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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은 "재정건전화 성과를 바탕으로 인천이 부산을 앞서, 서울에 이은 2대 도시가 됐다"며 '서인부대(서울·인천·부산·대구)'를 외치고 있다. 올해 시민의 날에는 서인부대를 정식으로 선포 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인천시도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단을 운영하며 주요 경제지표에서 인천이 부산을 앞섰다는 내용의 서인부대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시는 지난 2016년에 인구 300만 명을 넘어 350만 명의 부산을 바짝 뒤 쫒고 있으며, 2016년 인천의 지역내 총생산(80조 9000억 원)이 부산의 지역 내 총생산(81조 2000억 원)을 따라잡았다고 전했다. 또, 지방세, 보통교부세 등 주요 지표에서 부산을 따라 잡거나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의 발표를 보면, 정말 인천이 부산을 앞서서 서울에 이은 2대 도시가 된 것만 같다. 그러면 시민들의 삶은 그만큼 나아졌을까? '서인부대' 구호에 가려진 실상을 <시사인천>이 꼼꼼히 파헤쳐 봤다.

대학, 부산이 인천보다 훨씬 많아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 질 좋은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개발 연계가 필요하다.

인천의 자동차·항만·공항·첨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이런 산업에 기반 해 금융·물류·회계·법률·마케팅 등 사회서비스업까지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과 각 분야 연구소, 대학과 기업 간 연구개발 협력체제 구축이 중요하다.

이에 지역 발전에 대학은 필수적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인구와 예산 등 도시 규모가 비슷한 부산과 인천을 비교해보면, 대학 수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 인천엔 경인교대·인천대·인하대 등 7개(전문대 3개 포함)가 있고, 부산엔 부산대·부경대·동아대 등 25개(전문대 10개 포함)가 있다.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QS 세계대학평가 1000위권에 부산대·인하대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대학 수를 늘리는 데 수도권인 인천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고등교육의 질은 어떨까?

QS 세계대학평가(QS World University Rankings, 영국 대학평가기관 Quacquarelli Symonds가 매해 실시)에서 세계 400위권 대학에 진입한 우리나라 대학은 총11개다. 인천에 주소를 둔 대학은 없다. 100위권엔 서울대·카이스트·포항공대·고려대가 들어갔다.

범위를 넓혀 1000위권엔 인천에선 인하대(601~650위권), 부산에선 부산대(491~500위권)가 유일하다. 전북대(501~550), 전남대(601~650), 경북대(701~750), 충남대(801~1000) 등 지역 거점 국립대가 링크된 것을 볼 때, 인천엔 거점 국립대 역할을 할 대학이 없는 셈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주류를 형성할 때, 지방은 거점 국립대로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발전에 기여했다. 부산에선 부산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천엔 그런 국립대가 없다.

수도권 인천, 대학 지원 근거 없어

부산시의 대학 정책과 인천시의 대학 정책을 비교해보면 예산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

인천시의 경우 인천대 지원 협약을 제외하면 대학육성·대학일자리센터·창업보육센터 등의 사업에 예산 13억 원 정도를 투입한다. 부산시는 이런 사업과 더불어 지역 대학 행사 지원·연구개발 지원 등에 총1578억 원을 투입한다. 인천시보다 120배 이상 많이 투자한다.

부산시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부산시 대학 및 지역인재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다. 부산시뿐만 아니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엔 모두 이 조례가 있지만, 인천은 서울·경기와 더불어 수도권으로 분류돼 해당 조례가 없다.

이처럼 인천은 수도권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부분이 많다. 대학을 추가로 설립하기도 어렵고, 국비 지원 등으로 대학을 지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 대학 발전을 위한 인천시의 정책과 노력은 인색했다.

수도권 '역차별' 당했다고 하기엔 노력 안 보여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시립'으로 운영됐던 인천대가 있었기에, 인천은 인천대를 통한 질적 성장방법을 꾀할 수도 있었다. 시립대학을 지원하는 건 수도권정비계획과 관계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QS 세계대학평가 651~700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됐으니 인천대 지원에 책임이 없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처럼 보인다.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할 때 인천시는 인천대와 인천전문대 통합과 캠퍼스 송도 이전 등으로 약속했던 지원을 하나로 묶어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지원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는데, 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 협약서에는 대학 운영비 등 총9076억 원 지원 계획과 송도 11공구 10만 평 부지 조성원가로 제공, 인천전문대 옛 부지 6만 7000평 제공 등이 들어있다. 하지만 시는 매해 운영비 지원을 미뤘고, 인천대는 교수와 직원 월급을 못줄 상황까지 가며 매해 긴축재정으로 운영했다. 송도 11공구 10만 평 부지와 발전기금 2000억 원, 산학협력기금 3067억 원 등 굵직한 내용은 아직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대가 시립대학 시절 시 조례를 근거로 적립한 대학발전기금 208억 원 등도 시가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의 정책이 지역 대학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부산은 2015년부터 부산의 6대 미래전략사업 육성을 위해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부산대·부경대·동아대 등 지역의 대학과 함께 대학산학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부산의 6대 미래전략산업은 해양플랜트, 수산식품, 에너지, ICT메카트로닉스, 문화컨텐츠, 의생명과학분야다.

또, 산업단지내 캠퍼스를 조성해 산업현장에서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고용이 순환되는 체계를 목적으로 해양대 등이 입주한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며(사업비 464억 원), 대학과 연계한 연구개발로 지역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유명·외국대학 유치보다 지역 대학 내실 있게 육성해야

인천은 국내 유명 대학이나 외국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실상 특혜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지역 대학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역 대학을 먼저 지원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QS 세계대학평가 순위권에 있는 인하대와 다양한 분야에서 연계·지원을 확대·강화하고, 인천대를 지역 거점 국립대로 육성하는 것이다.

시가 기존 인천대 지원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 협약에 담긴 내용만 제대로 이행하더라도 인천대는 거점 국립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예산 800억 원을 편성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국립대 특별 지원 정책'에 국립대학법인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인천대가 들어갈 수 있게 노력해야한다. 아울러 인천대를 일반 국립대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민해야한다.

국립대학법인화 정책은 국립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 민영화' 일환으로 추진한 기형적 형태의 국립대다. 대학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대학을 상업화·기업화하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다.

국립대학법인 구조 안에선 안정적인 운영비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그로 인해 대학 발전을 도모하기 힘들다. 고등 공교육을 담당하는 국립대다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일반 국립대로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지방분권 요구가 커지고 있는 지금, 대학이 지역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게 지역 대학을 내실 있게 육성할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태그:#인천, #서인부대, #대학,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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