으며 냉장고에 넣어둔 오리 잡뼈를 찾아 주기도 하였다. 행복이와 우리는 한 일주일간 푸짐한 밥상을 받을 참이었다.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53쪽-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 지은이 도정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8년 4월 20일 / 값 4,000원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 지은이 도정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8년 4월 20일 / 값 4,000원
ⓒ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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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지은이 도정, 펴낸곳 조계종출판사)은 승려시인으로 월간 <해인>편집장을 맡고 있는 도정 스님이 살아가는 이야기, 수행자의 삶을 산나물처럼 비비고 산채정식처럼 버무려 차려낸 산문집입니다. 

산문을 진하게 우려 시처럼 곤 것인지, 시를 국수 가닦을 늘리듯 산문으로 늘린 것인지를 가늠하느라 고개를 갸우뚱 할 만큼 시집을 닮은 산문집입니다.

스님이 살아가고 있는 일상은 시어로 응축시켰고, 스님이 살아가는 풍경은 넋두리로 그리듯 옮겼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투정을 들어야 하는 귀처럼 마음을 투덜거리게 하고, 어떤 이야기는 귀엣말로 속삭여 주는 사연처럼 비밀스런 마음을 자극합니다.

어떤 의미, 어떤 뜻으로 썼건 '사랑'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사용한 것으로 봐 속세를 떠났어도 사랑은 사랑이고, 사랑은 원초적 본능인가 봅니다.

할머니께서 가져다주신 모시 원단은 도반 적삼까지 맞춰줄 만큼 넉넉하니 풍요롭습니다. 막걸리 한 병 사들고 가 뿌려주는 한우산 산신에는 오늘도 방방곡곡에 있는 수많은 산을 찾고 있는 모든 이들까지 뭇 중생으로 아우르고 있으니 산문 속을 서성이는 마음은 산신령이라도 된 듯한 오묘함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한불교조계종지주회사 도반HC의 지원으로 이 책,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6만 여부가 전국 주요사찰과 군법당에 배포되었다고 합니다. 행복이와 우리를 위해 고기 탁발을 나선 도정 스님의 하루는 시나브로 6만 독자의 여정으로 스며듭니다.

시상(詩想)을 떠올리듯 살아가고, 거칠 것 없이 산문(山門)을 드나드는 솔바람처럼 승속을 가리지 않고 불어주는 도정 스님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읊조리다 보면 고목처럼 시들해진 마음에도 알록달록한 꽃이 만화방창으로 피어납니다.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을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에서 맞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 지은이 도정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8년 4월 20일 / 값 4,000원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도정 지음, 조계종출판사(2018)


태그:#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도정, #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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