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경남의 박지수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 슛으로 인천의 골문을 노리는 순간

3분, 경남의 박지수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 슛으로 인천의 골문을 노리는 순간 ⓒ 심재철


수비수가 웬만한 공격수보다 더 날렵한 몸놀림으로 기막힌 오버헤드킥을 성공시켰다. 89분에 터진 3-2 펠레 스코어 역전 결승골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5년 전 인천에서 '쫓겨난' 박지수였다. 그는 눈물을 꾹 삼키고 유니폼 상의를 벗어 자신의 이름을 인천 관중들에게 들어 보였다.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었을까?

김종부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29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1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종료 직전 터진 박지수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문선민이 신나게 달렸지만 '주저앉은' 인천 유나이티드

출발은 인천 유나이티드가 좋았다. 날개 공격수 문선민의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의 김승대를 떠올리게 하는 오프사이드 라인 브레이킹이 압권이었다.

10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이윤표가 차올린 공을 골잡이 무고사가 머리로 넘겨주었고 경남 센터백 여성해를 따돌리고 달려 들어간 문선민이 침착한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최근 4경기 연속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나려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희망가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인천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27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오른쪽 풀백으로 나온 박종진이 어이없는 패스 실수를 저질러 경남 네게바의 멋진 중거리슛 동점골을 도왔다. 2018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의 문제점이 양쪽 풀백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27분, 경남 네게바의 오른발 중거리슛 동점골 순간

27분, 경남 네게바의 오른발 중거리슛 동점골 순간 ⓒ 심재철


그로부터 10분 뒤 인천 유나이티드는 또 하나의 명품 역습을 자랑하며 2-1로 달아났다.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플레이메이커 아길라르가 기막힌 타이밍의 전진 패스로 문선민을 또 한 번 빛낸 것이다. 문선민은 첫 골처럼 경남 수비수 여성해를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굴려 넣었다.

경남 FC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말컹과 배기종 두 선수를 한꺼번에 들여보냈다. 이번 시즌 외국인 골잡이 대결 중 가장 흥미로운 대진표인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vs. 경남 FC 말컹'의 실력 겨루기가 제대로 펼쳐진 것이다.

경남FC가 쓴 역전 드라마, 주인공은 '박지수'

후반전 시작 후 4분 만에 큰 변수가 생겼다. 말컹과 함께 경남 FC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네게바가 인천 미드필더 아길라르의 드리블을 막다가 발뒤꿈치를 심하게 밟아 퇴장당한 것이다. 말컹이 뛰기 시작했지만 경남 FC는 제대로 공격을 퍼부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천 유나이티드는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터지고 말았다. 59분에 골문 바로 앞 높은 공 다툼 과정에서 왼쪽 풀백 김용환이 경남 FC 주장 배기종을 밀어 넘어뜨렸다. 김우성 주심이 휘슬을 길게 불고 노란딱지까지 내밀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용환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지만 이의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11m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말컹의 페널티킥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지만 운 좋게도 오른쪽 기둥에 맞은 공이 말컹 앞으로 굴러와 쉽게 차 넣을 수 있었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의 역습을 지혜롭게 막아내는 경남 FC 박지수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의 역습을 지혜롭게 막아내는 경남 FC 박지수 ⓒ 심재철


그리고 경기는 박지수 주연의 드라마로 바뀌었다. 경기 초반부터 세트피스 기회가 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여 높은 점프력을 자랑했던 경남 FC 센터백 박지수가 믿기 힘든 대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89분, 경남 FC의 오른쪽 코너킥이 올라왔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와 경남 골잡이 말컹의 헤더 싸움이 있었고 바로 앞에 떨어진 공을 박지수가 발끝으로 들어 올렸다. 공격수들이 자랑하는 감각적인 첫 터치를 센터백 박지수가 보란 듯이 해낸 것이다. 그리고는 몸 중심을 낮추어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공격수들도 해내기 힘든 멋진 가위차기 순간이었다.

이때 김우성 주심은 휘슬을 불어 박지수의 반칙을 선언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이윤표가 머리로 걷어내려는 동작과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김우성 주심은 2부심과 상의 후 박지수의 득점을 인정했다.

박지수는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 U-18 대건고 출신 센터백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 선수가 됐지만 단 1경기도 뛰어보지 못하고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그였기에 2018년 4월 2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첫 만남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축구화를 벗고 방황하던 그가 2014년 의정부 FC(K3)를 거쳐 경남 FC에 입단 테스트를 통과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박지수는 바로 이날을 꿈꾸며 세 시즌 동안 경남 FC의 센터백으로 그 실력을 키워온 것이다.

자신을 매정하게 쫓아낸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첫 대결이었기에 더욱 설레는 날이었고 박지수는 거짓말 같은 3-2 결승골을 누구보다 멋지게 꽂아넣었다. 그 감격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박지수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들고 자기 이름을 높이 치켜들었다. 멀리서 찾아온 경남 FC 서포터즈는 물론 인천 유나이티드 홈팬들에게도 박지수라는 이름을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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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 원 10라운드 결과(29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3 경남 FC [득점 : 문선민(10분,도움-무고사), 문선민(37분,도움-아길라르) / 네게바(27분), 말컹(60분), 박지수(89분)]

◎ 박지수 선수 프로필
- 1994년 6월 13일생
-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인천 유나이티드 U-18 대건고 졸업 후 프로 직행)
-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 방출
- 2014년 의정부 FC(K3)
- 2015년 경남 FC 입단 테스트 합격
- 경남 FC 103경기 6득점 2도움
축구 박지수 경남 FC 인천 유나이티드 FC 대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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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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