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지동원(다름슈타트)-석현준(트루아)의 유럽파 3인방의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막판 뒤집기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5월 14일)를 어느덧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이들의 거취가 신태용호의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 이후 약 1년간 각종 대회와 평가전을 거쳐 월드컵에 나갈 최종명단의 윤곽을 결정했다. 손흥민(토트넘)-기성용(스완지)-권창훈(디종)-구자철(아우스크부르크) 등은 이미 큰 이변이 없는 한 월드컵행이 확실시되는 선수들이다. 신 감독은 이미 월드컵 엔트리의 80~90% 정도는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아직 10~20%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 감독이 최근 "경기에 못 뛰는 선수라도 월드컵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는 뽑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신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들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특히 유럽파에 대해서만큼은 최근 부진한 선수들이라고 해도 항상 여지를 남겨왔다. 이청용-지동원-석현준 등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대표팀에 꾸준히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직접 현지를 찾아 선수들을 점검하거나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시킬 정도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냉정히 말해 소속팀에서의 상황만 놓고 보면 월드컵행이 녹록하지는 않다. 세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여 주가가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소속팀에서 활약 좋지 못한 세 선수, 월드컵에서 볼 수 있을까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석현준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석현준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석현준은 지난 시즌 트루아 임대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부활의 희망을 높이는 듯했으나 시즌 중반 부상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전반기에만 5골을 넣었던 석현준은 올해 들어서는 아직 한 골도 추가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선발이 아닌 교체로 나서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인 유럽파 중 드물게 장신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김신욱(전북)과 좋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뒷심이다.

이청용은 올겨울 이적시장에서 친정팀 볼턴 원더러스 임대가 무산되며 완전히 설 곳을 잃었다. 팰리스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를 우려하여 이청용의 임대를 막판에 막았지만 정작 후반기에도 이청용에게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선발은커녕 마지막 교체출전도 한달 전이다. 존재감은 완전히 사라졌고 실전감각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고 봐야 할 상황이다.

지동원 동점골 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 지동원이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 지동원이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동원은 그나마 세 선수 중에서는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지난 겨울 다름슈타트로 전격 임대 이적한 이후 비록 2부리그 소속이지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여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형편 없는 골결정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다름슈타트 데뷔전에서 골 맛을 본 뒤 11경기 연속으로 득점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리그가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팀당 3~4경기 정도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잔여 경기 출전 여부가 이들의 팀 내 입지나 실전감각 회복 여부에 더 이상 큰 변수가 되기는 힘들다. 남은 것은 이들의 대표팀 내 기여도에 대하여 신태용 감독의 '정무적인 판단' 여부에 달린 셈이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이청용이 헤딩으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이청용이 헤딩으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청용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2010,2014)에서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졌던 베테랑 미드필더다. 현재 신태용호에서 3회 연속 월드컵 출전에 도전하는 선수는 주장 기성용이 유일하다. 베테랑으로서 기성용을 도와 팀 분위기를 이끌고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선수로는 이청용 만한 자원이 없다. 현재 대표팀 2선 공격진이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 등 지나치게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이청용의 노련미와 경험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박주영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를 과거 '이름값'만 믿고 발탁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현재의 실력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유럽 원정 평가전 당시 이청용을 윙백으로 기용하는 실험까지 시도하면서 이청용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볼턴 이적 무산 사건을 떠나, 팰리스에서 무려 3년간 비주전으로 세월을 보낼 동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이청용을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하는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 과연 모범이 될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지동원 역시 지난 브라질월드컵 멤버이고 무엇보다 '멀티플레이어'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지동원은 최전방은 물론이고 2선의 모든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다. 공격수로서 연계능력이 뛰어나고 여러 포지션을 뛸 수도 있기에 감독 입장에서는 전술적으로 유용한 자원이다. 지동원이 최근 좋지 못한 골 결정력에도 수년간 유럽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어느 포지션에서도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조커로 사용하기에도 강팀을 상대로는 골을 넣어본 경우가 많지 않다. 월드컵에서는 멀티플레이어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우선이다.

석현준은 김신욱이라는 경쟁자의 존재가 버겁다. 김신욱은 수년간 대표팀에서 여러 감독들을 거치며 이미 검증된 자원이고 월드컵 경험도 있다. 신태용호 부임 이후에는 A매치 4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약점이던 골결정력 문제마저 극복하고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3월 북아일랜드-폴란드와의 2연전에서는 유럽팀을 상대로 경쟁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의문부호도 남겼다. 다년간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며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경험이 풍부한 석현준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석현준은 신태용호 출범 이후 아직 한번도 승선기회를 잡지못하며 팀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결단은 이제 신태용 감독의 몫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면 이들은 월드컵에 나가기 어려운 선수들이다. 다만 신 감독이 기존 멤버 이외에 월드컵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리게 될 카드가 이들 유럽파가 될 가능성은 높다. 역대 대표팀에서 종종 언론이나 팬들이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카드'를 들고 나온 경우도 있다. 이들 3인방은 과연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티켓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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