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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남북정상회담은 작은 언덕을 오르는 것"
ⓒ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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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지만, '비핵화' 문제가 정상회담 핵심의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큰 것도 그만큼 북한 핵문제가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이고,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길을 잘 터야 북미정상회담 성공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지난 13일 취임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최소한 지난 3월6일 평양에서 복귀한 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전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정도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표기'될 것"이라며 "그것만 담아도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전제 하에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합의 과정을 최대한 압축해서 완행열차가 아니라 고속철도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빠른 비핵화를 원하면 그에 대한 상응조치도 빠르고  압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정말 중요한 합의가 많고, 각종 분야가 다 망라돼 있다"며 "그런데 이행이 안됐다. 이제는 구체적인 내용이 뭐냐 보다는 실제로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거냐는 부분을 합의문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행합의'가 이번 합의문에 담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지난 24일 통일연구원 원장실에서 한 김 원장과의 문답 전문.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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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지난 20일 결정서를 전반적으로 평가해달라.
"북 전원회의 결정서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당의 전원회의라는 건 중요한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여러 주요 요소가 들어있다. 이번에는 인사문제도 중요하다. 대남정책의 책임을 맡았던 이들이 후보위원에서 정위원으로 승진했다. (대남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또 핵무력·경제 병진노선 과정에서 핵 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제는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문의 우선적인 독자는 북한 주민이다. 북한 내부적인 논리가 제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그 부분을 해석할 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내적, 정당성 차원에서 얘기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평가해야 한다. 북한이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건 국내적 논리로 치면, 핵무기를 갖고 있어서 핵개발에 돈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뜻한다. 대외적으로 보면 결국 북한이 경제에 집중하려면 제재 완화, 미국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논리적인 단계들을 고려하면 북한이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건 핵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말에서 행간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핵실험을 중지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선언'이란 비판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3월 5일에 대북특별사절단(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했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 한마디가 있었기 때문에 정의용 실장 등이 워싱턴에 가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혀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그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북중 정상회담도 그 말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비핵화의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이번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선언한 거다.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을 빼고, 이 조치만 놓고 본다면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핵무장 선언과 연결해서 볼 수 있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천명이라는 전제와 최근 한 달 반 이상 진행된 한반도의 급변, 새로운 변화를 염두에 두면 이런 해석은 맞지 않는다.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한건 미국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은 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재진입 기술 단계에 이르렀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확인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현재 수준에서 미사일을 동결 한다는 건 미국에게 중요한 메시지다가 된다. 비핵화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이 두 가지 조치는 사전적인 신뢰구축을 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빠른 비핵화 원한다면 상응조치도 빠르고 압축적으로"

-일부 보수진영에선 '합의보다 중요한 건 실천이라며, 북한은 내내 합의를 번복했고 실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남북미 모두 똑같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최종 비핵화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관계가 달라지면,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과거에는 비핵화 단계를 너무 세부화해서 진행했고, 단계를 많이 설정하다 보니 중간에 동력이 떨어졌다. 특히 정부가 바뀌고 그에 따라 대북정책이 바뀌면 합의가 깨지는 상황이 생겼다. 이번에는 그 과정을 최대한 압축해야 한다. 그야말로 완행열차가 아니라 고속철도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빠른 비핵화를 원하면 그에 대한 상응조치도 빠르고  압축적으로 해야 한다. 또 그 과정을 압축할 때는 북한의 안보 위협을 최소화하는 방식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압축적이라는 건 일방적인 게 아니라 상호적인 거다. 그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 남북정상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인 평화체제, 남북관계 진전 등 세 가지다.합의문을 예상한다면?
"최근의 언론보도는 이 세 가지 의제 중 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세 번째, '남북관계 진전'분야다. 비핵화는 원칙적인 수준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역시 남북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북미가 해야 하는 게 있다. 종전선언을 남북 간에 할 수는 없지 않나. 결국 10.4 합의처럼 제안하는 수준이 될 거다. 이러한 종전 선언을 3자 또는 4자가 하자고 남북이 제안하는 방식 정도다. 그런데 남북 관계 발전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얼마든지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다.  남북 관계 발전이 비핵화 수준과 평화정착 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남북 간에 논의 할 수 있는 게 많다.

