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로빈슨의 실화를 다룬 영화 '42' 포스터

재키 로빈슨의 실화를 다룬 영화 '42'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메이저리그 야구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재키 로빈슨'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적어도 매년 4월 15일이 되면 그 사람의 이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날이 바로 '재키 로빈슨 데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40~1950년대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최초의 흑인 선수로 1947년 4월 15일은 바로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일이다. '재키 로빈슨 데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온갖 인종차별을 딛고 자신의 등번호 42번을 전구단 영구결번으로 남긴 재키 로빈슨을 기리기 위한 날로 그날은 모든 선수와 스탭이 42번의 유니폼을 입는다.

이 글에서는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를 맞아 그의 성공 실화를 다룬 영화 < 42 >를 소개하고자 한다.

< 42 >의 각본과 연출은 < LA 컨피덴셜 >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거머쥔 바 있는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맡았으며, 주인공 재키 로빈슨역은 최근 <블랙팬서>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음한 채드윅 보스만이 맡았다. 여기에 명배우 해리슨 포드가 재키 로빈슨을 메이저리그로 이끈 다저스의 구단주 브랜치 리치역으로 합류했으며 미드 <슬리피 할로우>로 유명한 니콜 비헤리가 재키의 아내 레이첼로 출연했다.

영화는 2013년 4월 12일 미국 3003개 스크린에서 개봉, 첫 주말 2725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기록하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었다. 또한 북미에서 총 9502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야구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1위는 1억 달러를 벌어들였던 <그들만의 리그>이다) 영화 < 42 >는 국내 개봉에 실패했고, 다운로드 서비스와 블루레이/DVD로 출시되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영화 '42' 스틸컷, 채드윅 보스만과 해리슨 포드

영화 '42' 스틸컷, 채드윅 보스만과 해리슨 포드 ⓒ 워너브라더스


영화 < 42 >는 약 3년간의 재키 로빈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45년 봄 브루클린 다저스(현재 LA 다저스의 전신)의 단장 브랜치 리키(해리슨 포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흑인선수를 영입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해 여름 흑인리그 캔자스시티 모나크스 소속의 26세 유격수 잭 루즈벨트 로빈슨(채드윅 보스만)에게 입단을 제안한다. 브랜치가 재키에게 내놓은 계약조건은 계약금 3500달러에 월급 600달러였다. 하지만 브랜치는 계약에 앞서 재키에게 한 가지 조건을 붙인다. 세상의 온갖 인종차별과 흑백분리 정책에도 성질 죽이고 야구만 할 것.

브랜치의 조건을 받아 들인 재키는 브랜치가 예상한 난관들을 감당해 나가며 1947년 4월 15일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통해 역사적인 데뷔에 성공한다.

< 42 >는 재키 로빈슨이 야구의 인종 장벽을 허무는 순간을 스크린에서나마 최전방에서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저스에 입단한 그 순간부터 재키는 인종차별의 표적이 되었으며 흑인과는 함께 뛸 수 없다는 팀동료들의 냉대도 감내해야 했다. 그는 인종차별과 따돌림은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견뎌야 했다.

당시 그는 팬레터가 아닌 살해협박 편지를 받아야 했으며, 경기장에선 투수들의 위협구를 매일 같이 피해야만 했다. 흑인과 백인이 어떤식으로든 교류를 갖는 것이 위법인 주에서는 경기중에 경기와 무관하게 퇴장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여기에 재키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까지 떠안고 싸워야만 했다. 자신이 못하면 흑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전출이 늦어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재키는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인내가 초래할 결과를 생각하며 그것들을 견뎌나갔다. 그렇게 그가 보여준 인내와 재능은 팬들과 팀 동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고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켰다.

