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시민단체가 지난 13일 발생한 가좌동 화재사고를 화학사고라 규정하고 지역대응체계 부족을 비판하는 한편, 종합적인 조사와 대응책 마련 및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 제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5일, '가좌동 화재는 화학사고, 화학사고 지역대응체계 부족' 보도자료를 냈다.

큰사진보기
▲  인천 가좌동 화재로 시커면 연기가 주거 밀집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인천평화복지연대	관련사진보기

이 단체는 사고 발생 약 1시간 뒤인 1시부터 화학사고로 규정하고, 화학사고 관련 센터를 설치했다. 센터는 주변지역 대피 조치를 확인하고, 피해 예상 지역 중에서도 검은 연기가 집중되는 동구로 이동해 주민 피해 상황 등 긴급 모니터링을 했다.

모니터링 결과 동구 송림동에서 6명이, 송현동에서 1명이 "목이 따갑고 눈이 메움", "공기중 냄새 나고 메스껍다", "목이 칼칼하고 어지러움", "목 아프고 피부 따가움"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또한 서림초, 송현초, 서흥초, 화도진중 등의 학교에서는 마스크 배포하거나 마스크 착용 후 귀가 조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대는 "인천시를 비롯한 기초단체는 화학사고에 대한 대응 조치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지어 동구청은 관련 사고에 대해 어떤 안내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환경부, 인천시 등은 이번 사고를 화학사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대응책을 마련할 것", "(인천)서구, 남동구 등은 화학물질 관리 조례를 조속히 제정하고 관련 인력 확충, 주민비상대응체계 마련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 화학사고에 대한 안전 대응 체계를 마련할 것" 등을 주문했다. 특히 서구와 남동구를 콕 찍은 것은 공장 밀집지역인 공단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는 2017년 화학물질 관리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전국 200개가 넘는 지자체 중 34개 곳만이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있으며, 인천은 2015년 5월 시가 조례를 제정한 이후, 단 한 곳도 관련 조례가 제정되지 않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환경부로 하여금 ▲화학사고로 조치 ▲피해접수센터 운영 등을 요구하고, 각 기초단체에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를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3일 정오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이레화학 공장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은 재난 발생 시 취할 수 있는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인천뿐 아니라 서울·경기 등 인접 지역 소방력까지 동원해 화재를 진압했다.

이 사고로 소방관 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8개 업체 및 인근 주차된 차량과 소방차 1대 등 23억 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체 측이 폐유를 옮기던 중 불길이 일어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물질관리법 2조
"화학사고"란 시설의 교체 등 작업 시 작업자의 과실, 시설 결함·노후화, 자연재해, 운송사고 등으로 인하여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환경에 유출·누출되어 발생하는 일체의 상황을 말한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
2014년 3월 발족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진행하고 있는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 제정'운동의 결과물로써, 지자체의 대비•대응 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 사고(화학물질관리와 사고 시 비상대응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대표적인 화학사고)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2014년 3월 구성한 단체로써,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생산, 저장, 사용, 폐기 현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운동을 통해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보장 ▲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을 제정  ▲지역사회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파악함으로써, 노동자, 주민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지역사회의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근본적 지역안전을 위한 고위험물질 및 고독성물질 저감대책을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