대화의 동력을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 그러려면 정상회담이 됐든 분야별 회담이 됐든 회담을 어떻게 정례화하고 상시화, 상설화 할 것인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 이번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데 어떻게 DMZ(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비무장지대로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산가족 문제 등 포함해 현안이 많다.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부도 의제에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것이다. 남북이 진전시킬 수 있는 의제가 있고 북미 관계나 국제환경을 고려해서 나중에 논의할 의제가 있을 거 같다."

남북정상회담을 3일 앞둔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메세지가 담긴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3일 앞둔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메세지가 담긴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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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비무장지대 실질화, 이산가족, 이런 정도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돼야 한다는 건가?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정말 중요한 합의가 많다. 1992년 남북기본 합의서와 그 부속 합의서, 2000년, 2007년 정상회담 합의서 등등. 거기 대부분 다 있다. 연락사무소 합의, 군사신뢰구축, 불가침 합의서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사회문화 교류도 다 나와 있다. 그런데 이행이 안됐다. 이제는 구체적인 내용이 뭐냐 보다는 실제로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거냐는 부분을 합의문에 담아야 한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계속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오지 않았나. 그 동력을 유지하고 지속하려면 이행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6일 평양에서 돌아온 정의용 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전한 바 있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적어도 이런 정도는 4·27 합의문에 문에 담길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나갈 수 있을까.
"북한이 이미 얘기해둔 부분이라 최소한 그 정도는 '표기'될 것이라 본다. 그것만 담아도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어차피 북한이 '동시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미국 측 의사를 확인하면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겠지만 아직은 그 부분이 모호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북의 비핵화 의지는 아마 그런 수준을 반영해 나오게 될 것이다."

"트럼프를 움직이는 동력은 북한의 경제적 가치"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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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미관계에서 북한에 실질적으로 보상을 줄 수 있는 건 미국이다. 미국의 국내여론 상황, 예를 들어 의회에서 예산을 주지 않거나 관료들이 법 위반이라면서 제동을 거는 등 상황이 있지는 않을까. 이런 제약을 제거하려면 김정은 위원장도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저는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대북제재, 유엔안보리의 제재도 알고 보면 중국, 러시아는 제재완화, 제재축소 입장이다.  결국 미국이 결정하면 제재는 완화되는 것이다. 미국의 독자 제재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평화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군사적 협력구축에서는 남북이 할 게 많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등 북한이 생각하는 안보협력에 미국이 실질적 효과를 미친다기보다는, 미국은 상징적이고 법과 제도의 성격을 달리하는 문제에 있어 중요하다. 미국이 법과 제도를 풀면, 경제협력 체제는 남북 간 경협도 있고 다양한 방안이 있다. 북일 수교가 되면 일본이 북한에 보상해야 할 것도 있고. 중요한 건 역시 북중 관계인데, 북한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저렴한 임금이다. 북중 간 산업격차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낮은 임금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대입해 다시 설명해 보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는 것은 북의 경제적 가치일 것이다. 북한이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 현재 북미 협상에서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이 경제적 가치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북한은 작은 나라고, 구매력 수준이 낮고 경제적 가치도 낮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이 갖고 있는 다른 경제적 가치가 있다.

일단 북한이 한국과 대륙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 철도, 도로, 가스관, 전력 등 다 북한을 통과해야 전체적인 동북아의 협력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게 새로운 투자기회다. 이런 지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평가하고 계산할 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 북미가 해왔던 구조적인 협상과는 달라진 요소가 있다는 것을 봐야 하지 않을까."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는 어디가 될 것으로 전망하나.
"과거에 미국과 소련이 냉전해체 초기 국면에서 회담 할 때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가능하면 중립지대에서 회담했다. 제네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지중해상(몰타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아마 그런 요소들로 후보지를 정하고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울란바토르, 동남아 등 여러 후보지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됐든 이 장소 문제는 기본적으로 가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하와이든 워싱턴이든 미국에 가면 김 위원장이 주인공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인공이 되는 거다.

미국의 실무적 판단으로 보면 북미정상회담을 평양 가서 하긴 어려울 거다. 의전과 경호를  북한이 감당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결국 이 결정은 트럼프가 하는 거다. 트럼프는 실무적 판단하곤 거리가 먼 사람이다. 트럼프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충격 요법을 쓴다, 큰 그림을 좋아하고. 또 어떻게 하면 국제사회의 감동을 이끌어 낼 것인가를. 이런 문제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갈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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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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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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