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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거래되는 인삼(수삼) 은 '채'를 보편적인 단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인삼(수삼) 은 '채'를 보편적인 단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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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중에서 거래되는 인삼(수삼)들은 질량 국제표준 질량 단위인 그램(g)이나 킬로그램(kg)보다는 '채' 또는 '차'라는 단위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채'를 '채08 「의존명사」…「4」가공하지 아니한 인삼을 묶어 세는 단위. 한 채는 인삼 100근이다'로 정의하고 있고, '근02(斤) 「의존명사」「1」무게의 단위. 한 근은 고기나 한약재의 무게를 잴 때는 600그램에 해당하고, 과일이나 채소 따위의 무게를 잴 때는 한 관의 10분의 1로 375그램에 해당한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인삼용어해설집>에는 '차(채) :수삼 또는 묘삼을 거래하는 무게 단위로 1차(채)의 무게는 750(g)임(출처: 농업진흥청 작물과학원 인삼약초연구소 (2008))'으로 돼있고, <인삼도감>에서는 '차(次) 水蔘의 重量單位(20兩重)·750g. 10合을 1次라 함(채)(출처: <인삼도감> / 한국인삼경작조합연합회 (1986))'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삼 무게 단위 '채' 무려 80배 차이 나

국립국어원의 <표준한국어대사전>에서는 '근'을 600g과 375g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한 채'는 '100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표준한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해 '채'를 '근'으로 환산하면 '1채 = 60Kg 또는 37.5Kg'이 돼 <인삼용어해설집>과 <인삼도감>에서 설명하고 있는 750g과는 무려 50∼80배나 차이가 나게 됩니다.

'채'는 표준어(용어)라는 의미를 넘어 거래에 기준이 되고 있는 중량 단위입니다. 단위가 갖는 엄중함으로 볼 때 기관별로 상이하게 설명하고 있는 '채'는 반드시 바르게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채에 대한 내용('채'에 대한 설명(정의))이 하루라도 빨리 정리되지 않을 경우 아래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인산(수삼)
 인산(수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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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쁜 마음('채'에 대한 정의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을 먹고, 시중에서 통용되고 있는 1채(750g)에 해당하는 가격을 기준단가로 해 인삼농가와 1000채의 수삼을 구매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계약서 어느 부분에 아주 작은 글씨로(이 계약서에 사용된 단어(내용)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기준)이라고 부기해 놉니다.

인삼수확기가 되면 인삼농가에서는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1000채(750Kg=1000채 X 750g/채)에 해당하는 인삼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때,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계약서(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기준)를 제시하며 3만7500Kg(1000채 X (100근 X (375g/근)/채) 내지는 6만kg(100근 x (600g/근)/채)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삼 농가에서는 졸지에 어림하고 있던 인삼량에 50배 내지 80배에 해당하는 인삼을 강탈(?) 당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하루라도 빨리 '채' 단위 정리 해야

지난 2월, 위와 같은 취지의 내용을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국립국어원에 민원으로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에서는 민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우리말 큰사전>(1992), <조선말 대사전>(1992), <금성 국어 대사전>(1991), <새우리말큰사전>(1989), <민중 국어대사전>, <조선말 큰사전>(1957), <인삼도감>, <인삼용어해설집> 등에 수록돼 있는 '채'에 대한 정의(내용)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삼과 관련된 여러 전문 자료와 관련 부처에 문의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의 '채08'의 뜻풀이 보완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토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 대해서 선생님의 큰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중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설명도 있었습니다.

인삼(수삼)은 지금 이 시간에도 거래되고 있으며, 가을이 되면 대량 거래가 이뤄질 것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나름의 절차를 걸쳐 '채'와 관련한 정의를 정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인삼 거래 단위로 사용되고 있는 '채'는 일상용어와는 달리 예기치 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를 내재하고 있음을 엄중히 여겨 하루라도 빨리 정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국립국어원 답변자는 언어정보과 학예연구사 최정도님이며 전화를 통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태그:#인삼, #수삼, #채, #차,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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