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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 1층에서 진행된 보해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라벨 디자인 공모 입상작 전시.
 광주시청 1층에서 진행된 보해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라벨 디자인 공모 입상작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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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정도(定道) 1000년이 되는 2018년, 68년 향토기업인 보해양조(이하 보해)도 새 제품 개발에 있어 '전라도'에 주목했다. 이달 말 출시를 앞둔 '(가칭)전라도 정도 천년주'가 그 결과물이다.

2010년 이후 매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소주 라인업'을 넓혀온 보해는 지난해 하반기 광주시·전남도·전북도의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사업에서 새로운 제품의 영감을 얻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전라도'를 부각시킨 제품을 고민해보자. 정도 천년을 알지 못하는 분들이 제품을 통해 그러한 부분에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게 출발점이었죠."

보해양조 한수은 홍보팀장(왼쪽)과 박찬승 마케팅팀장.
 보해양조 한수은 홍보팀장(왼쪽)과 박찬승 마케팅팀장.
ⓒ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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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광산구 신창동 보해양조 광주영업소에서 만난 박찬승 마케팅팀장의 말이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개발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보해는 제품의 맛과 향 등에 대한 설문조사는 물론 새 제품의 명칭(네이밍), 라벨 디자인 공모에 나섰다. "시작부터 끝까지 보해 혼자가 아닌 지역민들과 함께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 전라도 특수성·천년 상징성 아이디어 넘쳐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이름을 선정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이름을 선정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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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으로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네이밍 공모의 경우 전국적으로 6000여 명이 참여했는데 박 팀장은 "전라도가 가진 지역적 특수성, 정도 천년의 상징성을 고민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며 "'그라제'와 같은 지역말을 활용하거나 옳음, 정과 같은 전라도에서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서와 가치를 반영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전국 모든 이들의 아이디어를 받은 네이밍과 달리 천년주의 '얼굴'이 될 라벨 디자인은 지역 청년들과 결합해 일을 진행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이 과거 1000년을 기억하자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의 1000년을 바라 보고 어떻게 뭉치고 공감하면서 좋아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20~30대라는 생각으로 청년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죠."

사외이사로 참여한 유시민 작가의 '외조'도 천년주 흥행에 큰 힘이 됐다. 제품 개발과 관련해 직접 조언을 주거나 자발적으로 홍보 등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뜨거운 공모 열기를 해치는 일이 벌어졌다.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네이밍 공모에서 일부 참여자들이 전라도를 폄하, 비하하는 이름을 접수한 것. 특히 해당 신청작들이 '일베저장소'에 퍼지고 일베 회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댓글을 통해 전라도를 조롱하는 행태가 벌어졌다.

전라도 정도 천년의 의미를 알리고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취지를 훼손하는 것에 공모를 진행하던 보해 직원들도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참여가 많아 기분이 좋았는데, 일베로 보이는 이들이 재뿌리는 행태를 보면서 '전라도를 악감정으로 비난만 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구나'라는 다시 깨달았어요. 자부심을 위한 일이 자칫 다른 쪽으로 흘러갈까 걱정도 됐고. '더 잘 만들어서 좋은 제품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오기가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보해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라벨 디자인 공모 대상작인 ‘청년해로’.
 보해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라벨 디자인 공모 대상작인 ‘청년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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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진행된 공모전 시상식에선 네이밍 부분엔 김영복 씨가 접수한 '천년애(愛)'가, 디자인은 이준혁 씨의 '청년해로'가 대상을 수상했다.

'천년애'는 전라도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 모두에게 '사랑' 받는 제품이 되길 기원한다는 의미고, '청년해로'는 "100년 동안 즐겁게 살다 늙는다"는 의미의 '백년해로'에 청년을 더한 콘셉트다.
 
▲천년주 판매량에 창업 지원금 적립
 
보해는 이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 작업에 박차, 이르면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일단 제품 명칭은 공모를 통해 대상을 받은 '천년애'로 정하는 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제품을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맛이다.

"남도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음식에 가장 잘 맞는 소주를 고민하고 있어요. '남도 음식을 먹을 땐 천년주'라고 할 수 있도록요. 너무 강하거나 쓰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남도 음식의 자극적인 맛을 보완할 수 있는 맛을 찾아가고 있죠."

"제주도에 가면 한라산 소주를 마셔야지"라고 하듯, 광주·전라도에 오면 "천년주를 마셔야지"라고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박 팀장은 "천년주는 한정판, 특수성을 가진 이상의 제품이 될 것"이라며 "보해가 68년 지역 기업으로서 '광주·전남에 가면 천년애(예상 제품명)'라고 할 정도의 '프라이드(자부심)'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 보해는 전남도에서 광주시·전남도와 '전라도 정도 천년 앰블럼' 사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전라도 정도 천년주가 출시되면 한 병 판매될 때마다 지역 인재들의 창업 등을 지원하는 지원금을 10원씩 적립해 기탁하기로 했다.

한수은 홍보팀장은 "제일 첫번째가 전라도의 자존심이 되는 소주"라며 "천년주 개발도 광주시·전남도와 추진하는 정도 천년 기념사업의 개념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보해는 천년주가 출시되면 개발에 참여해준 이들에 감사 뜻을 전하고 전라도 정도 천년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출시발표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유명 역사학자를 초청한 전라도 역사 강연도 검토 중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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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해양조, #천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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