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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연령 하향 촉구 기습 시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30일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지방선거 필승 다짐' 만찬장에 등장한 홍준표 대표에게 선거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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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여의도의 한 중식당 앞.

"저희의 선거권을 보장해주십시오 대표님! 청소년들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대표님! 선거연령 하향을 왜 안 해주시는 겁니까! 부끄러워서 도망가십니까! 40일째 농성 중입니다!"

경찰들의 스크럼에 뒤엉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탄 엘리베이터에선 대답이 없었다. 사복 경찰들의 눈길을 피해 숨죽이며 홍 대표를 기다린 활동가들은 경찰들과 당직자들이 만든 벽에 막혀 홍 대표의 얼굴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고래고래 소리만 쳐야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20분께 열린 '6.13 지방선거 필승 결의 한국당 의원 전체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농성단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만찬에 참석하는 홍준표 대표를 향해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 한국당 만찬장 입구에서 벌어진 기습시위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농성단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만찬에 참석하는 홍준표 대표를 향해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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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님들! 민주주의 확대 즈려밟고 식사 맛있게 하세요~', '자유한국당 의원님들! 청소년 선거권 외면하고, 식사 맛있게 하세요~',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한국당은 언제까지 근거 없는 반대만 계속할 겁니까!"라고 외치며 홍 대표에게 항의했다. 홍 대표는 이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식당으로 향했다.

홍 대표가 사라진 뒤에도 활동가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나경원·황영철·이철우·김학용·김종석·전희경·이만희·윤종필 의원 등이 이들을 지나쳤지만 "선거 연령 하향을 왜 반대합니까"라는 물음에 대답한 이는 없었다.

어느덧 40일, "당연한 권리 때문에 이렇게까지..."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농성단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만찬에 참석하는 홍준표 대표를 향해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 한국당 만찬장 입구에서 벌어진 기습시위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농성단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만찬에 참석하는 홍준표 대표를 향해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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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3월 22일 국회 앞에서 "선거 연령 18세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를 내걸고 삭발식까지 치른 뒤 천막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4월 국회 통과가 목표였는데, 어느덧 이달의 마지막 날이 됐다.

4월 국회는 김기식·드루킹 논란이 이어지면서 본회의 한번 열리지 않은 채 파행됐다. 6월 개헌은 이미 물건너갔고 선거연령 하향이 담긴 대통령 개헌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은 "한국당의 불통 때문에 선거연령 문제가 꽉 막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은 천막 농성 돌입 40일 째가 되는 날이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서 배경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배 위원장은 "4월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이 무산된 상황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만찬을 즐기는 게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 오늘 시위의 취지는 뭔가.
"뭐라도 해야 했다. 4월 통과가 목표였는데 벌써 40일째 농성 중이다. 4월 30일, 4월의 마지막날이기도 하고... 4월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날 한국당 의원들이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면서 만찬을 즐기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금 한국당 의원들이 즐기는 만찬이 무엇을 외면하고 이뤄지는 자리인지를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한국당의 변화를 촉구해왔는데 단 한 차례도 저희의 요구를 응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이토록 외면하고 청소년들의 외침에 단 한 번도 응답하지 않은 한국당이 지선 필승을 외치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 건지 말하고 싶었다."

"선거연령 하향 무산됐는데, 한국당은 만찬이라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지방선거 필승' 건배하는 홍준표-김성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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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이날 만찬 행사에 내건 현수막 문구는 '하나 된 힘으로 6.13 지방선거 필승'이었다.

- 4월 국회가 소득 없이 끝나간다.
"선거 연령 하향은 두 가지로 가능하다. 하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고 하나는 개헌이다. 그러나 둘 다 4월 국회에서 물 건너가면서 실망을 많이 했다. 개헌이 조금 미뤄진다고 해도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선거 연령 하향은 이뤄질 수 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은 이미 시대적 요구다. 한국당이 하루빨리 선거법 개정에 동의해야 한다."

윤가빈(18)씨도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 윤씨는 자신을 강제로 끌어내려는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경찰들 앞에선 애써 당당했지만, 시위가 끝난 뒤에도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윤씨는 어렵게 여론화한 선거 연령 하향 운동이 다시 수면 아래로 묻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참정권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정말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요. 우리들 목소리를 무시하는 한국당 의원들도 그렇고, 우리를 강제로 끌어내는 경찰들도 그렇고... 선거권은 아주 당연한 권리인 건데...

아마 앞으로 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 연령 하향 문제가 묻혀버릴 것 같아 걱정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싸워야죠. 경찰들한테 매번 끌려나가고 매번 우리의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게 화가 나서라도 더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거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거잖아요."


태그:#선거연령하향, #18세선거권, #홍준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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