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은 네이버에서 주호민 작가가 연재했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작품의 내용은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서 49일 동안 총 7번의 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뮤지컬' <신과 함께>라고 했지만 사실 <신과 함께>라는 제목 앞에는 '창작가무극'이라는 말이 붙는다. '서울예술단'에서 올리는 공연이기 때문에 창작가무극이라고 불린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공립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에서는 한국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창작 공연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에도 한국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노래, 음악들이 나온다.

이승과 저승을 아우르는 <신과 함께>

 뮤지컬 <신과 함께> 중 저승 열차를 탄 사람들의 모습이다.

뮤지컬 <신과 함께> 중 저승 열차를 탄 사람들의 모습이다. ⓒ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는 두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7번의 재판 과정이고 두 번째는 억울한 죽음에 도망친 군인 원귀를 쫓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다. 우선 재판 내용이다. 재판을 받는 사람의 이름은 김자홍. 나이 39세. 미혼. 사망 원인은 술로 인한 간질환이다. 소심하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김자홍에게는 재판을 변호 해주는 저승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있다. 신기한 헤어스타일과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인 진기한의 첫 의뢰인이 김자홍이었다. 진기한은 슈퍼맨처럼 어떠한 상황이 와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임기응변을 보여준다. 그의 엄청한 준비성과 센스가 <신과 함께>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이 두 사람은 무시무시한 지옥이 기다리는 7개의 관문을 차례차례 헤쳐 나간다. 거해지옥, 도산지옥, 한빙지옥 등 여러 개의 지옥에서 효심, 공덕, 말로 지은 죄 등 살면서 지은 모든 죄들을 심판한다.

저승차사와 원귀의 이야기는 이승에서 펼쳐진다. 군대에서 제대를 보름 앞둔 병장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자 저승행 열차에서 탈출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안 저승차사들은 원귀를 쫓다 그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함께 사건을 파헤쳐간다. 저승차사들을 통해서 저승의 이야기와 시스템까지 엿볼 수 있고 이들이 주는 감동도 크다.

압도적인 무대 연출

 뮤지컬 <신과 함께> 중 톱날로 이승에서 지은 죄를 심판하고 있다.

뮤지컬 <신과 함께> 중 톱날로 이승에서 지은 죄를 심판하고 있다. ⓒ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 객석에 들어가자마자 눈을 사로잡은 건 무대였다. 저승이라는 판타지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더 무대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특히 다양한 무대 공간들이 색다르다. 원형 틀, 무대 뒤, 무대 앞, 무대 위, 올라가는 무대 등 배우들이 노래하고 연기하는 공간들이 많다. 저승-이승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전개되는 내용을 무대를 통해 세분화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옥 별 색다른 콘셉트

'지옥 별 색다른 콘셉트'도 <신과 함께>의 중요 요소다. 새로운 지옥이 나올 때마다 콘셉트가 조금씩 달라진다. 여기서 가무극이라는 특징도 잘 살렸다. 현대무용을 통해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을 표현했다.

무용하는 배우들이 피가 묻은 죄수복을 입고 나와 아파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신비스러운 연출을 했다. 지옥이 바뀔 때마다 옷이나 몸짓, 무용으로 표현해서 판타지스러움을 극대화했다.

만화스러움을 잘 살린 연출

현재 <신과 함께>가 영화로도 나왔는데 웹툰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영화나 드라마 보다는 뮤지컬이다. 신기한 분장을 해도, 조금 특이한 극적인 연출을 해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뮤지컬 <신과 함께>에는 무용까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더 부각될 수 있었다. 또한 원작에 충실하게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들도 충분히 잘 즐길 수 있다.

아쉬운 점

뮤지컬 <신과 함께>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소품이었다. 전개가 잘 되고 무대도 멋있고 잘 흘러가고 있는데 독사, 괴물이 나오는 장면을 인형으로 보여준다. 소품이 가끔씩 극의 흐름을 방해해 아쉬웠다.

웹툰의 명장면이 뮤지컬로 왔을 때 감흥이 떨어지는 부분도 몇 몇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신장급 저승 변호사와 함께하는 할머니 이야기였다. 이승에서 봉사도 많이 하고 공덕을 많이 쌓은 분들은 신장급 변호사가 배정된다. 신장급 변호사는 위험한 저승길에 커다란 배, 호텔 숙박 등 좋은 혜택을 지원받는다. 나는 이 장면이 '착하게 살면 저승에서 큰 혜택을 받는구나'라는 걸 잘 표현해주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뮤지컬에서는 너무 짧게 지나가 아쉬웠다.

웹툰을 뮤지컬로

뮤지컬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다. 이야기의 서사, 인물, 대사까지 많은 부분 따라가는데 그래도 그 중에서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뮤지컬은 진기한의 스토리를 더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진기한 성장 과정의 배열에 변화를 줘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저승 국선 변호사라는 캐릭터에 더 힘을 실어준 연출 덕분에 잘 와 닿았다.

<신과 함께>는 삶과 죽음, 죄와 공덕 등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 있는 이야기, 호불호 갈리지 않는 스토리 덕분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 영화도 있지만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노래로 <신과 함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뮤지컬 <신과 함께>를 추천한다.


신과함께 뮤지컬신과함께 조형균 서경수 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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