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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추천위원회는 허울뿐 사실상 조양호 회장이 결정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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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총장 선출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과 맞물리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최근 인하대총학생회동문협의회가 한진 '족벌경영' 청산을 주장하며, 총장 직선제 도입을 주장한 데 이어, 인하대교수회는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함께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전환을 촉구했다.
 
자율성 보장은 우선 현재 조양호 회장이 사실상 결정하는 총장 선출 제도와 대학 운영을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전환하는 것이고, '공영형 사립대학'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제로 사립학교의 소유권은 인정해 주되 대학운영은 정부 재정을 바탕으로 공영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인하대 총장 선출 방식은 정석인하학원이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를 거쳐 심사한 뒤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조양호 이사장이 면접을 거쳐 낙점하는 방식이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한진 5명, 교수회 4명, 총동창회1명, 외부인사 1명으로 구성 되는데, 이 외부인사 1명마저 한진이 추천하는 인사라 사실상 총장은 한진그룹 인사들이 검토해서 조양호 회장이 낙점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선출된 총장이 최근 10여년 간 모두 제 임기를 마치지 못하면서 인하대에 폐단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총장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학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조양호 이사장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최근 10년간 총장 네 명 임기 중 모두 '불명예' 하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자료사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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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인하대에는 단과대학 및 학과 통폐합, 연봉제 도입, 프라임 사업 갈등, 송도캠퍼스 부지 일방적인 변경 등으로 학내 갈등이 끊이질 않았고, 조양호 회장이 임명한 총장은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야만 했다. 사실상 조 회장의 인사 실패였다(관련기사:  대학 총장에게 서류 던지고 막말... 끝없는 조현아의 갑질 이력 ). 
 
지난 2008년 홍승용 총장은 연임 후 1년 만에 이사회 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서류를 집어 던지고 폭언을 퍼붓자 모멸감에 총장을 그만 뒀다. 뒤를 이은 이본수 총장은 학교 구성원들의 지지가 높았지만 2011년 3년 만에 그만뒀다. 2011년 취임한 박춘배 총장은 학내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4년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해 한진은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대학 적립금 130억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순자 총장을 해임했다.
 
인하대교수회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조양호 이사장에게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대학은 명령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제왕적인 이사장과 허울뿐인 총장이 이끌어 가는 기형적 리더십으로 운영됐다. 이게 우리 대학 위기의 숨겨진 본질이다"며 "새 총장이 와도 파행적 리더십이 반복되는 한 인하대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비판했다.
 
교수회, 제도 개선 거부 시 '총장 선출 보이콧'
 
그런 뒤 교수회는 대학 정상화를 위해 우선 선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한진 5명, 교수회 4명, 동창회 1명, 외부인사 1명으로 구성하는 추천위원 중 외부인사 1명을 한진 측 위원과 교수 위원들의 합의로 추천할 것을 제안했다.
 
인하대교수회는 "이는 정관상 하자가 없고, 한진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는 합리적인 방안이다. 교수회는 이미 한진에 공문을 보냈는데, 아직 답이 없다"며 "우리의 제안을 거부하거나 묵살할 경우 민주적인 총장 선출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장 선출을 보이콧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수회는 한진이 이를 수용할 경우 학교 구성원들이 공모에 지원한 총장 후보들의 학교 현안과 발전계획에 관한 정책을 알 수 있고, 자질을 판단할 수 있게 공모 과정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대학재정에 한진 자금 3% '손 떼고' 자율성 보장해야
 
교수회는 나아가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대학 재정은 연간 2500억원 규모이고, 이중 한진이 지원하는 자금은 3%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실상 한진이 대학 운영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교수회는 "총장이 자율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권한과 책임을 온전히 부여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제왕적인 이사장 군림 아래 재단의 평이사들까지도 총장이나 보직교수를 하청기업 직원 대하듯 지시하고 능멸하는 행태가 만연했다. 보직교수들이 재단 이사를 만나고 나면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는 진술을 수없이 들었다"며 자율성 보장을 촉구했다.
 
교수호는 "지난 3월 14일 조양호 회장이 한진그룹 주요 경영진과 함께 한 자리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그 말에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그 변화는 바로 대학에서부터 먼저 시작해야 마땅하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 공영형 사립대학 도입 연구용역 중
 
아울러 교수회는 인하대의 중장기 발전 비전으로 문재인 정부가 교육부 정책과제로 채택해 연구 중인 공영형 사립대학을 한진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한진에게 대학 소유권을 인정하되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부담하고, 운영 역시 교육부가 일정하게 관리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교육부는 5월까지 연구용역 중이며, 이르면 6월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수회는 이밖에도 송도 캠퍼스 문제 해결을 포함한 캠퍼스 마스터플랜 확립,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130억원 손실 보전 방안 강구, 재단 전입금 확충을 포함한 재정 개선 방안, 최순자 전 총장 재임기간 재정운용과 인사행정의 비정상적 적폐 청산, 교직원 처우 개선, 성과연봉제 추진 철회 등을 요구했다.
 
교수회는 "학교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 한진과 학교 구성원들이(학생회, 교수회, 직원노조)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 총장과 함께 새로운 미래가 열리길 간절히 희망한다"며 "희망이 또 다시 무산될 경우 우리는 전체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단호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태그:#인하대, #한진, #정석인하학원, #한진 갑질, #공영형 사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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