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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완공된 시영주택, 현재 우토로주민 39가구가 입주해 있다.
▲ '시영주택' 내부 올 1월 완공된 시영주택, 현재 우토로주민 39가구가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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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오후 3시, 우토로 마을회관 '에루화' 앞마당에서 부산민예총 소속의 소리꾼 양일동씨의 '아리랑을 의한 비나리'가 울려 퍼지며, 마을주민들과 한·일 시민단체 회원들 150여명이 함께 한 '야끼니꾸 대집회(불고기 파티)'가 시작됐다.

이날 행사는 우토로 주민회와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일본시민단체)이 지난 2월 마을주민들의 시영주택 입주를 기념하고, 한·일 시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기 의해 마련한 자리. 우토로 주민들에게 시영주택입주는 일제강점기부터 30년간의 강제철거 저지 투쟁까지, 마을의 기나긴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있는 일이다.

 "여기 모이신 분들 외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러한 자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한국의 많은 종교·시민단체들이 뜨거운 동포애를 보내줘 삶의 희망을 얻었다, 우토로 주민 중 40가구는 1차로 '우토로 시영주택'에 입주했다. 나머지 20가구는 2020년 완공되는 시영주택에 순차적으로 들어간다" - 엄명부(우토로마을 주민회 회장)

특별한 마을잔치

우토로 마을 전경(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 사진 1. 우토로 마을 전경(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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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마을 주민과 한일 시민 150여명이 모여 불고기파티를 열고 있다.
▲ 1-1 야끼니꾸 대집회 우토로 마을 주민과 한일 시민 150여명이 모여 불고기파티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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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예총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리꾼 양일동씨가 '아리랑을 위한 비나리'를 공연하고 있다.
▲ 1-2 소리꾼 양일동씨의 '아리랑을 위한 비나리' 부산민예총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리꾼 양일동씨가 '아리랑을 위한 비나리'를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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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마을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교토 우지시 우토로에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당시 21만m2(6000평) 가량의 면적에 강제징용 또는 생계를 위해 모여든 1300여 명의 조선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다. 하지만 1945년 일본이 패전하자 비행장 건설은 중단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무허가촌을 이루며 살게 된다. 

원래 교토부 소유였던 우토로 마을은 토지 소유권이 닛산자동차 그룹에 넘어가게 되었고 이후 닛산자동차 그룹은 1987년 이곳을 부동산회사인 서일본식산에 전매하였다.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체결된 토지 매매 계약으로, 이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강제 퇴거를 강요받으며 불법거주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이 부동산회사는 1989년 교토지방재판소에 주민들을 피고로 '건물수거토지명도' 소송을 제기해 1998년 승소하였다.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오사카고등재판소 항소를 거쳐, 최고재판소에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우토로 마을의 사연은 2004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알려졌고, 이후 2005년 한일 양국 시민단체가 나서 토지 매입을 위한 성금모금 활동을 벌이고 한국 정부도 2007년 토지 매입을 위해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지원으로 2011년 우토로 마을 전체의 3분의 1을 매입하게 되었고, 주민들은 강제 퇴거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현재 우토로 마을에는 12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처음에는 시영주택에 입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서 새롭게 출발하자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시설이 깨끗하고 여러 편한 점들이 많아서 대체로 만족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집 마당 뜰에 나가있으면 서로 이웃들끼리 얘기도 하고 교류도 하고 했었는데 아파트의 특성상 옆집에 가려고 해도 전화를 하고 가야되니 아무래도 이웃간의 관계가 조금 소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 강도자(우토로마을 주민, 재일동포2세)

일제 식민지 시기와 패전 이후에도 이 곳 '함바집'에서는 우토로 주민 4가구가 함께 생활했다.
▲ '함바집' 일제 식민지 시기와 패전 이후에도 이 곳 '함바집'에서는 우토로 주민 4가구가 함께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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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지 시기와 패전 이후에도 이 곳 '함바집'에서는 우토로 주민 4가구가 함께 생활했다.
▲ '함바집' 내부 일제 식민지 시기와 패전 이후에도 이 곳 '함바집'에서는 우토로 주민 4가구가 함께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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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주민회에 배달된 특별한 편지

근 3년만에 마을주민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 흥겨움을 더해 줄 한통의 편지가 현해탄을 건너왔다. 지난 2월 '우토로 주민회'의 편지를 통해 입주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편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토로 마을은 우리 동포들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잊혀져서도, 외면되어서도 안되는 땅입니다. 우토로가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한국정부도 계속 관심를 기울이겠습니다"라며 감사와 경의를 편지에 담았다. 우토로 문제가 이슈화됐던 2007년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은 우토로국제대책회 등 우토로를 돕는 시민단체와 면담 후 정부 지원을 추진해 토지매입 문제를 해결했다.

