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호안끼엠 주말풍경 하노이 구도심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주말이면 차량이 통제되고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한다
▲ 호안끼엠 주말풍경 하노이 구도심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주말이면 차량이 통제되고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한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지난 2017년 11월, 서른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첫 해외여행인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열아홉 어린 나이에, 한 중소기업 공장에 취직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게다가 군대도 가지 않고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활용해 계속해서 직장을 다녔다.

그렇게 오롯이 생존을 위해 '돈 버는 일'만 하다가 20대는 물론 30대 초반까지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제주도 한 번 못 가본 채 살았다. 그러다 2013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며 삶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내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롭게 살기 시작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이라는 걸 깨닫고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 직장을 그만뒀다. 홀가분하게 홀로서기를 하면서 삶의 여유를 조금씩 찾아갔다. 그리고 서른넷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그 후 2년이 지난 서른여섯에 첫 해외여행에 도전했다. 그리고 지난 3월, 생에 두번째 해외여행인 베트남 하노이를 다녀왔다.

내 여행은 '즉흥적'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 하는 일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지면 바로 떠나는 식이 많았다. 혼자 캠핑을 떠나 평일 아무도 없는 캠핑장에서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일도 있었다. 해외여행 역시 사촌 누나와 형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했을 때,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으니 별 고민 없이 수락할 수 있었다.

첫 해외여행으로 떠난 일본 후쿠오카는 우리 가족 중에 '여행의 신'이라 불리는 사촌누나가 주도한 여행이었다. 누나 친구들끼리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사촌형과 내가 함께 낀 거다. 워낙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누나가 숙소부터 여행 코스까지 모든 걸 다 짜서 우리를 인솔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다니며 맛있는 것 먹고 놀았다.

반면 이번 베트남 여행은 누나 없이 사촌형과 둘이 떠난 여행이었다. 비행기 티켓만 예약했을 뿐, 숙소를 미리 잡거나 여행 코스를 미리 짜지 않고 떠났다. 현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숙소도 잡고 여기저기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하노이 '구시가지'를 보며, 김해를 생각했다

쌀국수  현지인들이 가는 로컬식당에서 맛본 쌀국수, 진한 고수향 때문에 힘들었지만 국물맛은 일품이었다
▲ 쌀국수 현지인들이 가는 로컬식당에서 맛본 쌀국수, 진한 고수향 때문에 힘들었지만 국물맛은 일품이었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출발한 김해국제공항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는 4시간 가량이 걸렸다. 지난번 일본여행과 달리 베트남은 시차가 2시간이 있었기에 새벽부터 준비해 아침 8시 비행기 타고 갔다.

하노이 여행 첫날은 하루가 엄청 길게 느껴졌다. 하노이를 여행하면 주로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돌아 다닌다. 호안끼엠 주변은 하노이에서는 '구시가지'다. 건물이나 상점들을 보면 '구시가지' 느낌이 물씬 나지만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걸 보면 우리나라의 '구시가지'와는 다른 느낌이다.

나는 경남 김해시에 살고 있다. 김해는 동상동, 부원동일대가 '구시가지'인데 여기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 덕에 많은 외국 음식점들과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기는 김해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였다. 많은 김해 시민들이 쇼핑이나 문화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곳으로 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찾는 동네가 됐다.

나는 지역에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직장을 나와 이 일을 시작하면서 지역 사회와 청년들의 문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도시재생' 분야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탁상 행정'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줄줄이 '실패'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관련 기관에 이런 저런 제안도 많이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가 닿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노이의 '구시가지'인 '호안끼엠'의 모습에 대해 관찰하게 됐다. 내가 여행을 떠난 첫날이 금요일이라 호안끼엠의 주말 모습을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 '구시가지'는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로 바뀐다.

호수 주변의 넓은 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가족, 연인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상권도 생기고 청년들의 문화 행사도 많이 열렸다. 토요일 오후 호안끼엠 주변을 한바퀴 걸었는데 길가에서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호수 주변에서 사진 찍고 노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길 한복판에서 춤판을 벌이는 사람들, 동그랗게 서서 '따까오'라고 하는 베트남 제기 차기를 즐기는 사람들, 초상화 그려주는 화가들, 셀프웨딩 사진을 촬영하는 예비부부들까지 다양한 베트남 현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하노이 맥주거리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이는 하노이 맥주거리는 하노이 여행객이라면 꼭 가봐야하는 명소다
▲ 하노이 맥주거리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이는 하노이 맥주거리는 하노이 여행객이라면 꼭 가봐야하는 명소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해가 저물고 저녁에 되면 호안끼엠 주변 동수원 시장 주변에 '야시장'이 열린다. 야시장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러 관광지에서도 많이 열리고 있다. 반면 하노이 야시장은 규모가 다른 곳에 비해 컸다. 걸어서 한참을 둘러봐야 할 정도로 시장이 크게 들어선다.

야시장에서 주로 판매하는 것들은 옷과 신발들이었는데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알 수 없는 유명 메이커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액세서리들과 소품, 먹거리 등을 팔고 있었는데 특별히 '하노이스러운' 아이템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기념품으로,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블루투스로 노래방 마이크'를 하나 샀다.

마이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흥정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흥정하다보니 나중에는 처음 물어본 가격보다 거의 절반 가격에 마이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역시 시장은 가격 흥정하는 재미가 있다.

야시장 옆 골목으로 가면 '맥주거리'가 나온다. 맥주거리에 처음 가면 가게 앞 미니 테이블에 빼곡하게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어마어마한 인파에 입이 쩍 벌어진다. 거기에다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모두가 뒤섞여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여기가 어느 나라인지 헷갈릴 정도다.

나는 이 맥주거리를 보면서도 김해 '구시가지'가 생각났다. 김해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다가 특히 '구시가지' 주변은 김해의 '이태원'이라 불릴 만큼 외국인들이 밀집되어 살고 있다.

다양한 외국인 상점들과 음식점이 들어서 있지만 특별한 이슈가 없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매번 '구시가지'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싶다'는 우리 지역 지자체에서는 하노이 호안끼엠을 벤치마킹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박 6일간의 베트남 여행은 단순히 먹고 즐기는 것을 넘어 지역의 '도시재생'과 '문화'라는 측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 여행이었다. 지역에서 이 일을 하며 공공기관, 지자체들의 등살이 치여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이번 여행은 '이 일을 그만해야 하나?'고민하던 시점에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됐다. 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우리 지역을 한번 더 둘러보면서 2018년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여행은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여행을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좀 더 자주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베트남 여행에서도 돌아온 지금은 또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한다. 살아 있는 이 순간,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덧붙이는 글 | 자세한 여행 후기는 블로그에서 보세요~
http://daddytt.blog.me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