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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 2승 1패.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역대 선거 성적표다. 서울 노원병에서 두 차례(2013년 재보궐선거, 2016년 총선) 당선했으나,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큰 표차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5전, 2승 1패 2포기(양보)

하지만 3전이 그의 선거 이력의 전부가 아니다. 피선거권 행사를 만지작거리다가 포기한 경우가 두 차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을 엄밀히 따져 말하자면 총 5전 2승 1패 2포기(이후 '양보'로 칭함)라고 하는 게 맞다. 

첫 번째 '양보'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이뤄졌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자마자 '비정치인 안철수'의 지지율은 치솟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50%를 웃돌았다. 그러면서 출마가 기정사실로 인식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는 물러섰다. 야권 후보로 거론되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포기했다.

두 번째 '양보'는 2012년 대선 직전에 나왔다.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그에게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지지율은 높았으나 이를 떠받쳐줄 조직력이 없었다.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제1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을 치르는 방법이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입당을 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았다. 경선으로는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던 듯.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은 난항에 빠졌고 결국 후보 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양보했던 그 상대와 그 자리에 빠짐없이 도전장 내미는 안철수
▲ 양보의 끝은 재도전 양보했던 그 상대와 그 자리에 빠짐없이 도전장 내미는 안철수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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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양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양보'했던 바로 그 상대와 그 자리를 향해 빠짐없이 도전장을 내미는 패턴을 보인다. 문재인 후보와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격돌한 바 있다. 이번엔 7년 전 양보했던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박원순 현 시장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양보의 끝은 재도전'이라는 '안철수식 양보'의 공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안철수의 '양보 공식'

물러섰던 상대와 그 자리에 꼭 다시 돌아와 일전을 벌인다. 그렇다면 그의 '양보'는 그냥 '양보'가 아닌 것이다. '뒤끝'이 있는 '양보'란 이야기다. 안 후보의 발언 곳곳에서 '뒤끝' 감정이 묻어난다.

"양보한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가. (2012년 대선 당시) 양보뿐 아니라 도와줬는데, 도와줬음에도 고맙다는 말은커녕 안 도와 졌다고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 문재인 후보를 향해 / 2017년 대선 당시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그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 또한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 박원순 시장을 향해 / 서울시장 출마선언문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선언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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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뒤끝 출마'... 19대 대선 '데자뷔'?

안 후보의 첫 번째 '뒤끝 출마'는 지난 대선 때였다. 진보-보수 양측을 설득할 수 있는 중도후보를 표방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국정농단으로 파면을 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자유한국당의 후보보다는 성적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조차 무너지면서 3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서울시장 도전은 두 번째 '뒤끝 출마'다. 자유한국당과는 단일화는 물론 어떠한 연대도 없을 것이라는 안 후보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서울시장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 2당 후보들과 민주당 후보가 격돌하는 구도가 될 거라는 이야기다. 진보, 중도, 보수 3파전으로 치러졌던 지난해 대선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적합도 1위는 박원순 현 시장이다. 지지율에서 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월등히 앞선다. 박 시장이 당내 경선을 통과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전개라면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처럼 자유한국당 후보와 2위 자리를 놓고 다퉈야 한다.


태그:#안철수 양보공식, #안철수 출마, #안철수 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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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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