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마운드와 짜임새 있는 타선, 지난해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KIA는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줬다. 불펜이 흔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투-타 조화 속에 시즌 내내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올시즌도 KIA는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외국인 3인방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고, 외야수 김호령의 군입대 이외에는 전력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SK, 두산 등 KIA를 위협할 만한 팀은 있어도 KIA의 통합 2연패 도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랬던 KIA가 4월 한 달간 9승 12패, 승률 0.429에 그쳤다. 29일 KT전 패배로 한화, KT에 밀려 6위까지 떨어진 KIA로선 4월을 찜찜하게 마무리했다. 무엇보다도 '4월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마운드가 KIA의 발목을 잡았다. KBO리그 기록 전문 '스탯티즈'에 따르면, KIA의 팀 투수 WAR은 1.85로 리그에서 롯데(0.63)와 KT(1.03) 다음으로 낮다. 지난해 19.63으로 3위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보다 위력 떨어진 헥터-양현종 원투펀치, 3~5선발 무게감도 아쉬워

지난해 KIA는 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와 타선의 대량 득점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20승 듀오' 헥터-양현종은 전반기에 많은 승수를 쌓아올리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헥터의 경우 지난해 개인 14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줬다.

냉정하게 말해서, 올해도 이들에게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이들을 받쳐줄 수 있는 3~5선발 투수들이 호투해야 두 선발 투수가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데, 현재 KIA 선발진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임기영은 4월 중순 이후에 1군에 올라왔고, 대체 선발로 나섰던 정용운과 이민우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헥터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발진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헥터와 양현종 역시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헥터는 올시즌 6경기 2승 1패 ERA 4.86으로 4월 6일 넥센전 이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여전히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지난해보다 불안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32였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56까지 치솟았고, 피안타율(0.279->0.315)도 상승했다.

헥터에 비해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양현종은 6경기 3승 2패 ERA 2.84로 그 중 5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펜이 약하다보니 양현종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6일 한화전에서는 9이닝 완봉승에 도전하다가 9회초에만 3실점을 허용하며 승리가 날아갔고 시즌 2패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나마 김기태 감독이 믿는 카드 중 하나인 한승혁이 지난 27일 수원 KT전에서 1468일 만에 퀄리티스타트+선발승을 챙기면서 희망을 보여줬다. 현재로선 헥터-양현종-팻딘-임기영-한승혁으로 이어지는 5선발이 반등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ERA 최하위' 올시즌도 믿을 수 없는 불펜

불펜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김세현을 영입하면서 뒷문 강화에 나섰고, 실제로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영입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새 시즌이 시작되면서 불펜의 상태는 지난해 정규시즌으로 되돌아갔고, 30일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 5.51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KIA 마무리 김세현 13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KIA 마무리 김세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8.4.13

▲ KIA 마무리 김세현 지난 13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KIA 마무리 김세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무리 김세현은 올시즌 11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4세이브 ERA 6.75, 18일 LG전 이후 열흘 넘게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했다. 등판 기회가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팀이 김세현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트레이드 효과는 지난해 몇 달만으로 반짝하고 사라지는 셈이다.

나머지 투수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셋업맨 김윤동(13G 2승 1패 2홀드 ERA 4.15)과 임창용(10G 3홀드 ERA 3.12) 두 투수의 분전만으로는 불펜 운영이 어렵다. 팀 내에서 보기 드문 좌완 불펜 자원 중 한 명인 임기준(12G 1승 1패 1홀드 ERA 9.00)의 부진이 아쉽다.

불펜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당분간 KIA는 상위권 도약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마운드뿐만 아니라 타선의 침체도 KIA를 부진에 빠뜨린 요인이지만 마운드의 무게감이 확연하게 다른 만큼 이범호, 안치홍의 복귀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마이너스 요인을 플러스 요인으로 바꿔야 하는 게 KIA 마운드의 과제이다.

1위 두산과 7경기 차로 선두권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KIA로선 5월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29일 경기까지 올시즌 28경기 13승 15패로 5할 승률마저 붕괴됐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중하위권 팀들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디펜딩 챔피언의 '완벽한' 마운드를 언제쯤이면 볼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