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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회담의 성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공동연락연구소의 설치, 동해선 철도 연결 등의 합의가 이뤄졌다. '위장 평화쇼'라느니 '원래도 다 있었던 합의'라느니 하는 반응들도 있지만, 폄훼에 불과하다. '광복절에'이산가족 상봉, '가을에'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연내'종전협정 등 합의 내용의 상당수가 그 구체적인 일정까지 조율되어 나온데다 회담 당일에 명문화까지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진전에 통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평양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고, 프랑스 파리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날을 생각하면 가슴 벅차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 그리고 그 기대들 중엔 징병제의 축소, 폐지에 대한 것들도 있다. 분단국가의 현실을 몸으로 느끼며 자라오지 않은 지금 군미필 세대들 사이에선 징병제가 가장 본인의 현실에 가까운 이슈이다보니, 거기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안타까운 것은 징병제 축소, 폐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SNS상에 '통일, 군대'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죽거리는 반응 일색이다. 통일 돼봤자 지리적 특성 탓에 징병제 폐지는 안 될테니 허황된 기대를 접으라느니, 통일되면 자대배치를 개마고원으로 받는 수가 있다느니 하는 식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들이니 그냥 유쾌하게 듣고 말 일이지, 구태여 안타까워 할 것은 무어냘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주 멀거나 심지어 영영 불가능할 것 같았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실로 오랜만에 다시 뜨거워진 이 상황에서 나는 일각의 이런 반응들에 마냥 웃지만은 못 하겠다. 불편하다.

 통일로 인한 징병제 폐지에 기대여론이 일자 '통일되면 개마고원에서 군복무한다'는 식의 반론, 혹은 '조롱'여론이 일었다. 심지어 '통일로 인한 징병제 폐지 떡고물만 기대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활발해져야 한다.
 통일로 인한 징병제 폐지에 기대여론이 일자 '통일되면 개마고원에서 군복무한다'는 식의 반론, 혹은 '조롱'여론이 일었다. 심지어 '통일로 인한 징병제 폐지 떡고물만 기대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활발해져야 한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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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불편함은 이런 '농담'을 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같은 민족끼리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과, 열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당연한 국방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 돼봤자 우리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끼여 있는 입장이라 안보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통일이 되지 않은 지금도 일본, 중국,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통일이 돼도 국방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의 정도와 국방을 위한 비용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부는 이 '개마고원 농담'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제 겨우 첫 삽을 떴을 뿐인데 징병제 없어질 기대나 하고 있다'는 식의 반응까지 내놓는데 이건 더 안타깝다. 통일은 왜 해야 하는가. 반만년 역사동안 한 핏줄을 나눈 겨레의 '얼'을 보존하기 위해? 그것이 아름답고 이상적인 일이라서? 천만에. 군사, 외교적 제도와 합의는 절대 그런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모름지기 통일을 목표로) 북한과의 관계 계선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국가와 국민 개개인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일을 통해 각 개인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익에는 당연하 징병제로부터의 해방도 포함된다. 징병제 폐지에 대한 기대를, 떡고물부터 기대하는 천박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 땅의 젊은 사내들이 꽃같은 청춘의 피같은 시간을 철책에서 고생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아프다.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적어도 얼굴 맞대고 있는 같은 민족끼리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이 일촉즉발의 현실 만큼은 극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징병제 폐지를 포함하여 '통일이 되면 가능한 것들'에 대한 기대를 위축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리어, 평양가서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고, 기차타고 프랑스 파리에 다녀올 수 있고, 수학여행으로 발해와 고려 유적들을 보러 갈 수 있는 날에 대한 '기대'가 더 다양하고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꿈은 구체적으로 꾸는 것이 좋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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