올 2월 '우토로주민회'의 감사편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화답, 감사와 격려를 전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 올 2월 '우토로주민회'의 감사편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화답, 감사와 격려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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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는 흥사단의 류종열 이사장이 대독했다.
▲ 문재인대통령 편지 대독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는 흥사단의 류종열 이사장이 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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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지난 1월 결성된 한국의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공동대표 류종열, 박연철, 정진우) 28명도 함께 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우토로 마을과 사람들의 역사를 보전하고, 한·일 시민들과 재일동포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한국 시민들로 구성된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 은 30년간 우토로 주민들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대표 다가와 아키코)'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현재는 '에루화'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이지만 곧 철거가 될 예정입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주민들의 만남의 공간이 될 수 있고, 마을의 역사를 보존해 한국과 일본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기념관이 건립될 부지는 한국과 일본의 관심있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최상구(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 집행위원)

우토로 동포생활센터의 김수화 대표가 '우토로 역사관 위한 시민모임'회원들에게 역사관부지를 설명하고 있다.
▲ 우토로 역사관 부지 설명하는 김수환 대표 우토로 동포생활센터의 김수화 대표가 '우토로 역사관 위한 시민모임'회원들에게 역사관부지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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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우토로 마을 2기 공영주택 및 '우토로 역사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 '우토로역사관 부지' 이곳에 우토로 마을 2기 공영주택 및 '우토로 역사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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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나갈 무렵, 우토로 마을의 마지막 1세대 강경남 할머니에게 소원을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우토로를 다시 잊지 않는 것, 기억해주는 것"이었다.

8살때 아버지를 찾아 우토로 마을로 온 우토로 주민 마지막 1세대 강경남 할머니. 올해 95세인 할머니의 고향은 경상남도 합천이다.
▲ 강경남할머니 8살때 아버지를 찾아 우토로 마을로 온 우토로 주민 마지막 1세대 강경남 할머니. 올해 95세인 할머니의 고향은 경상남도 합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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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토로 마을은 새로운 단계의 운동에 들어섰다. 우토로 마을과 주민들이 더 이상 우리의 아픈 역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겨 낸 희망과 미래의 역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우토로 마을의 입구에 있는 '우토로에 사랑을' , 우로토를 대표했던 이곳도 곧 철거될 예정이다.
▲ '우토로에 사랑을' 우토로 마을의 입구에 있는 '우토로에 사랑을' , 우로토를 대표했던 이곳도 곧 철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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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 전문이다.

우토로 역사관 건립 시민모임

엄명부 회장님과 우토로 주민회 여러분께
보내주신 책과 사진, 편지 잘 받았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습니다.

새로 입주하신 공적주택이 깨끗하고 참 좋아보입니다. 집 열쇠를 들고 계신 밝은 얼굴과 이삿짐을 정리하는 바쁜 손길이 담긴 사진을 보며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특히 아르신들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수 있게 되어 반갑고 다행스럽습니다.

이 모두가 우토로 주민회 여러분의 줄기찬 노력과 한일 양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며 희망을 만들어오신 우토로 주민회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우토로 마을은 우리 동포들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잊혀져서도, 외면되어서도 안되는 땅입니다
우토로가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한국정부도 계속 관심를 기울이겠습니다.

