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밝은 이동국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표정 밝은 이동국 지난 3월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라이언 킹' 이동국은 이번에도 '나이'에 드리운 선입견을 모두 지워버렸다.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와 11분만에 쐐기골을 터뜨린 이동국의 활약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보였다. 열 일곱, 열 여덟 살 차이가 나는 까마득한 막내들과 어울려 만든 완승이기에 라이언 킹의 미소는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4일 오후 7시 30분 일본 산쿄 프론티어 가시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2-0으로 이겨 키치 SC(홍콩)와의 남은 1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20살 송범근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덕분

축구가 아무리 '골'이라는 결과로 평가하는 스포츠라고 해도 가장 중요한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골은 대체로 필드 플레이어들 몫이지만 실제 승패의 갈림길을 만드는 주역은 때로 골키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K리그 1 챔피언 전북 현대 골문을 지키고 있는 스무 살 새내기 송범근이 바로 오늘의 주역이 됐다. 까다로운 일본 어웨이 경기를 치르게 된 전북은 강심장 새내기 골키퍼 송범근에게 장갑을 맡겼다.

결과론이기도 하지만 스무 살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전북은 경기 초반부터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경기 시작 후 3분만에 전북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었다. 홈 팀 가시와 레이솔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날카롭게 올라온 것을 받아서 크리스티아노가 결정적인 헤더 슛으로 선취골을 노렸지만 송범근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골 라인 바로 앞에서 공을 걷어냈다.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 행진은 25분에도 빛났다.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뽑혀 지난달 말 유럽에서 벌어진 평가전에 따라갔던 왼쪽 풀백 김진수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가시와 레이솔 선수들은 집요하게 전북의 왼쪽(가시와 레이솔의 오른쪽) 구멍을 노린 것이다. 이번에도 그 방향에서 매우 정확한 크로스가 올라왔다.

이 크로스를 받은 가시와 레이솔 공격수 아타루 에사카는 감각적인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전북의 새내기 골키퍼 송범근이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오르며 기막히게 그 공을 쳐냈다. 이처럼 송범근 골키퍼의 결정적인 슈퍼 세이브는 이 경기 전북 승리의 분명한 발판이 된 것이다.

이동국, 21살 김민재의 크로스를 빛내다!

물론 전북은 경기 시작 후 16분만에 로페즈가 침착함과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하며 선취골을 터뜨렸기에 비교적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이승기의 전진 패스를 받은 로페즈가 좁은 공간에서도 정확한 오른발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내던진 것이다.

7187명 홈팬들 앞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생각한 가시와 레이솔은 전북을 잘 아는 미드필더 김보경을 중심에 두고 짧은 패스로 공간을 좁혀왔지만 신형민과 손준호가 버티고 있는 전북의 중원을 시원하게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센터백 김민재의 과감한 커트 플레이도 전반전 중반 이후 곳곳에서 빛났다.

그리고 전북 벤치에서는 66분에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 대신 라이언 킹 이동국을 들여보냈다. 그 효과는 딱 11분만에 멋진 추가골로 드러났다. 77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높은 공을 따내기 위해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김민재의 재능이 또 한 번 빛나는 순간이었다.

김민재는 자신이 측면 풀백이나 측면 미드필더가 된 것처럼 흐르는 공을 잡아서 왼쪽 구석으로 빠르게 몰고 나가더니 결코 쉽지 않은 왼발 터닝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보내주었다. 그리고는 이 궤적을 기다렸다는 듯 이동국의 통렬한 왼발 발리 슛이 가시와 레이솔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날아들어갔다. 가시와 골키퍼 기리하타의 멍한 표정이 이 상황을 말해주는 듯 보였다. 이동국 바로 앞에서 이승기가 속임 동작을 해 준 것이 김민재의 어시스트 이상으로 큰 효과를 본 셈이었다.

이제 25일만 지나면 만 나이로도 39살이 되는 맏형 이동국의 미소가 더 흐뭇하게 보이는 경기였다. 송범근과 김민재처럼 까마득한 조카뻘 어린 선수들의 알토란 활약과 어우러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전북 현대는 오는 8일 오후 2시 스틸 야드로 들어가서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원 2위 다툼을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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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AFC 챔피언스리그 E조 결과(4일 오후 7시 30분, 산쿄 프론티어 가시와 스타디움)

★ 가시와 레이솔 0-2 전북 현대 [득점 : 로페즈(16분), 이동국(77분,도움-김민재)]

◎ E조 현재 순위표
1위 전북 현대 12점 4승 1패 19득점 9실점 +10 ***** 16강 진출!
2위 텐진 취안젠(중국) 10점 3승 1무 1패 12득점 9실점 +3 ***** 16강 진출!
3위 가시와 레이솔(일본) 4점 1승 1무 3패 4득점 7실점 -3
4위 키치 SC(홍콩) 3점 1승 4패 1득점 11실점 -10
축구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이동국 송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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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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