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하는 김주성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원주 김주성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8.4.1

▲ 드리블하는 김주성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원주 김주성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8.4.1 ⓒ 연합뉴스


한국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주성(원주 DB 프로미)의 마지막 챔프전이 시작된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주성은 현역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밟게 될 챔프전 무대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피날레를 꿈꾼다. 김주성의 소속 팀 원주는 오는 8일부터 서울 SK 나이츠와 7전 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에 돌입한다.

김주성은 2002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16시즌 동안 오직 원주의 유니폼만을 입고 활약한 '원클럽 맨'이다. 김주성이 데뷔하기 전까지 중하위권을 전전하는 평범한 팀이었던 원주는 이후 KBL을 대표하는 강호로 급부상했다. 원주의 전성기는 곧 '김주성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주성은 원주에서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차지하며 한 시대를 지배한 선수로 군림했다. 개인 타이틀도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 각 2회를 비롯하여 베스트5에는 8회나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마지막 시즌이었던 올해에는 식스맨상까지 수상했다.

김주성, 선수인생 마지막 화려하게 장식할까

이미 KBL에서는 선수로서 더 이룰 것이 없을 만큼 위대한 업적을 쌓은 김주성은 선수 인생의 마지막이 될 챔피언결정전에서 또다른 이정표에 도전한다. 바로 챔피언 등극과 함께 은퇴하는 것이다. 우승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특히 선수로서 가장 최고의 순간에 은퇴하는 것보다 더 영예로운 피날레는 없다.

KBL에서 역대 최우수선수 출신 중 은퇴 마지막 시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도 말년까지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보다 역사가 오래된 NBA(미국 프로농구)에서도 흔치 않은 기록이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1998년 시카고 불스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하고 은퇴를 선언했지만 3년 후 이를 번복하고 워싱턴 위저즈에서 잠시 선수로 복귀하여 활동했고 당시 워싱턴은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했다.

NBA에서 김주성과 비슷한 사례를 찾는다면 '해군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이 가장 가까울 것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전설인 로빈슨은 여러모로 김주성과 닮은 면이 많다. 로빈슨 역시 샌안토니오에서만 선수 생활을 보낸 원클럽 맨이자 리그를 지배한 빅맨 중 한 명이었다. 샌안토니오와 원주 모두 소속 리그에서 '빅마켓'이나 스타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특유의 조직력과 높이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꾸준히 리그의 강호로 군림해왔다는 점에서 자주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로빈슨이 현역 시절 말년에는 에이스 역할을 팀 던컨 같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조력자의 역할을 자청하며 '세대교체'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던 행보도 김주성과 흡사하다.

로빈슨은 2002-2003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샌안토니오는 당시 우승을 차지하며 로빈슨의 고별무대를 영예롭게 빛냈다. 로빈슨의 뒤를 이어 샌안토니오의 황금기를 연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등도 모두 샌안토니오에서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면, 원주는 윤호영-두경민 등이 김주성의 뒤를 이어 간판스타의 계보를 물려받았다. 김주성이 이번 챔프전 무대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면 그야말로 로빈슨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셈이다.

원주 DB 10년 만의 통합우승 차지할까

천하의 김주성에게도 우승의 추억은 꽤 오래된 과거다. 김주성은 데뷔 후 불과 6년 사이에 3번이나 정상에 올랐지만 2007-2008 시즌을 끝으로는 더 이상 우승반지를 추가히지 못했다. 원주는 2011년과 2012년, 2015년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바 있지만 각각 전주 KCC-안양 KGC-울산 모비스의 벽에 막혀 분루를 흘렸다.

김주성은 원주에 입단한 2002년 이후 올해로 무려 8번째 챔프전 진출이지만 아쉽게도 준우승 횟수(4회)가 우승(3회)보다 더 많다.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지만 김주성이 더 우승에 간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일 원주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정규리그를 포함하여 무려 10년 만의 통합 우승이 된다.

원주의 우승 가능성은 높다. 원주는 챔프전 상대인 서울 SK에게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에서 4승 2패로 우위를 점했다. 디온테 버튼-로드 벤슨-두경민으로 이어지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김태홍-서민수처럼 파이팅이 좋은 벤치멤버들도 두껍다. 4강전에서 디펜딩챔피언이던 안양 KGC를 3연승으로 가볍게 압도하며 상승세와 함께 체력까지 비축했다.

한국 나이 마흔 살의 노장이 된 김주성은 어느덧 팀의 간판 자리는 두경민과 버튼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 물려줬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정규 시즌과 마찬가지로 김주성은 윤호영과 함께 경기 후반 승부처에 투입돼 중요한 순간에 경기흐름을 바꾸는 '조커'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성의 높이를 활용한 블록슛과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정확한 중장거리슛은 언제든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포즈 취하는 양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KBL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주 DB 두경민, 이상범 원주 DB 감독, 문경은 서울 SK 감독, 서울 SK 김선형. 2018.4.5

▲ 포즈 취하는 양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KBL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주 DB 두경민, 이상범 원주 DB 감독, 문경은 서울 SK 감독, 서울 SK 김선형. 2018.4.5 ⓒ 연합뉴스


하지만 5년 만에 챔프전에 돌아온 서울의 전력도 만만치않다. 서울은 정규시즌 준우승의 주역이었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무릎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체 선수로 새롭게 가세한 제임스 메이스가 의외의 맹활약을 펼치며 또다른 우승후보 전주를 제압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다재다능한 득점기계였던 헤인즈와 달리 메이스는 좀더 빅맨에 가까운 묵직한 플레이를 펼치는 데다 슛범위도 넓어서 원주에는 헤인즈가 있을 때 또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 부상으로 정규시즌 9경기 출장에 그쳤던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이 플레이오프에서는 완전한 컨디션으로 돌아왔다는 것도 정규시즌 때와는 또다른 변수다. 속도전과 수비 매치업에서 원주와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원주는 김주성과 함께 수년간 트윈타워로 호흡을 맞춰온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도 올 시즌으 마치고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 벤슨은 어차피 KBL이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2미터 이하)를 강화하며 은퇴하지 않더라도 다음 시즌 국내무대에서 뛸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한때 원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동부산성'의 주역들이 어느덧 농구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가운데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추게 될 이번 챔프전에서의 우승은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농구 팬들에게도 전설의 마지막 시간을 코트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감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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