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물러가자마자 올해도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찾아왔습니다. 아침마다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떠오른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입니다.

사실, 지난 20~30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대기 질은 꾸준히 개선됐다고 합니다. 탈황 연료 사용 및 다양한 배출 가스 정제 기술 적용, 배출 기준의 강화 등으로 1980년대에 비해 각종 오염물질이 절반 이하로 대폭 줄었습니다.

하지만 특정 기간 황사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적절한 해결 방안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강조하는 언론 보도가 적지 않지만, 국내의 자동차나 화력 발전소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미세먼지의 원인을 '지구 온난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게 다 중국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만 해서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국내 배출량을 감축하고 지구 온난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좋아질 수는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이라도 해 나가야겠죠.

이 글에서는 환경 문제, 특히 지구 온난화에 관한 문제를 다룬 영화 3편을 소개합니다. 일상생활의 편리함에 파묻혀 살다 보면 금세 잊기 쉽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른 척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나] <빙하를 따라서>(2012) - 점차 사라지는 빙하를 포착하다

 <빙하를 따라서>의 포스터.

<빙하를 따라서>의 포스터. ⓒ Netflix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쟁점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인 설명만 있을 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를 직접 체험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진짜인지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지구 온난화를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국의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지구 온난화는 사기극'이라는 날조된 주장을 펼친 것도, 당선 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할 수 있었던 것도 자국의 이런 여론을 등에 업었기 때문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런 잘못된 주장을 실제 행동으로 반박하는 작품입니다. 사진작가 제임스 발로그는 기후 변화에 관심을 두고 빙하를 찍으러 갔다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떠올립니다. 바로 저속 촬영 카메라를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빙하의 변화를 찍어 보여주자는 것이었죠. 이때부터 그는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알래스카 등 빙하로 유명한 지역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주기적으로 지역을 돌며 확인하는, 수 년간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빙하의 변화를 잘 포착하기 위해 도보로만 접근할 수 있는 험준한 지역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또 이것을 정기적으로 가서 확인하는 작업은 무척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제임스는 계속된 작업으로 무릎이 상해서 몇 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지요.

하지만 그의 작업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공개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그야말로 놀랍습니다. 불과 4, 5년 만에 엄청난 규모로 녹아 없어지는 빙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경각심이 생깁니다. 그의 작업을 본 사람이라면 지구 온난화가 거짓이라는 주장을 쉽게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빙하를 따라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둘] <투모로우>(2004) - 지구 온난화에 기초한 재난 영화

 영화 <투모로우>의 포스터.

영화 <투모로우>의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만 봐도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이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체감하기는 참 힘듭니다. 말 그대로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진다는 것이니, 온대 지역에 속한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식생이 바뀐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겨울철의 극심한 한파나 가뭄, 홍수, 허리케인 등의 이상 기후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극지방이 열을 더 흡수하게 되면, 적도 지방과 기온 차이가 줄어들어 제트 기류가 약해지고, 이로 인해 지구의 대기 상태가 바뀌기 때문이라는 거죠.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 영화인 <투모로우>는 바로 이 이론에 기반을 두고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상 기후를 화면에 담아냅니다. 사람이 맞아 죽을 정도의 큼지막한 얼음 조각이 떨어지고 해안에 접한 도시들은 온통 물바다가 되며, 극심한 한파 속에 사람이 얼어 죽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개봉 당시에 봤을 때는 좀 과장됐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 규모의 재난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게 아무래도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북미, 유럽, 우리나라를 덮친 지난겨울의 한파를 겪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영화상에서 제시된 이론이 그대로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성층권의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 그 틈을 타서 극지방의 찬 공기인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밀려 내려오게 됩니다. 이 찬 공기는 물결 모양으로 남하하는데, 같은 위도라도 찬 공기가 내려오지 않은 곳에서는 대기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겨울 강추위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나타났던 원인이었습니다.

이렇듯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난은 점점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더 큰 비극을 겪기 전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것을 잃고 나서 정치인들의 뒤늦은 참회나 듣는 신세가 될지도 모릅니다. <투모로우>는 구글 플레이, pooq, 네이버 N스토어 등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셋] <노 임팩트 맨>(2009) - 환경에 부담 안 주고 사는 법 
 영화 <노 임팩트 맨>의 포스터.

영화 <노 임팩트 맨>의 포스터. ⓒ KT&G 상상마당


현재 지구 환경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인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 문명 자체가 자연법칙을 거슬러 삶을 좀 더 안락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경 파괴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의 일상만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전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세상이죠. 당장 출퇴근할 때도 자가용을 타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쓰는 각종 물건을 만들려면 공장을 돌려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이 공해를 유발하는 일과 관련돼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지구 환경과 공존할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요?

뉴욕에 사는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콜린은 경제잡지 에디터인 아내 미셸, 두 살 난 딸 이사벨라와 함께 1년간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살아 보기로 합니다. TV를 버리고, 커피와 외식을 끊고, 일회용품 사용 안 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근교 농장에서 나온 식품만 먹기, 쓰레기 배출 줄이기, 전기 사용 안 하기 등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콜린 가족의 도전은 지구 차원에서 보면 아주 미미한 것입니다. 고작 세 식구가 친환경적으로 산다고 해서 큰 변화가 일어날 리는 없죠. 하지만, 조금 불편하게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다함께 승용차나 배달 음식 같은 것들의 이용 빈도를 점차 줄여나가고, 수입 식품 대신 근교 농산물을 더 많이 이용한다면 그 효과는 어마어마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 인류라는 존재 자체가 지구 환경에는 부담이 됩니다. 정부와 지자체에 제대로 된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일상을 돌아보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활 방식을 바꿔 나가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 임팩트 맨>은 왓챠 플레이, pooq, 네이버 N스토어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권오윤 시민기자의 블로그(cinekwon.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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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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