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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판결 철회하라!
이길 때까지 싸운다!
부당판결 용서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

재판부의 판결 후 부당판결임을 알리는 변호인단
▲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판결 재판부의 판결 후 부당판결임을 알리는 변호인단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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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조국의 두 정상들이 화해와 통일을 위해 손을 잡던 그 시간에도, 일본 사회와 사법부의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거둬지지 않았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일본 나고야에 있는 아이치지방법원 앞에는 5년간 이어져온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의 판결을 방청하기 위해 모여 든 수백 명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은 지난 2010년 시작된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가 부당하게 제외된 것에 대해 당시 학생들이 원고가 되어 일본 정부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재판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결정문을 짧게 읽는 것으로 재판을 마쳤다. 판결 후 변호인단은 법원 앞에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 앞에 '부당판결', '차별행정 용인'이라는 막을 들고 재판의 결과를 알렸다. 결과를 접한 지지자들은 눈물을 터뜨리기도 하고 부당한 판결을 성토하고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나타냈다.

2010년 당시 민주당 정권에서 시작된 '고교무상화' 제도는 현재의 아베 자민당정권이 등장한 이후,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다', '조총련과의 밀접한 관계' 등의 이유를 들어 조선학교를 제도 적용의 대상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제외했다.

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부정한 일본 정부의 조치에 항의해, 조선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 당사자를 비롯해 일본 사회의 양심있는 시민들은 조선학교가 있는 각지역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무상화 배제'의 철회를 요구하는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 이미 지난 해 있었던 판결에서 도쿄와 히로시마는 원고 패소했고, 오사카만이 승소를 했다.

민족교육이 차별의 대상이 되는 일본 사회

조선학교는 일본으로부터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은 이들이, 자신들의 뿌리와 민족의 언어를 배우고, 민족의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이다. 1948년 일본 정부의 부당한 탄압을 받은 이들이 일어선 '한신교육투쟁'을 거치면서 지켜온 민족교육의 산실이자 증인이다. 그 이후로도 조선학교는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쉼없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지난 2002년 북일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자, 자신들의 과거 침략에 대한 사실은 잊어버린 듯이 치마저고리를 입은 조선학교 학생들을 공격했다. 2009년에는 우익단체에 의한 교토조선학교 습격사건이 발생하는 등 그 차별적 행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에 앞서 방청권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지원자들.
▲ '아이치조선고교무상화' 재판 재판에 앞서 방청권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지원자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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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판결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변호인단은 사법부가 정치와 독립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된 판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발언에 나선 이 학교 조경환 교장은 "오늘은 아침에 남북정상이 만나는 아주 기분 좋은 출발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너무나 유감스러운 판결이 나왔습니다. 남북정상은 분단의 선을 넘었는데, 무상화는 그 선을 아직 넘지 못했습니다"라며 남북분단의 장벽보다도 더 높아 보이는 일본 사회에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본사회에 만연한 북한 때리기

변호인단의 일원으로 본인도 조선학교 출신인 배명옥 변호사는 "일본은 일본의 민족교육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듯이, 조선사람에게 조선의 민족교육을 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다른 외국인학교가 자신들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가르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거나 그것을 이유로 고교무상화에서 배제된 예는 없고 오로지 조선학교만이 유일한 경우이다. 모든 외국인 학교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조선학교만은 북한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그 권리를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변호인단의 일원인 나카타니 유지 변호사는 이런 일련의 법원의 판단이 결코 정치와 무관하지 않고, "판사들의 편견이 고스란히 드러난 판결"이라며 "일본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편견, 즉 북한이 일본에 대해 위협적인 존재라고 선동함으로써 일본 사회에 북한 혐오가 넘쳐나고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 변호사는 이어 "하지만 남북, 북미 회담이 잘 진행된다면 일본사회가 갖고 있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올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화를 통해 남북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는 것에 대해 아주 높게 평가한다" 말해 결코 조선학교 문제가 일본 사회 내에서 정치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승리하는 날까지 싸울 것

변호인단 단장인 우치카와 요시카즈 변호사는 10년 전 자신이 참여했던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위헌 소송에서 "하급심에서는 모든 패소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고등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재판도 오늘의 패배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 판결에 대해 주저없이 분노하며 모든 것이 잘못된 판결임을 인식하고, 항소심에서는 이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을 다짐했다.

조국의 식민지화 그리고 분단에 의해 태어난 자이니치 사회. 그리고 그 자이니치 사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역할을 해 온 조선학교. 하지만 구 식민지 종주국인 일본 사회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한반도와 자이니치 사회를 바라보고 차별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남북정상이 만나 모두가 기뻐하며 들떠있던 날이어서 더욱 이날의 재판 결과가 애처롭고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본 사회에서 아이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뿌리를 밝히면서도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있도록 한국사회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아이치 조선학교 조경환 교장
▲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아이치 조선학교 조경환 교장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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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결과가 알려진 후 부당한 판결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 판결 결과가 알려진 후 부당한 판결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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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변호인단 단장 우치카와 요시카즈 변호사
▲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변호인단 단장 우치카와 요시카즈 변호사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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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판은 일본사회의 북한에 대한 편견이 고스란히 드러난 재판이다"라고 말하는 변호인단 나카타니 유지 변호사
▲ '아이치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 "이 재판은 일본사회의 북한에 대한 편견이 고스란히 드러난 재판이다"라고 말하는 변호인단 나카타니 유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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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이치 조선학교 , #무상화 배제 , #부당판결, #아이치 지방 법원, #나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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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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