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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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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에서 업무를 보던 동료가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 다음 날 그와 10년을 일한 노동자는 그 계산대에서 일해야 했다.

"상사에게 그 계산대를 며칠만이라도 폐쇄해주면 안 되느냐고 요구했지만, 상사는 (계산업무) 스케줄이 이미 나와서 변동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포스(계산프로그램)가 고장 나면 해당 계산대는 폐쇄시킨다. 사람이 죽었다. 이번 일은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트는 (폐쇄 요구를 한) 다음 날에서야 그 계산대를 닫더라."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32분 서울 '이마트 구로점'에서 계산 업무를 보던 직원 권미순(47)씨가 돌연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권씨는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지만 심폐소생술 등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2009년 이마트 구로점에 입사한 고인은 약 10년을 계산원으로 일했다. 노동자들은 10년을 함께한 그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냈지만, 추모조차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을 추모할 틈도 없이 동료가 쓰러진 자리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구로점 계산원인 최금숙씨는 지난 4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일요일이었던 1일 마감조라 오후 3시쯤 출근했다"라며 "미순이가 쓰러졌던 24번 계산대가 열려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최씨는 "오전조가 이미 그 자리에서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너무 놀랐고 아직 (동료를 떠나보낸) 마음의 상처가 깊은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라고 밝혔다.

결국 최씨는 이날 24번 계산대에서 종료시간까지 일했다. 그 자리에서 추모는커녕 정신없이 일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는 "일하는 내내 마음이 이상했다"라며 "(쓰러진 시간인) 32분이 계속 떠오르고 식은땀이 계속 났다"라고 당시의 고통을 전했다. 힘겹게 일을 마친 최씨는 고인의 장례식에 갔다.

"추모 좀 하게 해달라" 오열한 마트 노동자들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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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추모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 추모 막은 이마트 구로점
▲ 노동자 추모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 추모 막은 이마트 구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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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노동자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것도 막았다. 지난 2일 오후 2시 유가족과 민주노총 소속 마트노동조합 등이 24번 계산대에 국화꽃을 헌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마트는 추모객 행렬이 마트 내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마트노조는 "2일 오후 7시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한 뒤, 이마트가 부른 용역과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매장에 들어갔다"라며 "그 다음 날인 3일에는 이마트가 부른 용역에 막혀 매장 밖에서 추모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마트노조가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여는 마지막 날인 4일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트노조 조합원들과 추모객들은 오후 8시 10분쯤 국화꽃 한 송이씩을 들고 매장 앞에 일렬로 섰다. 그러나 사측은 입구 하나만 남겨두고 셔터를 내렸다. 남은 입구에는 사측의 용역으로 추정되는 남성 10여명이 입구 앞과 뒤, 문 사이에 촘촘히 서서 한 명도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

마트노조 정민정 사무처장은 "3일에도 조용히 한 줄로 국화꽃 한 송이 들고 섰지만 (사측은) 영업에 방해된다며 막았다"라며 "10년을 같이 근무한 동료가 인사도 못하고 죽었다. 그렇게 죽은 동료를 추모하겠다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영업 끝나는 시간인 11시 이후에 오라고 했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는 죽음조차 이렇게 돈 앞에 하찮게 여겨져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도 "그 부스(계산대)를 한 시간 막는다고 해서 영업과 매출이 얼마나 지장을 받나"라면서 "24번 계산대 앞에 가서 묵념 올리고 싶다"라고 부르짖었다.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노동자의 추모를 막은 이마트 구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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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추모하러 가는 게 그렇게 무섭냐", "꽃 한 송이 놓는게 무섭냐"라며 소리를 치기도 하고 "제발 좀 추모하게 해주세요"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이마트 매장 입구 계단에 헌화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의 울먹임을 매장 안에서 들으며 근무를 한 최금숙씨는 "소리가 계속 들리니까 속이 답답하더라"라며 "나도 가서 추모하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니까 힘들어서 중간에 화장실 가서 한 번 울었다"라고 밝혔다. 왼쪽 가슴팍에 근조리본을 달고 일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추모의 전부였다.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일했던 계산대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일했던 24번 계산대에 국화 꽃바구니가 놓였다.
▲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일했던 계산대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일했던 24번 계산대에 국화 꽃바구니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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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다가가지 못 한 24번 계산대에는 '이마트 임직원 일동' 명의로 된 커다란 국화꽃바구니가 놓여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지난 2일 유가족과 노조 등 추모객들이 수북이 쌓아뒀던 국화꽃과 추모의 포스트잇 대신 이마트측이 가져다 놓은 것이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이마트는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추모를 막기 위해 용역업체를 불러 정문을 가로막고 있다"라며 "신세계 이마트 오너 경영진들이 (얼마나) 노동자를 하찮게 여기고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 "현장관리자가 발견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구조에 필요한 일련의 선행조치를 취했다"라고 해명했다.

사망 다음 날(4월 1일)에도 24번 계산대를 폐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마트 관계자는 "유가족측과 고인의 추모 방안에 대해 협의과정 중에 있었으며, 협의에 따라 4월 2일부터 추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라고 답했다.

(2일 저녁 이후) 추모 행렬을 막은 것에 대해서는 "2일 추모제가 끝난 후 불법으로 매장에 진입해, 시설물을 파손시키고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6명의 직원이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라며 "평화적인 추모 방법이 아닌 동일한 불법행위를 반복할 것을 우려해 시설관리권 행사 및 직원 보호 차원에서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경숙 마트노조 이마트 구로점 지회장은 이마트의 해명에 대해 "발인날이었던 2일 추모행렬이 국화꽃 200송이를 준비해서 계산대에 헌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마트측에서 못 들어가게 입구를 막다보니 부딪힌 것이다"라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지회장은 이어 "(2일 몸싸움 과정에서)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반 이상 부러지면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오른쪽 팔을 물리기도 했다"라며 "회사가 막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없었을 일이다"라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6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책임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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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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