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구단 kt가 제9구단 NC를 상대로 3연전 싹쓸이 승리를 만들었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2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4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7-2로 승리했다. 창단 후 NC를 상대로 첫 스윕, 그것도 윈정 시리즈에서 3연승을 달린 kt는 두산 베어스에 이어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으며 SK와이번스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10승 6패).

9번 중견수로 출전한 오태곤이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2회 솔로 홈런을 작렬한 '캡틴' 박경수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kt에게  승리만큼 중요했던 또 하나의 큰 수확은 금민철을 제외한 국내 선발 투수들의 부진 속에서 아주 좋은 선발투수를 발굴했다는 점이다. 5.2이닝 2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낸 kt의 좌완 유망주 박세진이 그 주인공이다.

롯데의 에이스로 성장한 형에게 가려 있던 kt의 좌완 유망주

같은 업계에 뛰어난 형이 있으면 언제나 동생은 비교당하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3루수를 형으로 둔 최항(SK)도 프로 입단 후 형과 꾸준히 비교되면서 한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부터 1군 무대에서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최항은 올해 SK의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하며 오히려 형보다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박세진 역시 두 살 많은 형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있다. 우완 투수인 형과는 달리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박세진은 꾸준히 형의 길을 따라 가다가 형이 프로에 진출한 후 경북고의 에이스 자리를 물려 받았다. 박세진은 상원고의 좌완 이수민에게 밀려 연고팀 삼성 라이온즈의 1차지명을 받지 못한 형의 한(?)을 풀어줄 선수가 되리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년 전 우완 박세웅을 지명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삼성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세진의 동창인 우완 최충연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결국 박세진은 형에 이어 전국단위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했다. 이로써 박세웅과 박세진은 역대 최초로 같은 팀에 1차 지명으로 선발된 형제 선수가 됐다(물론 박세웅이 2015년 롯데로 트레이드되면서 형제가 같은 유니폼을 입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세진은 스프링캠프부터 인상적인 구위로 당시 kt를 이끌던 조범현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고 2016년4월27일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박세진은 2경기에서 4.1이닝 동안 3점을 내주며 퓨처스리그로 내려 갔다. 7월27일 KIA타이거즈를 상대로 한 선발 데뷔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2경기에서 3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며 시즌을 마감했다(2패 평균자책점 5.14).

 KT 위즈 소속 박세진 선수 프로필. KT 위즈 구단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KT 위즈 소속 박세진 선수 프로필. KT 위즈 구단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KT 위즈


2016 시즌 이후 kt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진욱 감독 역시 좌완 선발로 성장할 수 있는 박세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성적으로 보여주기에 박세진의 경험은 너무 부족했다. 박세진은 선발 3차례 등판을 포함해 4경기에 등판했지만 11.1이닝 동안 12점을 내주며 2패 9.53으로 부진했다. 사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의 박세진은 1군 투수로 분류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시즌 2경기 만에 프로 데뷔 첫 승, kt 미래의 에이스 후보

프로 입단 첫 해부터 풀타임 선발 투수로 기회를 얻었던 형과 비교하긴 무리가 있지만 박세진이 프로 2년 동안 4패를 기록하고 있을 때 박세웅은 작년 시즌 12승을 올리며 롯데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2패 만을 기록했던 2015년 1차 지명 선수 홍성무처럼 2016년 1차 지명 박세진 역시 실패한 지명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진욱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라이언 피어밴드와 더스틴 니퍼트, 고영표, 주권, 금민철로 이어지는 2018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했다. 엄상백,김재윤,이상화,고창성,심재민 등으로 구성된 주요 불펜진에도 박세진의 이름은 없었다. 그저 예비 선발 투수를 언급할 때 류희운과 함께 이름이 언급될 뿐이었다. 실제로 박세진은 kt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kt 마운드의 변수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외국인 투수 니퍼트가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 올리지 못했고 4선발로 낙점된 주권도 2경기에서 7이닝 동안 15점을 내주며 무너진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로테이션이 비었던 지난 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박세진을 선발로 투입했다. 그리고 박세진은 5.1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곁들이며 넥센 타선을 1점으로 막는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박세진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는 각각5이닝 무실점,3.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가 다음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무너졌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두 번째 등판에서 어떤 투구내용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됐다. 하지만 박세진은 우려와 달리 5.2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2볼넷5탈삼진 2실점으로 2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갔다. 물 오른 kt 타선도 홈런 4개를 기록하며 좌완 영건의 데뷔 첫 승을 도왔다.

사실 박세진은 178cm로 투수로는 신장이 다소 작은 편이다(삼성이 박세진 대신 190cm의 최충연을 선택한 이유에는 체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빠른 공도 시속 140km를 갓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박세진은 다양한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력,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영리한 투구로 선발 투수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뽐내고 있다. 언제나 형을 쫓던 박세진이지만 올해만큼은 아직 재활 중인 형보다 먼저 1군 첫 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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