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의 후반전 슈퍼 세이브 순간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의 후반전 슈퍼 세이브 순간 ⓒ 심재철


설마했던 일이 또 벌어졌다. 이제는 우리들만의 축구 사전에 '시우 타임'이라는 말을 등재해도 될 일이다. 송시우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2013년 봄 3-2 승리 기억 이후 오랜만에 또 하나의 기분 좋은 경기 기록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남기고 돌아왔다.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4라운드 FC 서울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이 표시되고 단 7초만에 터진 송시우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한석종, 두 번씩이나 골대 불운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하며 탄탄한 경기력을 자랑했던 FC 서울이 휘청거리고 있다.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시즌 첫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는 입장이 되었으니 그렇다. 최고의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를 라이벌 팀 수원 블루윙즈로 보내는 등 핵심 선수들의 빈 자리가 커 보였다.

그래도 홈 팀 FC 서울은 노련한 미드필더 신진호의 경기 조율과 공격수 박희성이 따내는 높은 공 소유권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 황선홍 감독이 미드필더들에게 침착한 빌드 업을 주문한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도 작년까지의 그저 그런 팀이 아니었다. 고슬기와 아길라르로 이어지는 새 미드필더 덕분에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의 빈틈을 노릴 수 있게 된 덕분이었다. 그러니 문선민, 쿠비, 한석종에게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66분, 인천 유나이티드 MF 한석종의 오른발 슛

66분, 인천 유나이티드 MF 한석종의 오른발 슛 ⓒ 심재철


특히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은 한석종은 이 경기를 통해 두 차례나 골대 불운을 겪었다. 나쁘게 말하면 불운이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력이 지난 시즌보다 훨씬 날카롭게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한석종은 39분에 오른쪽 발등을 묵직함을 느꼈다. 상대 수비수 황현수가 헤더로 걷어낸 공을 가로챈 뒤 달려들며 오른발 슛을 시도한 것이다. 그 앞에 아무도 없었으니 누가 봐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선취골로 보였다. 하지만 공이 야속하게도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온 것이다.

한석종의 골대 불운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66분, 전반전과 거의 비슷한 지점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번에도 앞을 가로막는 상대 수비는 없었다. 한석종의 두 번째 슛은 높이 조절에는 성공했지만 왼쪽 기둥을 때리고 말았다.

11분 전에 FC 서울의 후반전 교체 선수 에반드로가 안델손의 전진 패스를 받아 폭풍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섬세한 오른발 인사이드 슛 선취골을 터뜨린 바 있기에 한석종의 이 두 번째 골대 불운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일곱 번째 '시우 타임', 2016년 4월 13일 전주성을 떠올리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벤치에서 74분에 중대 결단을 내렸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혁중 대신 김보섭을 들여보낸 것과는 별개로 빠른 날개공격수 문선민을 빼고 송시우를 들여보낸 것이다.

그래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응원석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시우가 들어가자마자 FC 서울의 선취골 주인공 에반드로가 또 한 번 놀라운 역습 드리블 속도를 자랑하며 추가골을 터뜨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빠른 인천의 수비수 김용환이 아찔한 슬라이딩 태클 기술을 자랑하며 막아냈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표시됐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센터백 이윤표가 공을 잡고 멀리 올려다보며 롱 볼을 차 올렸다. 그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2016년 4월 13일 전주성의 그 날을 떠올렸다. 송시우가 전북 현대를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리던 바로 그 날, 그 시간이 겹쳐 다가왔다.

 90+1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가 짜릿한 왼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90+1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가 짜릿한 왼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이윤표의 롱 볼이 1차로 떨어진 지점에 김보섭이 점프하며 바람잡이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마치 미리 약속한 것처럼 이 순간을 송시우가 기막히게 빠져들어가며 가슴으로 공 방향을 돌려놓았다. 그리고는 절묘한 왼발 하프 발리슛을 FC 서울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송시우는 2016년 4월 13일 전주성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 1분만에 케빈의 헤더 어시스트를 받아 짜릿한 1-1 동점골을 터뜨려 프로 축구 신고식을 멋지게 치렀다. 송시우에게 '시우 타임'이라는 별명이 붙은 계기가 된 바로 그 순간과 시간(90+1분)은 물론 득점 과정(롱 볼 연결 후 왼발 골)도 묘하게 닮았다.

더 묘한 것은 통상 85분 이후 시간대에 터진 골을 극장골이라 할 때, 시우 타임은 지금까지 모두 일곱 차례 적중했다. 3년차에 접어든 송시우의 득점 기록은 모두 11골인데 63.6%에 해당한다. 직전에 시우 타임이 맞아 떨어진 경기도 마침 그 상대가 FC 서울(2017년 9월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1-0 FC 서울, 88분 송시우 결승골)이었다. 강팀으로 분류되었던 FC 서울을 상대로 두 경기 연거푸 짜릿한 골을 터뜨렸다. 극장골 전문가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송시우의 11득점 시간대를 평균해 보면 81분이 나온다. 이쯤이면 상대 팀에서 송시우의 교체 시간에 맞추어 맞춤형 수비수를 대기시켜야 할까?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오는 7일(토) 오후 2시 숭의 아레나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홈 경기를 펼치고, 아직 승리 소식이 없는 FC 서울은 8일(일) 오후 2시 빅 버드로 들어가 수원 블루윙즈와의 시즌 첫 슈퍼 매치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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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 원 4라운드 결과(1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FC 서울 1-1 인천 유나이티드 FC[득점 : 에반드로(55분,도움-안델손) / 송시우(90분,도움-이윤표)]

◎ 송시우 선수의 득점 기록(11득점 기록, 이중 1경기만 선발 출전)
2016년 4월 13일(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90+1분)]
2016년 4월 16일(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수원 블루윙즈 [송시우(90+6분)]
2016년 6월 11일(수원 빅 버드) 수원 블루윙즈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90+2분)]
2016년 7월 3일(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제주 유나이티드 [송시우(90분)]
2016년 10월 2일(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울산 현대 2-3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65분)]
2017년 4월 1일(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3-3 수원 블루윙즈 [송시우(70분)] - 선발 출전
2017년 5월 21일(전주종합운동장)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86분)]
2017년 5월 28일(광양축구전용경기장) 전남 드래곤즈 3-2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73분)]
2017년 7월 16일(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강원 FC [송시우(50분)]
2017년 9월 17일(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FC 서울 [송시우(88분)]
2018년 4월 1일(서울월드컵경기장) FC 서울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90+1분)]
축구 송시우 시우 타임 인천 유나이티드 FC FC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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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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