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 드라마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 포스터.

SBS 수목 드라마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 포스터. ⓒ SBS


'스위치'는 사기꾼들 사이에서 물건이나 사람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통용되는 은어다. 지난 3월 28일 첫 방송한 SBS 수목 드라마 <스위치 : 세상을 바꿔라>는 영리한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동화 '왕자와 거지'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있다. 즉 외모가 꼭 닮은 사람들 간의 신분 바꿔치기가 이 드라마의 중심 소재다.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는 IQ 168의 지능적인 사기꾼 사도찬(장근석 분)이 한시적으로, 자신과 외모가 흡사한 검사 백준수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검사 오하라(한예리 분)가 사도찬과 백준수를 바꿔치기하게 된 이유, 쫓고 쫓기는 관계였던 백준수와 마약밀매업자 금태웅(정웅인 분)의 악연, 사도찬 일당의 사기 수법 등을 설명하는 일화들이 비교적 경쾌한 스타일로 이어졌다.

'허세' 장근석, 이 캐릭터 딱 맞네

지금까지 방송분에서는 다른 사람 인생을 대신 살게 된 사도찬이, 이런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극적 긴장과 재미가 발생했다. 그의 지능이 높다 보니 관련 정보를 습득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타고난 기질과 생활환경에 큰 차이가 있다 보니 각종 우발적인 상황을 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 드라마는 사도찬과 오하라가 이와 같은 '위기'를 넘기는 과정들을 다분히 희극적인 소동극으로 버무려냈는데 그 결과물은 썩 괜찮은 편이다. 소위 '왕자와 거지' 류의 이야기들을 통해 익히 경험했던 상황들이긴 하지만, 사도찬 역을 맡은 장근석의 사기꾼 연기가 그런 진부함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근석은 이번 역할을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소화하고 있다. 사실 장근석은 '허세'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배우다. 장근석 또한 자신이 그런 이미지로 소비되는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오히려 이를 즐기고 있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그리고 이런 면모는 사도찬이라는 캐릭터와 만나 호응하고, 시청자들에게도 상당히 그럴 듯한 모습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이야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사도찬이 소위 나쁜 놈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는 설정이다. 즉 그가 사기를 당하고도 사법당국에 신고하지 못할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도둑질'을 해왔다는 점에서, 사도찬은 의적 면모가 있는 인물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는 전과가 없으며, 이는 사도찬이 오하라로 대표되는 사법 관리들 앞에서 비교적 꿀릴 것 없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사도찬의 사기행각이 통쾌한 이유

 SBS 수목 드라마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 홍보이미지

SBS 수목 드라마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 홍보이미지 ⓒ SBS


재미있는 건, 그에 반해 오하라는 검사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정의구현이라는 대의를 명분으로, 법에 저촉되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고 행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오하라는 직권을 남용하여 사도찬을 공갈 협박해서 공무원을 사칭하도록 종용했을 뿐만 아니라, 극 초반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려는 괴한을 제압하면서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내뱉고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런 대비 속에서, 사기꾼 사도찬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사와 검찰 권력을 두고 농담처럼 내뱉는 '훈수'가 이야기 중간에 간간이 등장한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오하라에게 그는 "이러니까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며 일침을 가하고, "성공에 눈이 멀어서 사기꾼 잡는 데 관심이 없"다거나 "검찰이 문제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기도 한다.

사도찬의 이같은 발언들은 이 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 상당한 쾌감을 선사하는데, 이는 검사와 검찰에 대한 그의 기본 인식이 현실적으로 지금 한국 사회 민중들이 가진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외에도 이 드라마에는 지금 한국 사회 현실을 빗댄 장면들이 등장한다. 새로 들어선 정부 여당이 지하경제 척결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대기업 오너들이 대책을 모의한다. 그 모임의 수장 격인 최정필(이정길 분)은 분노하며 뱉은 "요즘은 지 마음대로 하(던)데? 이 나라를 세운 게 누군데"라는 대사 등이 그것이다.

이런 내용들로 미루어 볼 때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는 앞으로 당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권력자들을 풍자하는 이야기에도 상당한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이 '세상을 바꿔라'라는 제목처럼 스토리 진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주인공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본 드라마의 주요 관극 포인트가 되리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스위치 : 세상을 바꿔라 장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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