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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들을 둔 엄마였으니, 청년 창업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아들을 둔 엄마였으니, 청년 창업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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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후원하는 청년 창업센터가 옥동에 생겼다. 길을 가다 문득 아내는 여기에 한번 들어가 보자고 했다. 서울에서 창업을 한 큰아들이 생각난 것이다. '트레비아'라는 이름으로 가죽공방을 열어, 2년째를 맞는 아들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난 그런 아들의 열정과 패기를 존중한다. 그런 아들을 둔 엄마였으니, 청년 창업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전시장은 1, 2층으로 되어있었는데, 각각 코너별로 상품 종류가 다른 매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옷과 액세서리, 차, 등등 상품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아내는 매장을 둘러보더니 액세서리 파는 가게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팔찌를 하나 샀다. 가격이 3만 5천 원이었는데, 아내는 5천 원을 더 주었다.

"나에게도 서울에서 창업을 한 아들이 있어요. 아들 생각이 나서 응원차 주는 거니까, 5천 원으로 차 한잔 하세요."

라고 말을 하면서 4만 원을 주었다.

"아이고, 어머니 고맙습니다. 어머니 같은 사람은 처음 보네요."   

그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약간 불편했다. 현재 내가 돈을 벌지 않는 상황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4만 원이라는 돈은 현재 우리 형편에 적지 않는 돈이었고, 액세서리는 당장 생활에 필요한 물품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을 위해서는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아까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아오면서 아내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돈은 이렇게 쓰는 거예요. 내가 청년들에게 잘 해주면 누군가는 서울에 있는 내 아들에게 잘 해주겠죠."

그렇게 말하는 아내의 말을 들으니 잠시나마 불편했던 마음이 뿌듯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맞아요. 잘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겉옷을 벗는데, 아내가 산 팔찌가 아닌 다른 팔찌를 하나 더 끼고 있었다. 아내가 산 팔찌를 사기 전에 한번 껴본 것을 벗어놓지 않고 그대로 끼고 온 것이다. 깜짝 놀라서 아내는 바로 전화를 했다.

"집에 와서 보니 아까 껴본 팔찌를 벗어놓지 않고 그냥 왔네요. 내일 가져다 드릴게요."   

모두 아내와 같은 마음을 가진다면

취직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청년들이 창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창업의 길은 험난하다. 나도 창업을 하여 성공하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창업한 청년들의 고생을 짐작하게 된다. 젊은 패기로 도전하여 비록 성공하지는 못할망정, 그 경험은 그대로 자신들의 자산으로 남게 되리라. 그리고 그들은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리라. 물론 성공하면 좋겠지만.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는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백번 낫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할 수 있는 모든 팩트를 체크하여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하는 과정도 하나의 중요한 경험이 된다.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통계가 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면 그것만으로 가치 있는 것이다.

"하면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그러면 될 가능성이 더 많아진다."

등의 많은 듣기에 좋은 말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 말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비를 해야 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한다고 생각하여 잠시나마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기성세대들이 모두 아내와 같은 마음을 가진다면, 청년들이 지금보다 한결 자립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그들이 자립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진다.

취업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 청년들을 험로로 내몬 것이 다름 아닌 기성세대들이다. 그런 책임을 일정 부분은 기성세대들이 나누어가져야 한다. 용기를 내어 고생길로 접어든 청년들을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기성세대에 있다는 말이다.

아내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돈은 이렇게 쓰는 거예요. 내가 청년들에게 잘 해주면 누군가는 서울에 있는 내 아들에게 잘 해주겠죠."   


태그:#청년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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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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