꽃피는 새봄에 우토로 주민회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요.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우토로 연표

1940. 1.   교토 군비행장 및 관련시설 부지가 결정
1941. 7.   일본국제항공공업 설립
1941. 8.   교토부가 우토로 토지 매입
1943.      조선인 노동자들, 우토로에 집단합숙소(함바) 형성
1945. 7.   일본 패전. 군비행장 건설 중단.
         1,300여명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 방치됨
1945. 9.   미점령군(GHQ), 일본국제항공공업 접수
         우토로 주민들의 저항으로 우토로 마을은 접수되지 못함
         우토로에 조선인학교가 자주적으로 생김
1945. 12.  일본국제항공공업 사장, A급 전범으로 연행
1949. 10.  일본정부, 우토로 조선인학교 강제 폐쇄
1950. 6.   한국전쟁 발발
1952. 3.   일본 경찰 부대, 두 차례 우토로 기습 강제 수색
1953. 9.   태풍으로 큰 침수 피해
1957. 2.   육군자위대 오쿠보 주둔부대 발족(우토로지구와 접경)
1971. 6.   일본국제항공공업이 ㈜닛산차체로
1987. 3.   ㈜닛산차체가 우토로 토지 부동산업자(서일본식산)에 매각
1989. 2.   서일본식산, '건물수거, 토지명도' 소송 제기
1989. 3.   교토지법에서 첫 공판
         일본 시민모임,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결성
1998. 1.   교토지법 패소, 항소
1998. 8.   일본정부가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에 2차 정부보고서 제출
1998. 12.  오사카고법에서 패소, 항소
2000. 11.  최고재판소 기각 결정
2004. 1.   우토로 토지주가 서일본식산에서 한 개인으로
2004. 4.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우지시에 고령자 실태조사 제안
2004. 9.   건물해체업자, 우토로에 빈번한 출몰
2005. 2.   주일한국대사, 교토부 지사에게 선처 요청
         한국 시민단체 KIN(지구촌동포연대), 우토로 실태조사
         민단 및 총련 지부, 우지시의회 의장에게 공동청원서 제출
2005. 4.   한국의 <우토로문제를 생각하는 의원모임>, 우토로 시찰
         한국에서 <역사청산! 거주권보장! 우토로국제대책회의>가 발족
2005. 7.   유엔 특별보고관, 우토로 현장 방문
         한국 <우토로희망모금캠페인-33명 희망대표> 발족
2005. 8.   <우토로국제대책회의>와 <아름다운재단>의 추진으로 MBC,
         "함께 만드는 평화" 3부작 방송(우토로 위성 생중계)
         일본 <우토로문제를 알리는 모임>, 모금운동 개시
         <대책회의>, 한국정부에 대한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 및 공개질의서
         닛산코리아 임원과 면담
2005. 10.  우토로 동포, 한국방문 기자회견 및 정부지원 요청
2006. 3.   유엔 인종차별특별 보고관 두두디엔 보고서 발표
         (우려 표명, 일본정부의 대책 권고)
2007. 8.   <우토로긴급연석회의>,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면담 : 문제해결 지시 
2007. 10.  <우토로국제대책회의>와 <아름다운재단>, 우토로에 국내모금
         첫 송금(약6천만엔)
2007. 11.  익명의 도쿄 재일동포 1세들, 4천만엔 기부
2007. 12.  한국 국회, 우토로 지원 예산 결정(30억원)
2010. 5.   우토로민간기금재단법인(시민모금), 약830평 매입(1억3천만엔)
2011. 2.   우토로일반재단법인(한국정부 지원금), 약1,150평 매입(1억8천만엔)
2012. 1.   우토로주민회와 일본정부(중앙정부, 교토부, 우지시 등), 마을정비사업
         (마치즈쿠리) 기본원칙에 합의
2012. 3.   <대책회의>와 <아름다운재단>, 역사관 건립기금 전달식 및 기자회견
         (3억3천만원)
         <주민회>와 <대책회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감사패 전달
         <우토로국제대책회의> 해산
2014. 5.   우토로일반재단, 소유 토지의 장기무상제공을 위한 토지사용임대계약
         우지시와 체결
2016. 6.   우토로 마을 철거공사 개시
2018. 1.   한국에서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 결성
         제1기 시영주택 입주
2018. 3.  2기 시영주택 부지내 가옥 철거공사 개시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우토로역사기념관 시민모임의 일원으로 이번 행사를 취재했습니다.



태그:#우토로 마을, #우토로 역사관, #문재인대통령, #강경남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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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주, 조선학교, 재일동포, 재외동포 관련 뉴스 취재, 다큐멘터리'항로-제주,조선,오사카', '차별' 감독,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총괄사업단장, 이스크라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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