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 부산국제영화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예산이 깎여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개최 국제영화제들이 문재인 정부의 지원 덕분에 올해는 모처럼 여유를 찾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예전의 정부 지원금 수준으로 회복했고, 전주국제영화제는 2년 연속 영화제 평가 1위를 차지해 지원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유일하게 지원금이 삭감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6일 9인위원회 의결을 거쳐 '2018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영화제 지원 예산이 늘면서 대다수의 영화제가 예년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됐다. 영화제 지원 예산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42억 정도 수준이었으나 '영화계 좌파 청산'을 내세운 이명박 정권 때부터 깎이기 시작해, 블랙리스트가 기승을 부렸던 박근혜 정권에서는 25억 원(2016년 책정한 2017년 예산)까지 줄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제들은 지원금 액수가 정해질 때마다 늘 불만을 표출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25억 원이던 영화제 지원 예산이 40억 원으로 15억 원 증가했다. 덕분에 올해는 지원금 액수를 놓고 불만 대신 희색이 감도는 분위기다. 모처럼 늘어난 예산에 영화제들이 여유를 찾는 모습이다(관련기사 : 영화제 돈줄 막았던 '이명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푼다).

 2017~2018년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사업 결과

2017~2018년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사업 결과 ⓒ 성하훈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보수정권에서 가장 많은 탄압을 받았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이 가장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라고까지 한 부산영화제는 2015년부터 갑자기 축소된 예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14억 5천만 원이었던 지원금은 이듬해 절반 가까인 8억 원으로 깎였다. 이후에도 10억 미만의 지원을 받았고 지난해는 전체 지원 예산이 축소되면서 7억 6천만 원을 받아 더 심하게 예산 압박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년대비 97% 증가한 15억을 받게 됐다.    

지원금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는 블랙리스트 관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삭감에 대한 회복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산삭감 이전인 2014년 규모로 지원금을 책정했다"면서 "영화제의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로 지원금 증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는 지난 1월 박근혜 정권에서 쫓겨났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하고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재정비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원금도 예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올해 행사 준비의 바탕을 다지게 됐다.

<노무현입니다> 흥행 덕 본 전주영화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 ⓒ 전주영화제,서울국제여성영화제


5월 3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 5억 1천에서 올해는 7억 8천으로 전년대비 2억 7천 증가했다. 53%의 증가율이다. 지난 2년간 영화제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고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을 통해 영화제작과 배급에 있어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특히 지난해 제작을 지원한 <노무현입니다>가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이 지원금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전주영화제는 지난해 <노무현입니다>의 흥행 수익을 환원해 올해 제작지원작을 기존 3편에서 5편으로 늘렸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이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기치로 내건 전주영화제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안팎의 호평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20회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해 3억 1천에서 올해는 5억 4천을 받게 돼 전년대비 2억 이상 증액됐다. 비율로 따지면 전년대비 74%에 이르는 높은 증가율로 부산영화제 다음이다. 여성, 성평등, 영화라는 해당 영화제 본연의 취지를 살렸다는 점에서 지원금 크게 늘었는데, 최근 미투운동 등을 통해 여성권익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지난해 3억 1천에서 올해는 4억 8천으로 1억 7천 증가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5억 4천만 원에서 6억 7천만 원으로 1억 3천만 원 늘어났다. 각각 56%와 24% 늘어난 액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영화제 평가에서 5위를 차지한 것이 지원금 책정에 반영됐다고 심사위원들은 밝혔다.

 지난 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DMZ 국제다큐영화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지난 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DMZ 국제다큐영화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 권진경


모든 영화제의 지원금이 증가한 가운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홀로 '삭감'을 당했다. 이는 단순한 지원금 삭감을 넘어 영화제 운영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 듯하다. 전년 7천만 원에서 올해는 3천만 원으로 4천만 원이 줄었으나 50% 이상 줄어드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최근 미투운동 여파로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사임한 이후 후임 집행위원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DMZ 국제 다큐영화제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다큐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집행위원장 후보자 추천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할 것과 인적 쇄신을 포함한 영화제 조직 개혁안을 제시하라고 경기도와 영화제 측에 요구했다.

지원금을 결정한 심사위원들도 "평가결과 조직운영의 문제점, 관객수 감소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었다"며 "영화제 측의 개선을 기대한다"라고 밝히며 다큐감독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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