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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주민, 여행자를 위한 쉼터가 된 시인의 옛 집.
 마을주민, 여행자를 위한 쉼터가 된 시인의 옛 집.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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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물 맑고 풍광 좋은 한국의 5대강 섬진강. 봄 소식을 맨 먼저 알려주는 산수유를 비롯해 화사하고 화려한 매화와 벚꽃, 야생 녹차밭 등이 있는 풍성한 강이다. 국가하천(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가운데 수질이 가장 좋은 강이기도 하다. 

전북 임실군을 지나는 강 상류지역은 물소리가 더욱 청아하고, 강 풍경이 푸근해서 좋다. 강 위로 백로가 낮고 우아하게 날아다니고, 징검다리를 건너다보면 돌에 붙어있는 다슬기들이 꼬물거린다. 강변 마을마다 있는 정자에 앉거나 누우면 더없이 아늑한 기분이 들고, 단잠이 솔솔 몰려온다. 

섬진강을 가장 '한국적인 강'이라고 말하는 건 아마 강 상류의 정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잊고 살았던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가 절로 떠오르게 된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는 정다운 강물소리와 풋풋한 강변풍경이다. 

강진공용버스터미널(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내리면 섬진강 상류로 가는 자전거길이 나있다. 강변 자전거길을 따라 임실·곡성·구례를 지나 섬진강 하류의 광양까지 갈 수 있다.

상을 받은 마을 정자나무

 풋풋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섬진강 상류.
 풋풋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섬진강 상류.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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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탄을 자아내는 진메마을의 상징, 노거수 느티나무.
 경탄을 자아내는 진메마을의 상징, 노거수 느티나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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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어지는 나무의 신록 바라보기.
 짙어지는 나무의 신록 바라보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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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난 산책로 겸 자전거 길을 거닐다보면 진뫼마을(임실군 덕치면 장산리)을 만나게 된다. 장산리는 우리말로 부른 이름이 '진뫼'다. '긴 산'이라는 뜻이다. 전라도에선 길다를 '질다'로 말하는데, '산이 굽이 처 흐른다'라는 뜻에서 진뫼로 부른 것이란다.

낮술을 한 것도 아닌데 "크어~!" 탄성을 자아내는 노거수 느티나무가 강변에 서 있어 저절로 머물게 되는 마을이다. 키도 크고 품이 넓은 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다 앉아도 될 만큼 그늘이 넓고 시원하다. 바로 옆에 동생뻘 나무도 함께 서있다. 나무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쉬어가는 정자 역할을 해 정자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눈에 봐도 나무가 참 아름다워 자꾸만 눈길이 머물었다. 나무의 신록이 짙어지는 걸 바라보는 고요한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위안이 있다.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구나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어느 환경단체가 13번째로 '풀꽃상'을 수여할 만했다. '풀꽃상'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와 연민의 표시로 매년 주는 상이란다. 동강의 비오리, 보길도의 갯돌, 새만금 갯벌의 백합, 지리산의 물봉선 등이 그간 상을 받았단다. 하나하나가 찾아가 보고 싶게 한다.

누구에게나 편안한 쉼터가 된 시인의 옛집 


 마을주민은 물론 여행객들도 쉬어가기 좋은 아담한 고택.
 마을주민은 물론 여행객들도 쉬어가기 좋은 아담한 고택.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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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돌담길에 피어난 예쁜 꽃.
 마을 돌담길에 피어난 예쁜 꽃.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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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자나무 옆에 안내판과 함께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시인의 옛 집(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암2길 16)이 보인다. 돌담에 작은 마당이 있는 시인이 나고 자랐던 오래된 집이다. 책과 작은 책상이 있는 서재에서 김용택 시인이 쓴 섬진강 연작 시집과 사진, 여러 책들도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섬진강을 보지 않은 날이 없어요. 눈만 뜨고 방문을 열면 언제나 강이 내 눈에 들어왔지요. 우리 집 마루에 앉아도 누워도 강물은 보였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가는 길도 강가고, 학교에서도 눈만 주면 언제나 거기 강이 있었으니까요." - 김용택 시인의 에세이 중


시인은 덕치초등학교, 천담분교 등 섬진강변 학교에서 오랫동안 선생님을 했었단다. 사진 속 시인의 모습이 소박하고 푸근한 섬진강 상류 풍경과 참 닮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전국 방방곡곡에 유서 깊고 고색창연한 고택들이 많지만 이렇게 친근하고 아늑한 고택이라니...


 낮고 소박한 마을 풍경.
 낮고 소박한 마을 풍경.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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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뫼마을에 사는 참새들.
 진뫼마을에 사는 참새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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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간판에 써있는 '회문재(回文齋)' 라는 글자는 '글이 돌아온다'는 뜻이 있단다. 고맙게도 마을주민, 지나는 여행객 누구나 마루에 앉아 쉬면서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 옛 집 뒤에 새로 지은 집에서 김용택 시인 가족이 살고 있다고 먼저 고택 마루에서 쉬고 있는 방문객들이 알려줬다.

운이 좋으면 뒷짐 지고 산책 나오는 김용택 시인을 만날 수도 있다고. 시인을 만나진 못했지만 재잘거리며 오가는 귀여운 참새들이 가까이에서 돌아다녀 난생 처음 참새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갈고리 같은 발톱이 있는 발이 체구에 비해 무척 컸고, 양 볼에 까만 점이 그려져 있었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마루에 앉아 강변을 바라보는 기분이 참 좋았다. 참새나 사람 누가와도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전남 광주에서 왔다는 중년의 아주머니 두 분이 어디서 왔느냐며 호두과자를 건네주었다. 아주머니는 혼자서 200km가 넘는 긴 섬진강변 자전거여행을 하는 나를 연신 놀라워했고, 나는 친구와 함께 불쑥 짧은 봄 여행을 떠나온 아주머니들이 부러웠다.

 섬진강 상류에 많이 사는 다슬기.
 섬진강 상류에 많이 사는 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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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뫼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
 진뫼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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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서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 섬진강 시인,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28일에 다녀왔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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