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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3일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낭독된 시 3편이다. 낭독은 사회자인 가수 이효리씨가 맡았다. [편집자말]
오늘은 4.3 70주년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직전 유가족들이 행불인 표석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 오늘은 4.3 70주년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직전 유가족들이 행불인 표석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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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섬,4월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의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다만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섬, 4월 바람은 당신의 뼈 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당신의 뼈 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로부터 시작되는
당신이 바람의 집이었던 것

그리운 아버지... 표석 닦고 또 닦고 3일 70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 희생자 표석이 있는 곳에서 이순자씨가 아버지의 표석을 닦고 있다. 이씨는 4·3으로 5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2018.4.3
▲ 그리운 아버지... 표석 닦고 또 닦고 3일 70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 희생자 표석이 있는 곳에서 이순자씨가 아버지의 표석을 닦고 있다. 이씨는 4·3으로 5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2018.4.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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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아물지 않는다> / 이산하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이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제주 4·3 70주년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4·3 행불인 유가족들이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내 행불인 표석을 찾아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있다.
 제주 4·3 70주년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4·3 행불인 유가족들이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내 행불인 표석을 찾아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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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 김수열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천둥 번개에 놀라 이리 휘어지고
눈보라 비바람에 쓸려 저리 휘어진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나이테마다 그날의 상처를 촘촘히 새긴
나무 한 그루 여기 심고 싶다
머리부터 어깨까지 불벼락을 뒤집어쓰고도
모질게 살아 여린 생명 키워내는 선흘리 불칸낭
한때 소와 말과 사람이 살았던,
지금은 대숲 사이로 스산한 바람만 지나는
동광리 무등이왓 초입에 서서
등에 지고 가슴에 안고 어깨에 올려
푸르른 것들을 어르고 달래는 팽나무 같은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허리에 박혀 살점이 되어버린 총탄마저 보듬어 안고
대창에 찔려 옹이가 되어버린 상처마저 혀로 핥고
바람이 가라앉으면 바람을 부추기고
바람이 거칠면 바람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봄이면 어김없이 새순 틔워 뭇새들 부르고
여름이면 늙수그레한 어른들에게 서늘한 그늘이 되는
그런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푸르고 푸른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내일의 바람을 열려 맞는 항쟁의 마을 어귀에
아득한 별의 마음을 노래하는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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