채드윅 보스만이 연기한 '히어로', '블랙팬서'보다 '재키 로빈슨'이 먼저

영화는 재키 로빈슨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재키 로빈슨을 영입하며 야구를 통해 미국의 흑인차별 정책에 반기를 든 다저스의 단장 브랜치 리키의 역사적인 도전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는 부하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흑인선수인 재키를 입단시킨다. 그리고 재키를 안정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시키기 위해 흑인 기자 웬델을 재키의 전속 매니저로 고용하여 관리했으며 재키와 함께할 수 없다고 반기를 든 선수들을 과감하게 트레이드 시키며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였다. 또한 재키를 곱게 보지 못하는 언론과 사무국의 방패막이 되었으며, 때로는 재키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의 연출은 전형적인 틀을 거의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만의 오리지널리티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각색과 실화에 충실한 연출은 이야기가 지닌 에너지와 감동을 고스란히 품어낸다. 영화는 그 시대의 공기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재키 로빈슨이 겪었던 실제 에피소드들을 재연했는데, 특히 야유를 정적으로 바꿨던 피 위 리즈와의 어깨동무 일화 그리고 벤 채프먼과의 화해 같은 유명한 일화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면서 영화의 진정성을 잘 전달시킨다.

배우들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야구로 세상을 변화시켰던 재키 로빈슨역에 채드윅 보스만은 재키가 당시 가졌을 법한 어두운 측면과 또 한편으로는 소년 같은 감수성을 모두 표현하며 균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어려웠을 재키 로빈슨을 내면을 대사 없이도 관객이 읽어낼 수 있게끔 좋은 연기를 펼쳤다.

영화의 또 다른 주역 해리슨 포드는 브랜치 리키라는 개성 강한 실존인물을 훌륭하게 되살려냈다. 그는 브랜치 리키의 참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리키의 말투를 그대로 구사함은 물론 뚱뚱해 보이게 분장을 하고 머리를 밀어 이마를 더 넓게 만들었다. 게다가 얼굴에는 가짜 코와 가짜 턱까지 달고 연기했다. 재키 로빈슨의 아내 레이첼로 출연한 니콜 비헤리 또한 채드윅과 안정감 있는 연기 호흡으로 로빈슨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펼쳐간다.

사실 따지고 보면 채드윅이 연기한 첫 번째 히어로는 '블랙팬서'가 아니라 '재키 로빈슨'인지도 모른다.

*재키 로빈슨의 이력

재키 로빈슨은 1919년에 태어나 1947년 28세의 나이로 LA 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최초의 흑인선수이다. 그는 온갖 인종차별 속에서 데뷔 첫 해 타율 0.297, 12홈런, 29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2년 뒤 1949년에는 타율 0.342로 내셔널리그 타격 1위에 올랐으며 16홈런 37도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1955년에는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홈스틸을 성공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재키 로빈슨은 10년 동안 총 1382경기에 출전하여 통산타율 0.311, 137홈런, 197도루를 기록하며 1957년에 은퇴했다. 그는 은퇴 이후에는 흑인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0년만 선수생활을 했기에 현역시절의 통산성적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라는 상징성으로 은퇴 5년 후인 1962년에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현재 재키 로빈슨의 현역 시절 등번호 42번은 1997년 메이저리그 30개 전구단에서 재키 로빈슨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1997년부터 영구결번으로 지정하여 그의 정신과 활약을 기리게 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를 기리기 위해 영구결번을 지정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흔한 일이지만,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처럼 메이저리그 전 구단이 같은 등번호를 영구결번한 것은 단 한 명, 오직 재키 로빈슨에게만 해당한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영화 '42' 스틸 컷

영화 '42' 스틸 컷 ⓒ 워너브라더스


1947년 5월 신시내티 원정경기 당시 재키는 관객들과 신시내티 벤치로부터 극심한 야유를 받았다. 야유가 절정에 이르럴었을 때 유격수 피 위 리즈가 수비 도중 재키에게 가서 어깨동무를 하며 신시내티 벤치를 바라봤던 일화가 유명하다. 이 일화가 꾸며진 미담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당시 동료였던 랄프 브랜카는 < 42 >블루레이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그날의 목격담을 이야기하고 있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1차로 연기 오디션을 봤으며, 2차로 2주간 야구 오디션을 봤다. 그리고 캐스팅된 배우들은 12주동안 실제 야구 훈련을 받았다. 과거 KBO에서 활약했던 투수 크리스토퍼 존 니코스키가 더치 레오나드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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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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