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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및 전동휠체어 보험 협약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및 전동휠체어 보험 협약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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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연일 삼성을 향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압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은 삼성중공업의 삼성생명을 통한 자금 조달을 문제 삼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금융 시장에선 삼성생명이 금융위의 요구대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경우, 주식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조 원에 가까운 삼성전자 주식이 대거 시장에 나올 경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이 금융개혁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시점은 지난 20일 금융위 간부회의 때였다. 이날 그는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와 관련해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 자발적 개선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최 위원장은 앞선 발언에 대해 "삼성이 제일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회사"라며 "삼성 지배구조에 관한 논란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주식 매각 등) 그런 것들이 강제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회사가 스스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는 차원으로 말했다"고 했다.

삼성생명, 보험업감독규정 바뀌면 삼성 계열사 주식 27조 원 팔아야

삼성생명이 이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처럼 삼성전자 등의 지분을 유지할 경우 금융당국이 꺼낼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카드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이다. 현재 해당 규정에선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 또는 채권 금액의 기준을 취득원가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가진 계열사 주식의 가치를 지금의 주가가 아닌 과거 주식을 살 때의 주가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 내용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으로 바꾸면 삼성생명은 삼성 계열사 주식 가운데 약 27조 원을 팔아야만 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과거보다 현재의 주가가 훨씬 높아졌는데 금융회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내다 팔거나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27조 원이라는 물량을 주식시장에 풀면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금융위 쪽에서도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법 개정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론적으론 금융위가 감독규정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만 국회에서 법으로 해결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회에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상위법이 바뀌면 하위법은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 감독규정은 보험업법 아래에 있는 행정규칙이다.

지주회사 아닌 삼성물산, 계열사 주식 많이 사기 어려워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가 미진할 경우 최종구 위원장이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에 전면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생명이 내놓은 계열사 주식을 누가 사느냐가 쟁점으로 남는다. 재계,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가 27조원 어치의 주식을 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삼성물산이 이를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에서 매각하는 삼성전자 등의 주식을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물산은 지주회사가 아니어서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50% 이상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삼성생명이 파는 주식 27조 원 어치를 사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27조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지만 국회 문턱을 통과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은 법령 개정 등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 경우 특정주주가 가진 주식을 회사가 자사주로 사들여 소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보험업 감독규정이 개정돼 삼성생명이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면, 회사가 이를 직접 사들여 장외에서 없앨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금융위서 먼저 규정 바꿔야"...지분문제 해소할 법안은 국회 계류 중

이런 법안이 당장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선 금융위가 나서서 보험업 감독규정을 바꾸면 자본시장법 개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보험업 감독규정이 먼저 바뀌면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어떤 식으로든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가 개선된다면 내부에서 삼성 지분이 줄고 외국인주주 지분이 늘어나 회사가 배당 확대 등 무리한 요구를 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주식을 가져가는 것이지 (국내 주식은 내국인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애국심 마케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사서 주가가 오른다면 국내 펀드매니저들이 알아서 삼성생명 주식을 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를 열고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같은 계열사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 집단이나 보험사 등을 모기업으로 둔 금융그룹의 자본금과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이날 금감원은 대기업 집단의 몇 가지 문제 있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해결하라 압박했는데, 이 사례 가운데 삼성의 경우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계열사를 지원한 이후 계열사 경영이 악화되면 금융회사로 부실이 옮겨갈 수 있고 금융그룹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평판도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약 1조 5000억 원의 증자를 추진했는데, 이에 삼성생명이 약 39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태그:#삼성생명, #삼성전자, #최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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